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과 기업경영 上 - 고준환 (경기대 명예교수, 기업법 전공)

▲ 고준환교수는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 동아일보 기자였으며 경기대 법학대학장과 교수불자연합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경기대학교 명예교수며 본각선교원장이다.
기업도 사회의 일부,
사회적 환원, 사회적 책임 등
보살도경영 요청되는 이유

자주자조적 현대 경영 시스템은
경영자ㆍ중간관리자ㆍ노동자 합심해
주체적으로 회사 관리해가는 것
불교의 수처작주 입처개진과 맞닿아 있어

1. 인생이란 무엇인가?
석가모니는 인생의 현실을 고해(苦海) 즉, 고통의 바다라 했다. 부처님의 기본가르침은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4성제라고 한다. 현실은 괴로움이요, 그 원인은 집착이고, 목적은 적멸이요, 그에 이르는 방법론은 선입견 없이 있는 대로 보는 정견을 비롯하여 정사ㆍ정어ㆍ정업ㆍ정명ㆍ정진ㆍ정정(正定)ㆍ정혜 등 8정도라고 한다.
석가모니는 현재의 괴로움을 떠나 즐거움(또는 기쁨, 樂)을 얻는 이고득락(離苦得樂)에 인생의 목적을 두었던 것이다. 즉 인생을 인연과보에 따른 고락(苦樂)의 바다로 보신 것이다. 인생의 목적은 고통을 극복하여 행복하게 살다 행복하게 죽는 것이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명심견성 성불제중(明心見性 成佛濟衆)에 이르면, 본래 생사도 없고, 고락도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는 자기 욕망을 충족하여 만족하고 행복하게 되는 즐거움(樂)에는 세간락(5욕락ㆍ식욕ㆍ성욕ㆍ재물욕ㆍ권력욕ㆍ명예욕 등)과 출세간락(열반락)이 있는데, 세간락은 무상하니, 상락아정의 열반락에 인생의 궁극적 목표를 두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현실생활은 절대의 불이(不二) 일심인 열반락을 지향하더라도, 분별지에 바탕을 둔 오욕락을 누리는 상대의 세계를 떠날 수 없다. 여기서 기업경영과 관련하여 5욕락중 재물욕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찍이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했는데, 이는 재부약수(財富若水)라고도 할 수 있다. 인생을 사는 것도 재산을 불리는 것도 물흐름처럼 하라는 것이다.
필자는 전공인 기업법에 관한 강의 교재로 <기업법 원론>을 썼는데, 인생을 먼저 정의하지 않을 수 없어, 책 첫 면에 ‘사람은 이익을 추구하는 동물이며, 그것을 초월할 수도 있는 존재’ 라고 썼다.
현대인의 사회생활은 대부분 영리행위로 이루어지고 여러가지 이익은 이성을 기준으로 조정된다. 이성에 입각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 즉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려는 사람을 경제인(Home Economicus)이라 하는데, 경제인이 기업법의 인간상이라 할 수 있다. 영리행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인간의 경제생활 가운데 특정 영역을 차지하는 것이 기업적 생활이다.
기업이란 기획적ㆍ계속적 영리행위 관계단위이다. 즉 기업은 사회경제적 작용을 하는 실재로서 영리행위를 중심개념으로 하여 그 영리행위 가운데 기획성과 반복적 집적(同種行爲 반복, 칼마)인 계속성을 도입하고 행위를 기초로 주체와 객체가 관계를 맺어 유기적 통일을 이룬 단위가 기업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enterprise management)은 이익추구를 위하여 조직을 만들어 잘 관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그것을 초월할 수도 있다. 이는 인간이 이기주의를 넘어 이타주의로 나아가고, 더 나아가서 부처나 신선 ㆍ노자나 그리스도 같은 초월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 즉 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기업도 본래 이윤추구가 목적이지만, 기업이란 존재가 전체사회구성원의 일부이므로, 전체와 개체의 관계성(關系性)인 사회성을 지녀, 사회적 기여를 해야함은 공동체 원리상 당연하다. 기업이익의 사회적 환원,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제주체들간의 이익조화로써, 조화경영 상생경영 내지는 보살도 경영이 요청되는 까닭이다.
앞으로 현대적 기업경영, 금강경 등의 경영경제사상, 부처님의 자비경영, 칼마경영을 살펴보기로 한다.

