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卐(중)

여래나 보살의 가장 중요한 곳, 이마와 정수리와 손과 발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이라 할 수 있는 가슴에 큰 卍이란 영기문의 조형을 표현한 것은 필경 대단히 중대한 상징을 보여주고 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래의 발자국에도 卍이 표현되어 있다. 왜 영기문인지는 차차 알 수 있다. 불교미술 뿐 만 아니라 모든 장르의 미술품에는 卍이나 의 조형이 있는데, 요즈음은 모두 卍字라고 부른다. 글씨라는 이야기다. 지금 이 연재는 문자언어의 오류를 고치고 있는데 원래 글자가 아닌 것을 후대에 문자언어로 바꾸어 오류를 더 해가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조형언어를 해독하여 가는 과정을 그림으로 그려 보려한다.(그림 ①)

그림 ① 에서 오른 쪽으로 도는 이라는 조형의 기원과 전개를 자세히 다루어보려 한다.

① 모든 영기문은 오른 쪽으로 도는 제1영기싹으로 부터 시작한다.

② 그 조형을 여러 번 반복하면 여래와 보살의 이마 한 가운데의 백호(白毫)가 되는데, 여래와 보살의 이마에 흰 털이 날 리 없다. 그것은 이마에서 강력히 발산하는 영기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조형은 조각으로 나타낼 때는 둥근 보주로 변하는데 왜 그러한지는 다음 연재에서 다루려 한다.

③ 제1영기싹을 면(面)으로 엇물리게 하여 회전시키면 나머지 조형은 자연히 생겨 우리가 아는 태극이 성립한다.

④ 제1영기싹의 면을 세 개 엇물리게 하여 회전시키면 삼태극(三太極)이 되고

⑤ 제1영기싹의 면을 네 개 엇물리게 하면 사태극(四太極)이 되는데 숫자도 중요하지만 요점은 우주의 대순환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⑥ 제1영기싹을 상하좌우(上下左右) 사방으로 연이어 만들면 전체적으로 오른 쪽으로 도는 강력한 영기문이 된다. 즉 확산하면서 순환하므로 우주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가장 적합한 조형이라 할 수 있다.

⑦ 여래의 가슴에 표현하는데 있어서 ⑥처럼 돌돌 말린 조형보다는 직선적인 조형이 굳세고 남성적이어서 더 잘 어울릴지 모른다. 이렇게 하여 이란 조형이 성립했다고 생각한다. ⑦’는 면(面)으로 그린 것으로 바로 이것을 여래와 보살의 가슴에 표현한다.

⑧ 의 각각 네 끝 마다 꺾이면서 ⑥의 조형에 가까워진다.

⑨ 끝이 한 번 더 꺾어지면 ⑥의 조형과 근본적으로 일치하여 순환의 상징을 더욱 강하게 나타낸다. 그러므로 여래의 가슴에 위의 어느 것도 표현할 수 있다.

일렁이는 파도는 물을 상징한다

그림 ②의 ⑩에서 제1영기싹이 연이어져서 파도를 나타낸다. 제1영기싹은 물을 상징하는데 이 진실은 인식의 문제이므로 지식으로 전하기 어렵다. 어느 제자는 2년 동안 나의 가르침을 받아왔었는데 2년 만에 제1영기싹이 물을 상징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다. 즉 제1영기싹은 현실에서 보는, 봄에 땅을 뚫고 나온 싹이 아니다. 물론 그 싹이지만 형이상학적으로 변화된 고차원의 추상적 조형이다. 그리고 그저 잔잔한 물은 표현하기 어려우므로 이렇게 제1영기싹을 연이어 조형을 만들면 대개 파도를 연상하지만 파도는 실은 ‘물’, 즉 ‘만물생성의 물’을 상징한다. 즉 ‘파도=물’이다. ‘영화(靈化)된 물’이다. 그래서 이러한 조형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다. 더구나 용(龍)은 물을 상징하므로 용의 지느러미는 파도무늬이다. 일본 기또라 고분의 용 그림에서 지느러미는 바로 이런 조형이다.(그림 ③) 그러므로 지느러미가 아니다.

위에 든 그림 ①의 9개의 모든 조형의 전개는 오른 쪽으로 휘도는 제1영기싹에서 시작하여 전개하였으므로, 모두 ‘오른 쪽으로 도는 물’을 상징한다. ①과 ⑦의 조형은 근본적으로 같다. 대상이 중생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보는 卍의 형태가 많으며 글자인 卍字라고 부른다. 그런데 대상을 바라보는 중생의 입장에서는 이란 조형, 즉 제1영기싹이 넷이 모여 오른 쪽으로 휘도는 영기문이 맞다. 즉 여래를 경배하는 중생의 입장에서 보는 형태로 표현해야 중생을 먼저 배려하는 불교사상과도 일치한다. 처음에는 경전에 있는 대로 이란 조형처럼 우선(右旋: 오른 쪽으로 도는 것)이어야 하는데 언젠가부터 좌선(左旋)의 卍字라는 조형이 많이 쓰이게 되었으므로 사람들은 혼란을 일으키게 되었다. 즉 후대로 갈수록 오류가 정착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은 무엇을 나타내는 조형일까. 그것은 대생명력(물)이 우주 공간에서 오른 쪽으로 이루어지는 대 순환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여기에서 만물이 생긴다. 따라서 여래가 만물의 근원이므로 ‘=여래’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그래서 여래의 가슴에 큰 이란 조형이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화에 흔히 보이는 卍字는 잘못된 조형이다.

이 이라는 조형을 연이어 상하 좌우로 확산시키면 다음과 같은 기원 전 로마의 작품이생겨난다.(그림 ④) 우리나라의 능화판으로 찍어낸 책 표지에는 옆으로 기울어진 의 모양을 연이은 조형이 매우 많다.(그림 ⑤) 그 영기문에서 연꽃, 서각 등 8보(칠보가 아니다)가 화생한다. 즉 8보가 물에서 화생하는 것이다. 물에서 만물이 탄생한다. 여래에서 만물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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