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지구, 서로의 인과 연이 되다
인간과 지구, 서로의 인과 연이 되다
  • 정리=배현진 기자
  • 승인 2013.11.2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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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진흥원 화요열린강좌 - 황보영조 경북대 교수

▲ 황보영조 교수는...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북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세계화 시대의 서양현대사>, <꿈은 소멸하지 않는다>, <대중독재>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대중의 반역>, <세계사 특장>, <아메리카노>, <인류의 발자국> 등이 있다.

일생동안 쓰는 자원의 소비ㆍ폐기 처리 위해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면적, 생태발자국
1인당 1.8ha지만 한국은 4.05ha로 초과상태
2050년에는 지구 3개나 필요해져

<진화란 말은 어쩌면 연기(緣起)를 함축하고 있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흔히 인류가 자연을 개척하고 정복해왔다지만 이 역시 지구 환경에 적응해온 과정의 일부였을 따름이다. 불을 발견하면서 다양한 음식 속 영양분을 섭취하여 수명이 길어지게 된 것도,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식물의 생장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경작과 정착생활이 시작되어 그곳에서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그 배후엔 ‘지구’ 나 ‘환경’이 있었다. 인류는 환경의 변화 과정에서 스스로 진화하며 문명을 일구어 온 것이다. 11월 19일 대한불교진흥원에서 열린 황보영조 교수의 강의 또한 지구와 인간이 태초부터 맺어온 네트워킹을 들여다보고 서로의 상호의존성을 확인함으로써, 우리 삶을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시간이었다.>

커피 한 잔에 든 지구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지구 환경과 문명의 역사를 다룬 <인류의 발자국>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새로운 세계사’, ‘지구사’의 관점에서 쓰여진 책입니다. 새로운 세계사는 1970년대 미국에서 제기되기 시작했으며 그 배경은 세계화에 있습니다. 2차대전 이후 세계가 하나로 엮이게 되고 소통하게 되면서 전 세계가 네트워크화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이죠. 자본이 한 국가 내에 있지 않고 활발하게 세계를 돌아다니지 않습니까. 황사가 일어나면 한반도에 영향을 주고 하와이까지 간다는 이야기가 있듯 이젠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떤 지역이나 국가에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또한 미국이나 독일의 교육제도를 벤치마킹해서 들여온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현상을 이해하려고 할 때 하나의 고정된 지역중심적 관점으로는 실재를 제대로 포착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세계화의 관점에서 새로 만들어진 역사학의 분야가 ‘새로운 세계사’입니다. 결정적 계기는 1969년에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사건입니다. 일반인들은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의 모습 보고 감격했지만 역사가들은 TV를 통해 보는 달의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달을 하나의 행성으로 느꼈으며, 지구를 하나의 덩어리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달에서 본 지구의 모습을 본 후, 지구를 하나의 공동체로 생각하기 시작한거죠.
새로운 세계사는 시간이나 공간을 전과 다른 의미로 해석합니다. 이전에는 시간을 고대, 중세, 근세, 현대로 나누지만 새로운 세계사는 그보다 이전으로 시간을 끌어올립니다. 지구 역사를 46억년으로 잡고, 우주자체의 역사를 137억년으로 간주하면서 엄청나게 시야를 확장합니다.
또한 공간적으로도 개인, 가족, 도시, 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기존역사관이라면 새 역사관은 국가, 지역, 교차지역, 반구, 지구, 우주적 차원에서 흐름을 살피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주제도 다양해지죠. 정치, 경제, 문화가 기존 관심사였다면 지금은 ‘이주’란 주제로 선사시대부터의 이주, 최근의 노동이주, 유학이주 등을 살펴보고 강, 바다에서 일어나는 상호교류가 연구주제가 되며 사회문화적 성이나 생태나 복원 기술, 질병의 흐름들에 관심을 가집니다. 기술 또한 역사학의 연구테마로는 생각지 못했으나 제지기술의 변화 등은 기술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문화와 문명을 바꾼 자연환경과 관련있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연구가 확대됩니다.
이렇듯 새로운 세계사의 관심은 상호교류의 확대, 그로인한 다양성 등입니다. 관심사가 전지구적으로 확대되며, 커피 한 잔에서 지구를 보는 거죠. 커피 안에 지구성이 들어있다는 거에요. 그 네트워크를 살펴보는 것이 새로운 세계사입니다.