2 현대적 기업경영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재물욕을 충족시키고,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자본축적의 기업이다. 그런데 모든 기업은 그가 속한 큰 사회의 경제체제안에서 경영을 하고 이익을 향유한다.
근세 이후 세계의 경제체제는 대체로 자본주의체제, 사회주의 체제(공산주의 체제포함), 파시즘 체제로 분류해 볼 수 있다. 1945년 8월 15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냉전하다가 열전으로 바뀌어 국제전쟁인 한국전쟁(6.25사변)을 치렀다. 한국전쟁이 정전된 후 열전은 끝났고 냉전이 계속되고 있으나, 가끔 한반도에서는 군사적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나 인도의 시성 타골은 물론 많은 미래학자 들은 21세기 미래에 세계를 이끌 등불이 될 나라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보면, 주인공이 이영애인 TV드라마 대장금(세계 92개국에서 방영되고, 스리랑카에선 TV시청률이 91%, 이태리TV시청률 70%를 넘어섬), 세계적 가수 강남스타일의 싸이,소녀시대, 골프의 박세리ㆍ최경주, 수영선수 박태환, 피규어 월드 챔피언 김연아, 20세기 대표 궁수 김수녕 등 인물들이 넘쳐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남북이 평화통일만 된다면, 한국은 정신계나(불교) 경제계(BT산업)나 문화계, 군사계(핵) 등 다방면에서 세계의 선두주자가 되어, 팍스 코리아나(Pax Koreana)나 팍스 몽골리카(Pax Mongolica)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하겠다.
이러한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한국은 8.15해방 후 자유민주헌법을 채택하여 국가기본질서로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기본으로 하고, 경제도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헌법 제 119조)고 하여, 기본경제질서로서 수정자본주의 (사회적 시장경제)를 채택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과 기업(작은 개인기업에서 중기업, 대기업, 재벌기업까지)들이 조국현대화를 위한 경제적인 노력을 하여 산업화를 이루는 ‘한강의 기적’을 보여줬으며, 점차 세계무대로 나아가고 있다.
현대의 기업은 그 형태로 볼 때, 개인기업ㆍ조합기업ㆍ영리사단법인 인 회사기업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회사기업 가운데 가본주의의 꽃은 자본단체인 주식회사(株式會社, Stock company co.Ltd)라고 할 수 있다. 주식회사는 자본의 구성단위인 주식을 소유하는 주주로 구성되는 회사인바, 작은 자본으로 큰 자본을 만들 수 있고, 주식투자 범위 안에서만 책임을 지는 유한책임 원칙 그리고 기업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 노조의 경영참여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 작은 기업에서 재벌기업, 글로벌 기업까지 거의 무한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대기업의 경영관리는 일반적으로 목적에 따라 기획ㆍ지휘ㆍ조직ㆍ조정ㆍ통제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그리고 현대의 기업관리자의 리더십 관련 7대기능은 LㆍH Gulick(미국 루즈벨트 대통령 행정관리 자문위원 역임) 박사가 기술혁신ㆍ절약과 능률을 강조하여 얘기한 것처럼 POSDCoRB가 요청된다 하겠다. 이는 Planning(기획)ㆍOrganizating(조직)ㆍStaffing(인사배치)ㆍDirecting(지휘)ㆍCoordinating(조정)ㆍReporting(보고)ㆍBudgeting(예산)의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현대적 기업경영에서는 합리ㆍ창조ㆍ자주ㆍ상생ㆍ감성ㆍ해방ㆍ조화ㆍ혁신ㆍ보살도ㆍ맞춤ㆍ예외ㆍ융합ㆍ다국간ㆍ유비쿼터스ㆍ글로벌ㆍ불교ㆍ유교ㆍ기독교경영 등 새로운 개념이 많이 나오고 있으나, 경영학적으로는 근대적 합리주의, 상조적 개인주의, 전통적 집단주의, 자주자조적 집단주의 경영 등이 제창되었다. 자주자조적 경영은 집단 내의 개인도 주체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어 자조적인 행동이 주축을 이루는 경영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불교의 불이(不二)에 기초하여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하는 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세계일화나 대동사회를 지향한다. 이 경영시스템은 관계망(Network)의 통일로 이루어진 제도로, 경영자ㆍ중간관리자ㆍ노동자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서 통일되어 자주자조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다. 자주자조경영이 뿌리내리려면 구성원들이 기득권적 소유욕을 극복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자아실현이 될 때 가능한 것으로, 불교용어로는 보살도 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보살의 중심서원은 모든 존재를 이롭게 하겠다는 것이다.

