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외기도공간은 청정, 무염해야 신심이 난다. 하지만 대부분이 너무 소란스럽고 지저분하다. 사진은 서울시 ㅎ사찰의 야외 기도공간이다.
불자들은 사찰에 오면 산문을 지나면서 마음을 가라앉혀 부처님을 만날 준비를 한다. 법당에 들어가기 전에 마음을 다스려 삿된 생각을 없앤 다음에 부처님을 만나야 본인이 원하는 기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찰의 기도공간은 그 사찰의 주불을 모신 법당을 비롯해 관음전, 지장전, 삼성각, 칠성각 등 다양하다. 이렇게 건물의 형식을 갖춘 실내 기도공간도 있지만 야외에 부처님을 모신 야외 기도공간도 적지 않다. 특히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큰 암반에 부처님을 새긴 마애불이 있는 경우에는 오래전부터 특별한 기도공간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법당에 모신 불보살도 조성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엄청난 규모의 마애불을 조성하는 것은 더욱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야외기도공간은 야외에 조성된다는 환경적 특성 때문에 유지관리가 어렵다. 먼지도 많이 앉고, 지금 같은 가을철에는 낙엽도 많이 떨어지게 되며, 겨울에는 눈도 쌓인다. 그러나 야외기도공간은 자연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의 힘이 작용하여 기도력이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기도공간의 대부분이 자연에 노출된 야외법당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말의 뜻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조금 유명하다고 하는 야외기도공간을 가본 사람이라면 너무나 복잡하고, 소란스럽고 청정하지 않은 환경에 놀라게 된다. 이러한 곳에서 어떻게 기도를 하나? 이러한 공간에서 기도를 해서 과연 내가 발원한 것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방석이 너무 지저분하여 앉기가 민망한 경우도 있고, 바닥이 지저분하여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한 공양을 올린 촛불과 향이 무질서하고 지나치게 많이 꽂혀있어 자기 것을 꽂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연등을 달기 위해 설치된 철제 가설물이 불안해 보이기도 하고, 걸어놓은 연등 때문에 마애불을 볼 수 없는 곳도 있다.

11월 7일은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날이다. 모든 사찰에서는 아들, 딸 수능시험 잘 보게 해달라는 어머니의 절절한 기도가 절정이다. 특히 영험이 있다는 부처님이 계신 야외기도공간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어머니들의 기도가 이어진다. 이러한 야외기도공간이 조금 더 정갈하고, 질서 있고, 정돈이 잘 되어 있다면 기도하는 어머니들이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행복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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