지구 변화에 따른 생물의 진화
46억년 전에 태양계가 형성되고 여기서부터 지구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0억년을 1년으로 환산하면 13년 전에 빅뱅이 일어나고 4년 전에 지구에 첫 생물이 등장합니다. 아프리카에 현생인류가 출현한 것은 50분전이고 농업은 5분전부터, 도시건설은 3분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인류문명은 참으로 짧은 기간동안 일어난 거죠. 인류 역사시대는 1분도 채 안될 것이고 우리가 지나온 20세기는 3분의 1초도 안 되겠죠.
이 과정에서 섭씨 천도의 용암 덩어리였던 지구가 빙하기를 거치고 현재의 모습이 되기까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후변화에 있습니다. 생물은 그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았죠. 지구환경이 바뀌는 가운데 다양한 식물 조류가 출현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진화도 일어났습니다.
네발달린 포유동물은 햇볕에 노출되는 면적이 넓습니다. 뜨겁고 습한 공기를 들이마시기 쉽기에 코를 길게 발달시킵니다. 공기의 흐름을 증가시키고 시원하게 하며 공기 속 수분을 증발시키기 위해 숨을 헐떡거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동물들은 체온을 조절하며 열대지방에서 살아남았습니다. 기후환경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적응한 거죠.
또한 현생 인류를 이루는 직립 보행 영장류를 일컫는 호미니드(hominid)는 똑바로 서서 햇볕에 노출되는 면적을 줄이고 바람을 쐬어 체온을 조절했습니다. 직립보행을 하며 환경에 적응한 종이 네발달린 포유동물보다 유리한 부분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뇌가 발달하면서 체온을 조절하게 됐죠. 체온이 오르면 시상하부가 신경을 통해서 땀샘을 자극하고 땀이 증발하며 체온이 떨어지는 원리입니다. 머리카락도 햇빛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등 기후변화에 적응하며 그에 맞는 신체조건을 갖추어나갑니다.
지구가 온난화 되면서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고 먹거리가 풍부해지기 시작합니다. 인류는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정착생활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조직이라는 것도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기후와 환경변화에 적응해간 예죠.

