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교 매개체로 미얀마 교류 확대
중국, 불교 매개체로 미얀마 교류 확대
  • 조준호 박사
  • 승인 2013.11.1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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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미얀마 불교와 중국

미얀마 빠옥 총림에서 YeOo 사야도(큰스님·가운데 의자 착좌)와 수행중인 중국인 수행자들의 모습. 한국불교계는 중국 불교계가 문화혁명으로 인한 법맥 단절을 한국으로부터 이어가기를 기대하지만 현재 중국은 미얀마 등 상좌불교로부터 그 맥을 살리기를 추구하고 있다. 우측 세번째 열 다섯번째가 필자.
인도행 구법길에 미얀마 거론
불교문화 통해 우방국 관계
1789년부터 교류, ‘종교 결연’

미얀마 화교 경제적 영향 막대
중국도 ‘상좌불교’ 배우기 열풍
수행센터 내 중국인 비중 1,2위

미얀마에는 중국계 사람들이 많다. 미얀마와 중국은 인접국가로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오래 전부터 중국에서 미얀마로의 이민은 시작되었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이후 한 때 중국의 구법승들이 인도로 내왕하는 통로로 미얀마를 이용했다. 중국의 구법승들은 사천성과 운남성 그리고 벵골만을 거쳐 북인도에 도달하였다. 이러한 옛 선지식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현재 유용한데 북벵골만과 미얀마 그리고 중국을 연결하는 약 1100km의 송유관이 설치돼있다.

현재 미얀마에는 어디에나 중국계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특히 근현대에 미얀마로 이주해온 화교 또는 화인들이 눈에 띈다. 그들은 중국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미얀마 이름을 사용한다. 때문에 미얀마에서 누가 중국계인지는 이름 가지고는 잘 알 수 없다.

미얀마에서 만난 사람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신이 중국에서 이주해 온 3세대 또는 4세대 사람임을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중국계 사람들은 미얀마 경제부분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얀마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들이 만나는 사람의 60% 가량이 중국계 미얀마인이라 할 정도다.

동남아나 인도 등지에서 현지인들이 동아시아계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흔히 일본인 혹은 한국인이냐고 묻는 반면에 미얀마에서는 자연스럽게 중국인이냐고 묻는 경우도 중국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는 경우다.

화교 출신도 많지만 국가차원에서 미얀마에 투자한 부분이 가장 많은 국가 또한 중국이다. 미얀마에서 글로벌 기업이 거의 대부분 중국자본이라 한다. 중국은 대부분 광산개발이나 수력발전에 투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과 미얀마의 관계가 미얀마의 미국과 서방 등에 대한 개방노선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이외에는 일본이 미얀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자본뿐만이 아니라 인적교류와 미얀마에 대한 지역학 차원의 연구도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현재 중국과 일본의 자료에 의지해 중국과 일본의 틈새를 뚫고 들어가려는 형국이다.

중국계 영향 크지만 문화 정체성 지켜

외부의 사람들이 대거 이주해 오면 그 문화도 함께 이식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얀마에서는 예외적인 사항으로 보인다. 특히 미얀마의 종교문화 부분은 더욱 그렇다.

미얀마는 중국의 오랜 교류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인접한 한국, 베트남 등과 달리 중국문화를 크게 수용하지 않았다. 미얀마에는 마찬가지로 인도문화 또한 많이 수용되지 않았다. 인접한 지리적 요건과 많은 교류에도 불구하고 힌두교나 자이나교 문화는 미얀마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지금 미얀마의 힌두교문화는 주로 인도 이주자에 따른 것으로 그 영향이 미약하다. 종교문화적으로는 외부에서 미얀마에 수용된 유일한 것이 바로 불교이다.

미얀마의 이러한 특성으로 중국의 영향이 크지만 중국계 미얀마인으로 인한 대승불교문화의 도입과 영향력 확대는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 미얀마 길거리에서 중국계 대승불교 사찰을 보게 되면 반가울 정도다.
대부분의 중국계 미얀마인들은 원주민인 미얀마인들과 종교문화에 있어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상좌불교문화 속에 하나가 되어있다. 불교행사에서 또는 수행처에서 만난 많은 중국계 미얀마인들은 미얀마 전통의 상좌불교에 대한 깊은 신심을 보여주고 있었다.

