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서 고찰을 가다- ① 교토 산주산겐도

33개 기둥 세워진 사찰 본당
1001체의 천수관음보살 조성
한량없는 자비심 일깨우는 듯


▲ 본당 안의 1001체의 천수관음상 중 일부. 빼곡이 들어선 불상들의 호상은 모두 다르다.
1001. 바로 일본 교토의 유명 고찰 ‘산주산겐도(三十三間堂)’에 모셔진 목조 관세음보살상의 개수다. 교토국립박물관 건너편에는 ‘산주산겐도’는 말 그대로 본당 건물의 정면 기둥이 33개로 이뤄진 것에서 유래됐다.

본당의 길이만 118m에 달하는 이 사찰의 본래 이름은 ‘렌게오인(蓮華王院)’이지만 33개의 기둥으로 이뤄진 본당 건물이 유명해 ‘산주산겐도’로 부르고 있다. 1164년에 고시라가와(後白河) 법황이 1001체의 관음상을 안치하기 위해 세운 것이었으나 현재의 건물은 13세기 중엽에 재건된 것이다.

무엇보다 ‘산주산겐도’의 가장 압권은 본당 안의 1001체의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이다. 법당 중앙에는 천수관음좌상의 중존이 안치돼 있고, 그 좌우로 500체씩의 총 1000체의 천수관음입상이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서 있다.

맨 앞에는 일본 특유의 풍신(風神)과 뇌신(雷神)상 등 역사(力士)상이 있다. 이 천수관음상들도 법당과 함께 13세기 중엽에 대부분 다시 조성된 것들로 당시 교토와 나라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가마쿠라(鎌倉) 시대의 작품이다.

모두 금박을 입힌 목상인 천수관음상은 40개의 팔이 있는데 각각의 팔이 25개의 세상을 구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관세음보살은 인간 세상에 응신할 때 33가지의 모습으로 화현한다고 한다. 1001체의 관세음보살을 모신  ‘산주산겐도’ 본당의 기둥이 33개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중앙에 안치된 본존 천수관음좌상은 단케이 스님의 작품으로 그 높이가 3m에 달한다. 나머지 불상들도 단케이 스님을 중심으로 한 당대 최고 불모(佛母)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한다. 

▲ 건물의 길이가 118m에 달하는 ‘산주산겐도’의 본당. 이 안에는 1001체의 관음보살상과 이를 수호하는 역사상들이 함께 봉안돼 있다. 실제 역사상들은 모두 일본의 국보로 등록돼 있다.
실제 단케이 스님의 필생의 대사업은 바로 ‘산주산겐도’ 의 불타버린 천수관음상들을 다시 조성하는 것이었다. 스님은 수리 총책임자가 돼 교토와 나라에서 활동하던 공방의 불사들을 이끌고 천 구의 천수관음상의 조성에 착수했다. 새로 조성됐던 800체 이상의 관음상에 대한 많은 조성 기록이 남아 있어 당시의 조각 상황을 잘 전해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나라 공방의 작품들은 대체로 옷 주름 처리에 움직임과 변화를 보이고 얼굴 표현도 팽팽해 힘찬 느낌이 나고 교토 공방의 작품들은 부드러운 헤이안 후기 작품의 명맥을 잇고 있다. 

건물 끝에서 보면 나란히 줄지어 있는 천수관음의 모습이 무척이나 경의롭다. 거기다 천수관음상의 얼굴은 모두 다르게 생겼다.

‘당시의 불모(佛母)들은 불상의 얼굴을 만들면서 어떤 생각과 감응 속에서 조성하였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저 많은 불상 속에는 자신에게 살갑게 다가오는 얼굴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동감과 장엄함은 ‘산주산겐도’ 본당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불상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산주산겐도’의 천수관음은 그 자리에 모여 있을 때 그 가치가 빛을 발한다.

〈관세음보살 보문품〉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관세음보살에 대해 “한량없는 백천만억 중생이 갖가지 괴로움을 당할 적에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한 마음으로 그 이름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은 즉시에 그 말을 관하고 모두 해탈케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막부정치가 시작되고 일본의 정국이 혼란으로 치닫고 있었을 가마쿠라 시대. 당시 불모들은 무슨 염원을 담아 1000구의 관음보살상을 조성했을까? 불보살의 가피를 받아 치정자들의 폭정에 시달리고 있었을 민초들에게 희망을 주려는 시도였을까?

‘불보살님은 때때로 은근하게 우리 앞에 나타난다’는 명훈가피(冥熏加被)의 명제처럼 눈 앞에서 불보살을 친견 할 수 없지만 보이지 않은 부분에서 보살펴 주고 있다는 염원이 1천 천수관음에 담겨있는 듯하다.
그 염원은 800여 년이 흐른 지금에도 ‘산주산겐도’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도저하고 담담하게.
<이 원고는 조계종 교육원 승려 연수프로그램의 후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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