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전속 신이한 이야기(45) -두 장사꾼

사위국에 두 장사꾼이 있었다. 한 사람이 생각했다.
‘부처님의 몸은 한 길 여섯 자로서 빛이 나고, 정수리에는 육계(肉?)가 있고, 목덜미에는 일광(日光)을 지고 있으니, 이루 말할 수 없이 훌륭하시다. 부처님은 마치 제왕 같고, 사문은 마치 충신 같다. 부처님께서 밝은 법을 설하시면 사문은 그 법을 외워 널리 펴니, 부처님께서는 가히 밝으시고 높은 어른이시다.’
부처님께서 그의 뜻을 아시고 그를 자세히 보시니,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이 즐거운 것이 마치 보배를 얻은 것과 같았다.
또 한 장사꾼이 생각했다.
‘부처님이란 마치 소와 같고, 제자는 마치 수레와 같다. 그 소가 수레를 동서남북으로 끌고 다니는 것처럼, 부처님도 그러하다.’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나쁜 생각이 있으므로 반드시 재앙을 얻게 될 것을 아시고 그 마음이 나쁜 것을 가엾이 여기셨다.
두 사람은 함께 길을 떠났다. 30리쯤 이르러 정자가 있는 곳에 머물러서 술을 사서 마시다가 일 때문에 서로 큰 소리로 다투게 되었다. 착한 생각을 지닌 이에게는 사천왕이 선신을 보내어 보호했고, 나쁜 생각을 지닌 이에게는 태산의 귀신을 술과 함께 뱃속으로 들어가게 하니 마치 불로 몸을 태우는 것 같았으므로 정자에서 나와 밖에서 누워 뒹굴다가 수레바퀴 자국 안으로 떨어지게 되었는데, 새벽에 어떤 장사꾼들이 수레를 5백이나 끌고 지나가면서 그를 치어 죽게 했다. 벗이 그것을 보고 말했다.
“낭패구나. 나라로 돌아간들 의심을 사서 물건을 몰수당할 것이고, 이름은 의롭지 않게 되겠다.”
마침내 그는 모든 재물을 버리고 가벼운 몸으로 떠났다. 사위국에서 수만 리 떨어진 곳에 어떤 나라가 있었다. 국왕이 죽고 태자가 없었는데, 참서(讖書)에 이르기를 “장차 미천한 장사꾼이 국토의 왕이 되리라.”고 했다.

삽화=강병호
어느 날, 신하들이 모여 의논했다.
“나라에 임금이 없는 것은 몸에 머리가 없는 것과 같다. 더 이상 미루어선 안 될 일이다. 본디 왕에게 말(馬)이 있었는데 항상 왕에게는 절을 했으므로, 만약 왕이 될 만한 이가 있다면 말이 반드시 절을 할 것이오.”
곧 신하들이 말을 데리고 거리로 나오자 사람들이 길을 메웠다. 이때 장사꾼도 나가서 구경을 했는데, 신령스런 말이 곧장 그에게 나아가서 무릎을 꿇고 그의 발을 핥았다. 여러 신하들은 기뻐하면서 그를 국왕으로 임명했다. 이리하여 마침내 장사꾼은 한 나라의 왕이 되어 정사를 보살피게 되었는데, 스스로 깊이 생각했다.
‘나에게는 조그마한 선(善)조차 없는데 어떤 인연으로 한 나라의 왕이 되었을까? 이는 반드시 부처님의 은혜일 것이다.’
그리하여 아침에 어좌에서 부처님을 찬탄하고, 신하들과 함께 사위국을 향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말했다.
“미천한 사람이 세존의 은덕을 입어 임금이 되었습니다. 이 국토는 아직 부처님을 모르니, 이 나라 사람들이 듣지 못함과 보지 못함을 깨우쳐 주십시오. 내일 응진 성인들과 함께 왕림하시어 석 달 동안만이라고 계셔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비구들에게 명하라. 내일 그 왕의 청대로 모두가 변화하여 거룩하고 높은 덕을 나타내어 그 나라 백성들이 다 함께 볼 수 있게 하여라.”
