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원성 보살의 바라밀 일기

광목천 법복만 평생 입은 스님
자연의 고마움 늘 생각해야


스님의 광목 법복

부부동반 모임에서 가을 나들이로 경산 반룡사에 다녀오기로 했다. 반룡사에 도착 했을 때였다. 한 여인이 취재팀과 함께 원효대사에 관한 다큐를 촬영하고 있었다. 이 여인은 미국에 거주하는 교민으로 우리 한국의 불교와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불교를 홍포하거나 문화를 알리는 사람이 많지 않아 늘 아쉬워했는데, 이런 서원을 가진 사람이 있다니 놀랍기도 하고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불교가 없었다면 우리가 무엇으로 역사를 말 할 수 있으며 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골짝마다 절이 있고 그곳엔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있다. 좀 더 가까이 피부로 느끼며 아껴야 할 자랑스러운 유산임을 인식하고 알려야 할 것이다.
또한 부처님의 말씀을 받들어 세상에 많은 가르침을 남긴 선지식들의 업적들도 종교를 떠난 우리의 자부심이며 유산임을 알리고 싶다.
이곳 경산은 원효 스님의 삶이 묻어있는 스님의 고향이다. 그녀는 설총이 자랐다는 반룡사의 전설을 바탕으로 홍보 다큐를 제작하여 미국사회에 한국을 알리려고 한다고 했다. 불자로서 너무나 반가웠다. 앞으로도 더 많이 한국의 문화와 불교를 세계만방에 알리어 큰 스승이 계셨던 나라, 또 큰 스승님이 계시는 나라로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 일행은 다음 행선지인 은해사로 향했다. 법당 참배와 각단 예배를 마친 후 주지, 돈관 스님을 찾았더니 출타중이라 만날 수가 없었다. 자주 뵙지는 못해도 나는 스님의 지극한 효심을 보고 존경하게 되었다. 일타 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신 스님은 그 큰 키에 언제나 광목천으로 승복을 고집하셨는데, 그것은 은사 스님을 기리는 마음에서 라고 했다. 사미계를 받게 되었을 때 큰 스님께서 손수 광목천을 떠와서 먹물을 들이고 또 직접 재단하여 보름동안을 연비한 손가락 하나로 밤낮으로 기워서 옷을 만들어 입혀 보냈다고 한다. 옷은 아무래도 행자였던 스님의 맘에 들지 않았고 할 수 없이 그 옷을 입고 갔을 때 같이 수계를 받는 도반들은 모두가 기름이 흐르는 기지 천으로 너무나 잘 차려 입고 와서 자랑하니 부끄럽기까지 했다고 했다. 그렇게 별로인 기분으로 지족암 가는 길에서 어느 스님이 “그 옷보다 이 옷으로 바꿔 입으라”는 말을 듣고 냅다 기분이 좋아져 바꿔 입고 큰 스님께 자랑했다가 그 인자하시던 큰 스님이 크게 노하여 하마터면 그날로 쫓겨나 중노릇도 못 할 뻔 했다고 술회하던 일이 떠올랐다.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아직 절집 생활이 몸에 배지도 않고 겉멋만 들어 어떻게 수행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스님은 그때야 그 뜻을 알고 그날부터 바로 입을 꼭 다물고 “내 평생 기지 옷을 입지 않을 것이며 스승님이 해 주셨던 광목천으로만 옷으로 입을 것이다.”라고 맹세했다는 이 말을 듣고부터 그 추운 겨울날에도 풀이 빳빳한 광목옷을 입고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렇게 자기와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스님이기에 나는 스님을 존경하게 되었던 것이다.

부산 불꽃 축제에서
부산에는 ‘부산국제영화제’, ‘팔관회’, ‘자갈치축제’ 등 알려진 축제들이 여럿 있다. 이맘때면 불꽃축제가 열리는데 화려한 볼거리가 있어 좋다. 이번엔 더욱 다양하고 화려한 불꽃으로 축제가 진행될 것이라는 광고를 보고 도반들과 축제가 열리는 광안리를 찾았다.
일찍 가야만 좋은 자리를 택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김밥과 과일 등 음식을 잔뜩 준비하여 이른 시간부터 자리를 깔고 앉아 수다를 떨며 밤이 되길 기다렸다.
오늘따라 따뜻한 날씨에 파도도 얌전하게 밀려왔다. 해가 질 무렵 바다는 은빛으로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고 있었다. 우리는 폭신한 모래위에 누워 하늘을 봤다. 너무도 맑고 깨끗한 하늘에는 흰 구름이 유유히 떠가고 있었다. 즐겨 흥얼거리는 시 한 구절 읊었다. “마음은 하늘이고 생각은 구름이어라. 마음은 바다이고 생각은 파도여라.” 사람의 본시 마음은 저 하늘처럼 맑고 깨끗 할진데 구름이 하늘을 가릴 뿐이고 마음은 언제나 여여한 바다와 같은데 파도와 같은 생각이 마음을 흐리게 한다는 뜻으로, 오늘 이 장소에 딱 어울리는 시다.
점점 시간이 가까워지니 사람들이 모여들어 해변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여러 해 동안 해오던 행사로 알려져 외국인 관광객들도 꽤 많이 왔다. 여기저기서 밀려들어오는 사람들로 불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안전 요원들이 더욱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우린 “일찍 잘 왔지?” 하면서 마주보고 행복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밤 8시가 되어서야 불꽃놀이가 시작 되었다. 팡팡 불꽃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는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환호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너무도 아름답고 황홀한 저 불꽃들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신기하만 했다. 그러나 이곳 물고기들은 또 얼마나 놀랐을까 걱정도 되었다. 나의 말을 들은 도반들은 “이곳의 물고기들은 해마다 이맘때에 하는 행사인줄 다 알고 있을 거야”고 했지만 나는 왠지 먼 곳으로 도망쳐 버렸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해변 위에 가득 찬 인파를 보면서 우리가 이렇게 흥겨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은 것이 모두 자연의 덕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늘 자연의 고마움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사는 것 같았다. 짧은 시간이라도 자연의 고마움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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