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나라 도다이지

16m 청동대불 위용에 감탄
경내의 삼월당은 숨겨진 보물
행기 스님 삶은 불자의 귀감

▲ 일본 나라 도다이지(東大寺)의 대불전 전경. 세계 최대 목조건축물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나라대불로 알려진 청동불이 안치돼 있다.
도다이지, 일명 동대사(東大寺)는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사찰이다. 나라를 찾으면 꼭 들리는 관광 코스이기도 하거니와 실제 이곳 저곳에 볼 거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도다이지를 보고 “이곳을 들리지 않으면 나라에 다녀왔다 할 수 없다. 마치 불국사를 보지 않고 경주를 다녀왔다고 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16.2m의 세계 최대 청동대불과 수많은 전각뿐만 아니라 도다이지에서는 천 마리의 사슴이 거닐고 있다. 도다이지를 찾는 순례객을 처음 맞아주는 것은 바로 사슴이다. 사슴들은 경내를 유유히 걸으면서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먹고 때로는 먹이를 줄 것을 종용한다. 표지판에도 사슴을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가 있다. 초식 동물이라 공격성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갑자기 머리를 들이대면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도다이지는 남도(南都) 7대 사찰 중 하나이며 화엄종의 본산이다. 745년 쇼무 천왕의 발원으로 로벤 스님(良弁, 689~773)이 창건했다. 본존은 비로자나불로 크기 16.2m, 얼굴 길이만 5m로 속칭 ‘나라 대불(大佛)’이라고 한다. 대불이 안치된 ‘다이부쓰덴(大佛殿)’은 세계 최대의 목조물로 본래는 건물은 화재로 소실됐고 현재 건물은 에도시대에 세워진 것이다.

▲ 도다이지의 백미인 청동대불. 높이가 16.2m, 얼굴 크기만 5m에 이른다.
무엇보다 도다이지의 ‘백미(白眉)’는 청동 대불이다. 높이가 47m에 이르는 전각 안에 16.2m에 이르는 대불이 놓여 있는 모습에 참배객은 압도될 수 밖에 없다. 대불을 주위로 협시보살과 금강역사상 등도 그 위용이 대단하다.

이런 청동 대불을 700년대에 세운다는 것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이었다. 당대 가장 유명한 불모들과 기술자들이 불상 조성에 온 정열을 쏟았을 것이고, 국민들의 참여도 이어졌다.

함께 순례를 했던 동국대 선학과 교수 보광 스님은 “당시 이 정도의 대불을 조성할 수 있는 기술력은 현재 핵 개발과 같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대형 불사는 당시 백성의 결속을 도모하고 자국의 문화 능력을 타국에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던 것이다.

도다이지에서 행기당과 삼월당을 찾지 않는다면 도다이지를 모두 본 것이 아니다. 행기당에는 도다이지 건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구세제민’의 원력을 실천한 행기 스님이 모셔져 있고, 삼월당은 도다이지를 완성시키는 목조건축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월당에 대해서는 유홍준 교수의 저서를 살펴보면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삼월당은 다르다. 보고 또 봐도 또 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그것은 훌륭한 작품만이 지닌 특권이다. 이런 삼월당이 있기 때뭄네 동대사는 디테일이 살아 있는 명찰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적 가치가 적지만 행기당을 둘러보길 권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행기 스님이 백제 도래인의 직계 후손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일본에서는 ‘보살’까지 추앙받는 그의 삶이 현대 불자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

행기 스님은 도다이지 건립 당시 대불 건립 기금을 권선했던 역할을 맡았다. 그렇다고 해서  행기 스님을 정권에 기댄 인물이라고 섣불리 재단해서는 안된다. 15세 출가해 20년을 수행한 행기 스님은 포교활동에 자신의 모든 원력을 쏟아부었다. 교각과 제방, 고아원, 도량 등 사회 제반 시설을 건립해 민중을 도왔고 스님을 쫓아 제자가 된 사람들이 수 천명에 이르렀다. 과거나 현재나 명망있는 재야 종교인을 그냥둘리 없다.
 
▲ 도다이지에 가기 위한 기차 역에 세워진 행기 스님의 동상. 행기 스님은 백제 후손이다.
당시 야마토 정권은 행기 스님을 옥에 가두는 등 탄압했으나, 그의 대중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대불 기금을 권선하는 중책을 행기 스님에게 부탁했고, 대불 조성 불사는 원만히 회향하게 된다. 이런 공로로 행기 스님은 대승정에 지위까지 올랐으며 현재까지도 그를 보살로 추앙하고 있다.

실제 스님의 고향에는 행기 스님에 대한 박물관이 있으며 도다이지에 가기 위한 기차역 광장에는 행기 스님을 기리기 위한 동상도 세워져 있다. 

민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던, 그래서 정권의 탄압을 받았지만 굴하지 않았던 행기 스님의 삶은 오늘날 불자들이 가져야할 화두이다. 도다이지는 그런 행기 스님이 원력과 삶이 면면히 내려오는 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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