다음 날, 부처님과 응진들이 정전에 앉으시자 왕은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저는 본래 미천한 사람이라 업이 훌륭한 것도 없는데, 어떤 인연으로 왕이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왕이 장사꾼이었을 시절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때 그대의 생각을 내가 다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국왕과 같고 사문은 신하와 같구나.’했었습니다. 왕께서는 모종을 심어 열매를 거두는 사람처럼 그때 가졌던 바른 마음의 공덕이 왕이 될 모종이 된 것이고, 이제 공덕의 과보를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함께 있었던 다른 장사꾼은 ‘부처님은 소와 같고 제자들은 수레와 같다.’고 했던 생각이 수레에 치어 죽을 모종이 되어 태산에서 불의 수레에 깔려 죽은 것입니다. 스스로가 각자의 열매를 얻은 것입니다. 선행을 하면 복이 따르고, 악행을 하면 화가 좇는다. 메아리에 소리가 응하듯 선과 악은 음성과 같으니, 하늘, 용, 귀신이 준 것도 아니고 선조가 한 일도 아닙니다. 그것을 지은 것은 마음이요, 이루는 것은 몸과 입입니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음은 법의 근본이어서 / 마음은 어른이기도 하고 종이기도 하다. / 마음속으로 악을 생각하면 / 곧 말로 하게 되고 행동으로 실천하게 되어 / 죄와 괴로움이 저절로 따르나니 / 수레가 바퀴 자국을 따르는 것 같다. // 마음은 법의 근본이어서 / 마음은 어른이기도 하고 종이기도 하다. / 마음속으로 선을 생각하면 / 곧 말로 하게 되고 행동으로 실천하게 되어 / 복과 즐거움이 저절로 따르나니 /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는 것 같다.”
부처님께서 다시 왕에게 말씀하셨다.
“온갖 악의 죄에서 가장 무거운 다섯 가지가 있다. 불효불충으로 어버이를 죽이고, 임금을 죽여 집이 멸망하고 나라가 어지러워짐이 중한 죄에서 첫째이다. 아라한의 행으로 공(空)과 소원 없음(不願)과 생각 없음(無想)의 선정을 얻어서 부처님과 뜻이 같고 중생을 구제하는데, 어리석게도 그를 해치는 것이 무거운 죄 중에서 둘째이다. 부처님께서는 온갖 허물이 이미 없어졌고 큰 복이 모여 이루어졌으며, 상호와 10력과 법으로 중생을 인도하며, 자(慈), 비(悲), 희(喜), 호(護)의 마음은 인자한 어머니보다 더한데, 어리석게도 부처님을 미워하거나 비방하는 것이 중한 죄에서 셋째이다. 맑고 깨끗한 사문은 뜻이 고요하고 행이 높으며 경법을 품어 안고서 부처님을 도와 어리석은 이를 교화하며, 모든 부처님께서 서로가 잇고 중생이 제도되는 것은 모두가 대승 승가로 말미암은 것인데, 비구를 괴롭히는 것이 중한 죄에서 넷째이다. 부처님의 높으신 탑묘의 보물과 수토는 중생들의 정성된 마음으로 3존께 바친 것인데, 어리석은 사람이 헐거나 도둑질하는 것이 중한 죄에서 다섯째이다. 이 다섯 가지를 범하면 죄의 사함을 청할 것도 없으니 부디 범하지 마라.”
부처님께서 설법을 마치자, 왕과 여러 신하들은 모두가 수다원을 얻었으며, 백성들 중엔 사문이 된 이도 있었고, 마침내 5계와 10선으로써 나라를 다스리니, 여러 하늘들이 도와서 나라는 흥성하게 되었다. (<백애경>에 나온다.)
동국대역경원 발행 〈경률이상〉에서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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