3. 금강경 등의 경영경제 사상
부처님의 경영경제사상은 기본적으로 명심견성 성불제중을 바탕으로(금강경 제3분 대승 정종분) 보살도 경영에 있다 하겠다. 이에 관하여 먼저 금강경을 시작으로 불경의 가르침을 살펴보기로 한다.
금강경 제4분은 묘행무주분으로 무주상보시 즉 머무름이 없이 보시하라고 했다. 이는 무엇을 분별하여 집착하지 말고 베풀라는 뜻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서는 안되고, 집착을 놓아버린 후 동체대비사상에 입각하여 아낌없이 주는 보시행으로 보살다운 삶을 살라는 것이다.
금강경 제5분 여리실견분에는 모든 상이 모두 허망하니, 제상이 상이 아닌 줄을 알면(諸相非相) 즉시 여래를 보리라 했다. 이는 아상ㆍ인상ㆍ중생상ㆍ수자상을 비롯하여 모든 사물의 모습과 생각의 모양새에 집착하지 말고, 그 본체인 진여자성을 보라는 것이다.
금강경의 제20분 이색이상(離色離相:일체의 색과 상을 버리고 근본을 찾아야 한다)은 색이란 사물이라 할 수 있고, 상이란 사물의 특징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눈에 비치는 ‘모양’과 ‘특징’만 가지고는 근원을 파악할 수 없고, 오히려 근원을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객관적ㆍ실증적 분석을 통한 체계화된 결론이 오히려 색과 상에 집착하여 근본을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금강경 14분 이상적멸(離相寂滅:모든 상을 떠나야 적멸에 든다)에서는 이를 더욱 공고히 해주고 있다. 상에 집착하게 되면 자칫 관념적인 논리의 전개에 떨어지게 되어, 본연 그 자체를 파악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불자들이 수행하는 과정에서 견지해야 할 기본적인 자세를 제시하고 있다.
제28분 법신비상(法身非相:법신은 상이 아니다)에서는 ‘만일 색으로써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써 나를 구하면 이 사람은 삿된 길에 빠져 능히 여래를 보지 못하리다’라고 하여, 철저하게 색과 상에 의한 근본의 파악을 거부하고 있다. 30분 일합이상(一合理相:진실로 있는 세계는 일합의 상인데 이 일합상은 가히 설할 수 없다)에서는 인간들에 의한 과학적 연구 그 자체에 회의를 느끼게 하는 말씀으로서 불립문자(진리는 말씀이나 문자로써 표현될 수 없다)의 말씀과 어느 정도 상통하는 말씀인 것 같다. 왜냐하면 진리가 표현될 때 인간은 모든 것이 하나의 전체로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그것이 곧 실체인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한 바라문이 부처님께 말했다.
"사문이여, 나는 밭갈고 씨를 뿌려서 내가 먹을 식량을 마련하고 있소. 당신도 또한 스스로 밭 갈고 씨를 뿌려서 당신이 먹을 양식을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이까?"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답하였다.
"믿음은 내가 뿌리는 씨, 지혜는 내가 밭가는 모습, 나는 몸에서, 입에서, 마음에서, 나날이 악한 업을 제어하나니 그것은 내가 밭에서 김매는 것, 내가 모는 토(土)는 정진이니 가고 돌아섬 없고, 행하여 슬퍼함 없이, 나를 편안한 경지로 나르도다. 나는 이리 밭 갈고, 이리 씨를 뿌려 감사의 과일을 거두노라."
이와 같이 부처님은 수행 그 자체를 정신적인 생산 활동이라고 생각하여 생산 활동의 비참여를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불교가 중국에 전래되어 거대한 승단을 형성하였던 당나라 시대에는 소승불교에서 금지되었던 생산 활동의 종사가 강조되기도 하였다. 백장선사의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 이라는 말에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부처님은 돈을 소비하고 저축하는 일에 대해서도 상세히 언급한 바 있다. 예컨대 청년 시갈라(Sigala)에게 생활비로 1/4을 쓰고 1/2을 사업에 투자하며 비상시에 1/4을 저축해야 한다고 말씀하였다.
부처님은 경제적 복지를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보았지만, 정신적ㆍ도덕적 기반이 없는 단순히 물질적인 것이라면 진실된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계속>
이 원고는 본각선교원에서 강의하는 내용을 미리 간추려 소개한 것입니다. 본각선교원 (02)762-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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