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는 〈일체경음의(一切經音義)〉에 자세히 나오는데 중국 당(唐)나라의 혜림(慧琳)이 807년에 편찬한 불교용어사전이다. 그 경전에 의하면 字는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으며 때때로 나의 의견을 덧붙이기로 한다.

 

1. 字之形(今勘梵本字乃是德者之相元非字也….)

字는 덕자(德者)의 상(相)이지 원래 글자가 아니라고 밝히고, 범자(梵字)에 의하면 그 모양에는 네 가지 상(相)이 있다고 했는데 그 상들의 본질을 살피면 모두 한 가지 속성으로 귀결하여 감을 알 수 있는데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나 매우 흥미롭다. 앞으로 단계적으로 다룰 것이다. 그런데 모든 범어 용어를 음사(音寫)한 것으로 범어를 모르면 알 수 없고 이미 범어 자체가 올바르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이해하기 복잡하나 이 글에서는 간단히 밝히려 한다.(그림 ①: 다음에 언급한 나의 설명과 비교하면서 살펴보기 바란다.)

 

2. …依梵文有四種相也.(다음에 한자, 한국어, 범어 등의 용어, 그리고 필자가 그 뜻을 해석하여 적어둔다.)

에는 네 가지 상(相)이 있다.

① 실리말차(室利靺?): Sravasta, 字를 가리킨다. 그런데 흥미 있는 것은 의 조형 가운데 둥근 원이 있는데 그것은 앞 회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보주에서 영기문이 사방으로 발산하되 오른 쪽으로 도는 조형이다.(도 2)

② 난제가물다(難提迦物多): Nandika굒arta, 즉 우선(右旋)을 의미하는데 사람들은 오른쪽으로 도는 ‘털’이라 말하고 있지만 이 역시 털이 아니다. 역시 역동적인 대생명력인 ‘물의 대순환(大循環)’을 지극히 가장 간단한 조형으로 나타낸 것으로 바로 제1영기싹이다. 앞 회에서 그것이 ‘물’임을 밝혔다.

③색박실저가(塞 悉底迦): Swasitka,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 조형으로 앞 회에서 그 역동적인 대생명력인 물의 대 순환이라는 점을 나의 조형언어 읽기로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당(唐)시대의 불교용어사전의 도해는 부적 같아서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①과 혼동하기 쉽다.

④본낭가타(本囊伽?): Purnaghata에는 세 상(相)이 있음: ㄱ. 鉢特忙: 발특망, Padma(연꽃) ㄴ. 斫訖羅: 적흘라, Cakra(法輪) ㄷ. 拔折羅: 절발라, Vajura(금강저)

본낭가타(Purnaghata)는 이 연재 시작했을 때 맨 먼저 다룬 ‘만병(滿甁)’을 가리키는데 ‘대생명력(즉, 물)이 가득 찬 항아리’를 뜻한다. 그 항아리에서 영기꽃이 나오므로 흔히 꽃병이라 부르지만 꽃병이 아니다. 즉 항아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가득 찬 ‘물’이 중요한 것이다. 이 만병에는 세 가지 상(相)이 있다고 한다.

ㄱ. 원래 만병은 연꽃에서 탄생하는데(이 문제는 도자기 성립 과정에서 가장 큰 주제이므로 다음 기회에 다룰 것이다), 경전에서도 맨 밑에 연꽃 모양에서 만병이 생겨나고 있으므로 만병에는 padma 즉 ‘연꽃의 상(相)’이 있다는 기막힌 해석은 해놓았으나 충분한 해설이 없으므로, 사전이 나온 이래 1000년 이상 무슨 말인지 모르다가 근대에 이르러 꽃병(花甁)이란 그릇된 용어를 쓰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만병(滿甁)으로 고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ㄴ. Cakra는 법륜(法輪) 혹은 보륜(寶輪)이라 부르지만 그 용어도 인도에서 처음부터 오류를 범하여 썼던 용어이다. 언뜻 보기에 수레바퀴같이 보이지만 수레바퀴가 아니고 큰 원 안의 중앙에 둥근 원이 있고 그 중앙의 둥근 원은 보주로, 보주에서 빛(영기)이 햇살같이 뻗어나가는 조형을 나타낸 것이다. 이 역시 중앙의 보주(寶珠)는 영기가 충만한 둥근 모양이지 보석이 아니다. 이 보주라는 용어 역시 다음 회에서 다루려고 한다. 간단히 말하면, 보주에서 발산하는 영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ㄷ. 절벌라는 바로 금강저(金剛杵)를 가리키는데 이 금강저 역시 무기나 막연한 깨달음이 아니고, 상징이 매우 큰 만물생성의 근원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역시 다음 회에서 충분히 다루려 한다. 금강저라는 용어가 왜 옳지 않은지 자세히 밝힐 것이다.

그러므로 〈일체경음의〉에서 다룬 여러 상(相)들은 결국 모두 물, 즉 우주의 순환하는 대생명력 즉 만물생성의 근원으로 귀결할 수 있으므로, 모두 경배의 대상으로 될 수 있어서, 그 여러 상(相)들이 불감이나 건축에서 여래나 보살의 자리에, 이슬람 미술에서는 알라 신(神)의 자리에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이다.

앞 회에서 이라는 조형과 관련된 용어를 정리하면 이상과 같다. 근대에 서양에서 펴낸 불교 사전에서 범어와 영어 해석에 의해 겨우 용어의 단서들을 알고 다시 내가 그 약간의 오류들을 바로 잡아 가면서 이 연재를 3회에 걸쳐 쓰는데 한 달이 걸렸다. 의 조형은 제1영기싹-보주-용(龍)-금강저 등 큰 주제들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그런데 〈일체경음의〉에는 매우 중요한 점을 시사하는 바가 있어서, 원래 이 우선(右旋)임을 알 수 있었고 관련된 상(相)들로 해서 의 조형적 상징을 비로소 밝힐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란 모양은 우주의 가득 찬 대생명력[물]의 역동적 대순환을 가리키는 만물생성의 근원을 조형적으로 나타낸 것이므로 그 자리에 도가사상이나 불교사상의 가장 중요한 개념들 즉 여래나 보살, 태극[道] 등이 대신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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