300년 불교교류와 ‘진주목걸이’ 전략

사실 양국의 불교교류는 300년이 넘게 진행되고 있다. 미얀마와 중국이 국가적인 차원으로 불교교류를 시작한 것은 미얀마 마지막 왕조인 꼰바웅 왕조(1752~1885)의 보도페야(Badawpaya: 1782~1819)왕 시대부터다. 1789년 보도페야 왕은 중국으로부터 ‘불치(佛齒)’ 복제품과 불상을 선물 받았다. 중국정부는 2011년 11월 영광사(靈光寺)의 부처님 치아사리를 미얀마에 보내달라는 미얀마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중국정부의 비준을 거친 후 2011년 11월 6일부터 12월 24일까지 48일간 미얀마 수도인 네피도, 양곤, 만달레이 등의 도시에서 치아사리 이운식이 개최됐다. 이 이운식(移運式)에는 1000여 명이 운집했는데 미얀마와 중국의 주재 대사와 각국 주요 정부 관료들이 참석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몇 주 동안 이와 관련해 미얀마에서 열린 행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국정부는 영광사와 미얀마의 쉐다곤 파고다 간 ‘종교 결연’(religious ties)을 맺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중국은 정부차원에서 불교를 통해 우의를 다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불교문화를 통해 미얀마의 최대 투자국이자 우방이란 점을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인도와의 여러 측면에서 경쟁적인 입장에 있다. 지역전문가들은 불교문화권인 동남아와 아시아에서 중국과 인도가 경쟁을 벌이는데 불교분야도 예외는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은 불교를 통해 미얀마를 포함한 동남아 불교문화권에서 인도를 견제하고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인도의 동방정책(Indian Look East Policy)에 대응해 아시아에 있어 인도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고립시키려는 ‘진주목걸이’(string of pearls)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는 파괴된 불교유적들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복원하고 외부적으로는 2006년부터 세계불교포럼을 주최해 남아시아는 물론 동남아 불교국과 종교적인 교류를 확대코자 하고 있다. 특히 매회 10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50여 개 국으로부터 1300여명이 넘는 세계 불교지도자를 초청하였다. 1차 세계불교대회에는 후진타오 중국국가 주석도 참석하는 등 국가적인 규모로 행사를 치뤘다. 마찬가지로 2011년 중국은 네팔의 부처님 탄생지인 룸비니(Lumbini) 개발에 ‘$3bn project’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지원을 하였다. 룸비니에 신축 공항과 이를 연계하는 고속도로와 호텔, 회의장과 연회장 시설, 불교사찰 그리고 불교대학의 건립을 지원하기로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불교, 상좌불교 배우기에 앞장

필자가 2012년 초 양곤의 마하시 선원에 이어 몰라민의 빠옥 총림에 머문 적이 있다. 이곳은 많게는 7~800명의 대중이 모여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수행하는 도량이다. 마침 도착한 다음 날은 동아시아 음력 설날이어서 중국본토로부터 온 스님들과 신도들이 점심까지 특별식을 제공했다. 빠옥 총림의 도서관 건물 앞에는 중국계 스님들이 대거 모여 있었다. 모두 신심과 환희심에 넘치는 분위기로 충만해 있었다. 설날이라고 미얀마의 덕 높은 큰 스님을 모셔와 특별 법회를 개최했는데 중국 스님들이 도서관 강당에 모여 앉아 진지하게 법사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었다. 미얀마어 설법을 중국어로 통역하는 법회에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 끝까지 앉아있었다. 법사스님과의 질의응답에는 웃음도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넘쳐 있었다. 법회 이후 기념사진 촬영이 끝나자 중국의 스님과 신도들은 미얀마 법사스님에 모두 맨 땅에 그대로 엎드려 예를 표하고 한 송이 꽃에서 비스켓 한 봉지, 양초 한 다발 등을 공양으로 올렸다. 참으로 존경과 헌신하는 신앙인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빠옥 총림에는 당시 약 227명의 각국 수행자들이 있었다. 59명으로 베트남인들이 가장 많았으며 중국인이 37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인은 27명으로 세 번째였다. 여기에는 프랑스, 영국 그리고 러시아 멕시코 등지에서 온 수행자도 있었다.

빠옥 총림의 주지스님은 외국인 수행자 중 항상 베트남과 중국이 1, 2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를 보면서 문득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선불교가 중국본토에서 사라지고 한반도, 그것도 한국이 잘 보존하고 있어 이제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역수입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있었는데 여기 와서 보니 상황은 사뭇 달랐다. 오히려 중국인들이 상좌불교를 공부하려고 이러한 곳까지 많은 스님과 재가자가 와 있다는데 놀라웠다. 이후 중국으로부터 온 스님들과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동아시아 선불교보다는 상좌불교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빠옥 총림에 오래 동안 머물며 수행던 한국스님은 중국정부 차원에서도 동아시아 대승불교보다 동남아 상좌불교를 더 지원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스님은 중국선불교 등 과거 전통이 있더라도 현대 중국인들의 한문 독해력이 떨어져 당나라나 송나라 시대의 불교전적의 이해가 쉽지 않은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미얀마에 머무는 동안에 양곤의 대학이든 수행처이든 그리고 양곤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방에 있는 빠옥 총림에 이르기까지 많은 중국 불교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로서 중국불교의 새로운 미래 모습을 가늠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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