상황의 역전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변화되기 시작합니다. 점차 늘어가는 인구가 산업화를 거치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이는 환경문제를 야기시킵니다. 19세기 초 인구가 10억명이었다면 1900년대는 1600억명으로 늘었고 그만큼 식량공급도 늘어났습니다. 화석연료와 비료가 투입되었기에 가능했죠. 여기서 환경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질소비료는 생산 비용이 많이 듭니다. 질소 2.5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석탄 1톤이 필요합니다. 온실가스의 주범이 이산화탄소라는 걸 생각했을 때, 질소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된 석탄을 생각한다면 거기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엄청날 것입니다. 또한 질소는 땅을 딱딱하게 하고 부영양화를 가져옵니다. 합성화합물의 남용이 지구의 생태균형을 파괴하고 땅에 무거운 짐을 지우게 되는 거죠. 이렇게 보면 농부는 자연을 보존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듯 합니다.
또 다른 환경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선진국은 1인당 연료소비량이 제 3세계보다 32배나 많다고 합니다. 지구환경에 더 많은 해악을 미치죠. 오늘날 인구의 절반이상은 도시에 거주한다고 합니다. 1800년대까지만 해도 200만명 이상이 사는 곳은 세계적으로 200곳 밖에 되지 않았지만, 2015년에는 550곳이 된다합니다. 도시에 밀집해 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제일 큰 문제가 폐수처리인데 이는 로마시대부터 골칫거리였습니다. 날마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쌓이고 이 쓰레기는 파리떼를 불러와 전염병의 온상인 미생물을 번식시키게 됩니다. 그래서 로마는 상하수도 시설 정비에 정성을 들였죠.
도시발달이 인류와 환경과의 관계 또한 바꿔 놓았습니다. 이전에는 인류가 환경 변화에 종속되어 절대적 영향을 받고 살았는데 도시를 이루면서는 그 관계가 전도되었습니다. 산업화가 되면서 인류가 환경에 결정적으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유가 뭘까요.
도시를 건축하려면 자재가 필요하죠. 벽돌로 집을 짓는다면, 벽돌을 구울 때 쓰이는 가마와 땔감이 필요합니다. 땔감은 숲에서 구합니다. 그러므로 도시가 건설된다는 것은 숲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숲이 고갈되면 복잡한 생물군집이 파괴되고 생태계 순환이 무너지게 됩니다. 수분을 머금은 삼림지대는 수분증발을 제한하고 토양침식을 막아주며 계절풍의 속도를 줄여주는데 이런 것들이 무너지는 거죠.
4대강 정비사업 또한 자연스레 흐르는 강물의 물줄기를 바꿈으로써 여러 부작용을 발생시킵니다. 강물흐름으로 유지되던 수온이 올라가며 녹조현상을 일으키고 강기슭 생태의 변화를 야기시킵니다.
또한 인류의 증가는 식량 생산의 범위를 원거리까지 넓힙니다. 자원을 만들거나 폐기하는데 드는 비용을 토지면적으로 환산한 것을 일컫는 생태발자국 또한 넓어지죠. 선진국일수록 생태발자국은 더 깊고 넓습니다.
제철 제조업 또한 수천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산업화의 전조가 되면서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광물이 채굴되면 온갖 오염물질이 나오면서 대기에 유입되며, 지반안정성에 위협이 가해져 지반 침하가 일어납니다. 또한 숯을 생산하려면 삼림을 베야 하는데, 숯 1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나무 7톤이 베어져야 합니다.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집니다. 자동차가 발명된 것이죠. 차량 1톤 생산하는데 폐기물이 얼마나 나오는지 아십니까. 29톤이랍니다. 또한 자동차 1대 만드는데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은 그 차가 10년 동안 운행하며 발생시키는 양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현재 지구상에 있는 자동차는 10억대입니다.
이처럼 현대의 소비행위는 단순소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문제를 연쇄적으로 일으킵니다. 전기를 생산하는데 화석연료가 얼마나 투입되고 대기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지 눈으로 보면서 살아간다면 경각심이 일어날 텐데, 직접 보지 못하니까 환경문제에 대한 감이 떨어집니다.
커피 또한 미국인들은 하루에 4잔, 핀란드인들은 11잔을 마신다고 합니다. 커피나무의 성장 을 촉진시키기위해 살충제와 석유화학비료를 뿌리는데, 소비행위에도 환경적 함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겠죠.
이렇듯 지구환경과 인류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존재 이래로 지금까지 상호작용해 왔습니다. 도시화 이전에는 환경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 존재가 인간이었지만, 산업화가 되면서부터는 환경에 영향을 주는 존재로 바뀌어버렸습니다.
생태환경사와 관련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다면 클라이브 폰팅의 <녹색세계사>와 존 맥닐이 쓴 <20세기 환경의 역사>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끝으로 <인류의 발자국>의 책 구절을 인용하며 강의를 마칠까합니다.

“오늘날에는 재난이 발생하면 그 파장이 어느 한 지방에 국한되지 않고 전지구로 확산된다. 그 영향에서 자유로운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일단 재난이 발생하고 나서 책임소재를 따져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우리나라도 4대강, 핵 발전소 등 성장이란 미명하에 이뤄진 인류발자국을 되돌아보고 파국을 피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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