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전속 신이한 이야기(43)-보달왕이 부처님을 만나 도를 이루다

부연국에 보달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부처님의 법을 받들어 언제나 치우치거나 그릇됨이 없었고, 항상 자비스러운 마음으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3존을 모르는 것을 가엾게 여겼으며, 항상 재계(齋戒)할 적에는 높은 누관에 올라서 보다가 뒤로 돌아서 반드시 머리를 조아리고 예배를 했다.
나라 안의 신하와 백성들은 왕의 이러한 것을 괴이하게 여기어 다 함께 의논했다.
“왕은 만백성의 어른으로 계시며 멀고 가까운 이가 공경하고 승복하며, 왕위에 오르게 되면 백성이 복종할 것인데, 무엇을 청하고 바람이 있기에 위의를 욕되게 하면서 머리를 땅에 대며 절을 하실까?”
신하들은 간하려 했으나 감히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관민 수천과 함께 궁을 나오는데 얼마 오지 않아서 한 도인을 만났다. 왕이 연에서 내려와 예배하니 그 군중들도 따라서 그에게 예배했다. 이내 같이 돌아와서 음식을 준비하여 놓고 신하들은 간하였다.
“대왕은 지극히 높은 분이신데, 어찌하여 길에서 그 거지 도인에게 머리를 땅에 대고 절하셔야 합니까? 사람의 머리와 얼굴은 천하에 존귀한 것이고 게다가 국왕은 다른 이들과는 같지 않으십니다.”
왕은 신하들에게 명했다.
“죽은 사람의 머리와 여섯 개의 짐승의 머리를 구하여 오너라.”
이리하여 신하들이 두루 찾아 여러 날이 걸려서야 비로소 왕이 명한 것을 구해왔다. 왕이 말했다.
“저자에 가서 팔아 오너라.”
신하들은 팔러 갔으나 소와 말과 돼지와 양의 대가리는 모두 팔렸는데도 사람의 머리만은 팔리지 않았다. 그러자 왕이 말했다.
“귀한 것과 천한 것을 팔러 갔으나 그렇게 팔리지 않으니, 거지에게나 쓰게 하라.”
이렇게 하여 며칠을 지나면서 팔았지만 팔리지도 않았고, 거지도 가져가는 이가 없자 머리는 모두 띵띵 부풀면서 냄새가 났다. 왕은 이내 크게 노하여 신하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이 말하기를 ‘사람의 머리는 가장 존귀해서 욕되게 할 수 없다’고 하더니, 이제 사람의 머리를 무엇 때문에 거지조차 가져가는 이가 없느냐? 곧 명하니, 수레를 차려라. 너른 못 가운데로 나가 물을 것이 있다.”

삽화=강병호
그리하여 여러 신하들이 두려워 떨면서 성 밖으로 나가자,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나의 선군 때에 언제나 일산(日傘)을 붙잡고 있던 어린아이를 아는가?”
신하들은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왕이 말했다.“이제 그 아이가 어디에 있는가?”
“죽은 지 17년이 되었습니다.”
“그 아이의 사람됨이 착했던가? 나빴던가?”
“신 등이 항상 그를 보았는데, 선왕을 받들어 섬기면서 재계와 공경과 정성스런 믿음으로 제 몸을 지켰으며, 법이 아니면 말하지 않았습니다.”
왕은 신하들에게 말했다.
“이제 만약 그 아이가 있을 때 입었던 옷을 보면 알아보겠느냐?”
“비록 오래되었으나, 신 등은 본디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왕이 죽은 어린아이의 옷을 가지고 나오게 하면서 말했다.
“이것이 그것인가?”
“그것입니다.”
“이제 만일 아이의 몸을 보게 되면 알아보겠느냐?”
신하들이 한참 만에 대답했다.
“신 등은 어슴푸레해서 갑자기 보면 분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전에 만났던 도인이 왔다. 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그 도인에게 말했다.
“머리를 팔려 했으나 걸인도 가지지 않았으므로 이제 그 본말을 보이려 하는데, 다행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들을 위하여 깨우쳐 주십시오.”
그러자 도인은 이내 신하들을 위하여 말했다.
“왕은 본시 선왕 때에 일산을 붙잡았던 어린아이입니다. 언제나 선왕을 따르면서 재계하고 바른 법을 받들어 행하였으며 깨끗하게 뜻을 수호하여 모든 악행을 범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뒤에 죽어서 왕자로 태어났다가 이제는 존귀하게 되었는데, 모두가 전생에 재계를 행한 까닭입니다.”
신하들이 다함께 말했다.
“우리들은 다행하게도 도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어리석음을 가엾이 여기시어 제자가 되게 하소서.”
도인이 백성들에게 말했다.
“나에게는 큰 스승이 계십니다. 그분에게서 받고 물으셔야 합니다.”
여러 신하들이 말했다.
“이 목숨이 다하기까지 한 번이라도 법의 말씀을 받게 해주십시오.”
도인이 말해다.
“나의 스승임의 명호는 부처님이라 합니다. 공중을 날 수 있고 정수리에는 광명이 있으며, 몸을 분산시켜 만 가지로 변화하고, 홀로 삼계(三界)를 거닐어서 짝할 이가 없으며, 문도들은 깨끗하여 모두가 사문이고, 그 가르치신 바에 의해 지도되고 해탈되어 허망하지 않습니다.”
신하들이 도인이게 물었다.
“부처님을 어떻게 뵐 수 있습니까?”
“6천 여리쯤에 계십니다.”
도인이 날아서 사위국에 도착해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일 가겠다.”
그리하여 부처님과 비구들은 부연국에 와서 거룩한 신력을 보였다. 왕과 신하들은 꽃과 향을 가지고 성을 나가 부처님을 맞았으며, 부처님의 거룩하고 신령함을 보고 기뻐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면서 머리 조아려 예배했다. 왕은 마음을 다해 공양을 베풀고 손수 나르며 씻을 물을 올렸다. 축원을 마치고 부처님께서 웃으시니 입에서 오색의 광명이 나오자 아난이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허망하게 웃지 않으십니다.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옛날 마하문불 때에, 왕은 큰 장자 집안의 아들이어서 그 아버지가 3존께 공양하면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명하여 향을 전하게 했다. 그때 어느 한 시자를 마음속으로 가벼이 여겼기에 그 향을 주지 않았었다. 죄와 복은 향응이라 잠시 동안 부림의 과보를 받았으나 법 받들기를 그만두지 않았기에 이제 왕이 될 수 있었으며, ‘만약 내가 도를 얻으면서 이 사람들을 제도하리라’고 했었다.”
이 본말을 말씀하시자, 뜻이 이해되어 이내 수다원이 되었으며, 나라 안의 백성들은 모두가 5계를 받고 10선을 행했다. (〈조달왕경〉에 나온다.)
동국대역경원 발행 〈경률이상〉에서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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