▲ 화재시 진화를 위해 설치한 물대포가 사찰의 경관을 해친다. 또한 실제상황에서 필요한 철저한 관리도 요구된다. 경상남도 ㄱ사찰
겨울이 왔다. 이맘때쯤 되면 산사에서는 화재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스님들이 바빠진다. 바람이 불고 건조하기라도 하면 더욱 더 마음을 졸인다. 불자들이 켜놓은 촛불이나 향불은 꺼졌는지, 혹시라도 종무실이나 요사에 켜놓은 난방기가 과열되지는 않았는지 살피기에 분주하다.

사찰에서의 화재는 어느 계절이라고 마음 놓을 수 없지만 불을 많이 사용하는 겨울철이 아무래도 마음을 놓기 어려운 계절이다. 예전과는 달리 소화용 설비나 다양한 방재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 그나마 마음의 짐을 덜기는 했지만, 경내가 대부분 목재건물로 채워진 전통사찰의 경우에는 불이 나면 그것을 끄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사에서는 아직까지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오래된 포스터의 글귀가 마음에 와 닿는 것이다.

‘문화재보호법’에서는 문화재의 화재예방 및 진화를 위하여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른 소방시설과 재난방지를 위한 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문화재보호법 제14조 4항). 이에 따라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다양한 경보설비와 소화설비를 설치하여 화재에 대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화재방지 및 진화를 위한 설비들이 전통사찰의 경관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된다는데 있다. 물론 화재방지와 진화를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장소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조금 떨어져 보이지 않는 장소에 설치해도 무방하거나 그러한 설비를 차폐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더구나 관리하지 않아서 녹이 슨 것도 있고, 소방설비 근처에 짐을 쌓아놓기도 한다.

일본의 사찰에서는 법적으로 일 년에 한 번씩 소방훈련을 실시하고, 수시로 경보설비와 소방설비를 점검한다고 한다. 또한 문화재사찰에서 갖추어야 할 화재방지 및 진화를 위한 설비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설비를 설치할 때에는 사찰의 경관을 고려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한 소방설비를 갖추었는데도 불구하고 눈에 잘 띠지 않고 사찰경관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다.

전통사찰을 화재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사찰이 오랜 시간동안 형성해온 사찰경관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해서 화재예방 및 진화용 설비의 설치위치를 정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차폐를 하여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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