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화 사회-왜 노인 포교인가

고독사·외로움 보고만 있을 것인가
‘아름다운 회향’ 동행…진정한 동체대비
불자노인들 개종…노인 포교 빨간불
사찰노인법회·노인대학 개설 급선무

▲ 서울노인복지센터서 개설한 난타반에서 난타를 배우며 어르신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인구 구조는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단어의 등장이 매우 빈번하다. 이미 2000년에 노인 인구가 7%를 넘기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20년에는 16%를 넘기며 고령사회로, 2050년에는 38%를 넘기는 초고령 사회가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현재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125만 명으로 전체 노인의 20%가 넘는다.

노인문제는 이제 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노인 자신은 물론 청장년층까지도 노후 생활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이는 특히 생로병사의 고통 가운데 노병사와 같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현상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종교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특히 불교는 이를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자원이 가장 풍부해 노인포교에 매우 유리한 입장이다. 종교인구의 연령대 분포를 보면 불교는 타종교에 비해 노인층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그동안 안이한 생각으로 노인포교를 등한시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 틈을 타서 타 종교로 개종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어 노인포교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대다수 복지관에 의존… 사찰은 봉은사 뿐
노령인구 증가에 따라 개신교, 천주교는 이미 노인대학 활성화 등 ‘실버선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니 사활을 걸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본지 조사결과 신도교육기관인 불교대학은 많아도 노인을 주 대상으로 활발하게 운영중인 노인대학은 강남 봉은사서 운영하는 연화불교대학 한 곳 뿐이다. 이외에도 부산 홍법사는 평생교육원을 개설했으며, 총지종도 경로대법회를 정기적으로 열고있다. (사)한국노인대학복지협의회에 소속된 132개 교회가 노인대학을 설립 운영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개신교측이 노인선교에 열성적인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우리나라 노인들 다수가 불자이기 때문이다. 50세 이상 종교인 중 개신교(18.5%)나 천주교(8.4%)에 비해 불교가 37.1%로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불교계의 두드러진 노인 신도 강세를 추월하겠다는 속내다. 불교계는 분명 긴장해야 할 때다. 만일 개신교가 적극적인 노인 선교를 펼친다면 격차가 점차 줄어들게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이런 실정인데도 우리 불교계는 현재 손을 놓고 있다. 조계종 포교원에는 ‘노인포교 담당자’ 조차도 배정돼 있지 않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불교대학 수강생의 연령대가 높아 특화된 노인포교 대책 수립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포교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물론 자원봉사 공유, 포교사단 활동 등 간헐적인 노인 포교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노인복지 포교 자체에 초점을 맞춘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종책은 이렇다할 게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일선 노인 포교 전문가는 “현재 노인 복지 포교는 거의 사찰서 위탁받은 일선 노인 복지관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다”며 “사찰도 어린이와 노인들이 서로 손잡고 할 수 있는 법회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어린이들에게는 효심을, 노인들에게는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노인불교대학, 사교의 장 활용 가능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동배 교수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 10명 가운데 8명(78.8%)이 취업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마련(36.1%)이며, 경제적 여유를 위함(27.2%)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이런 욕구 충족의 큰 대안으로 포교 전문가들은  사찰내 노인불교대학 설립을 꼽는다. 노인들에게 가장 큰 적은 고독과 외로움인데 사교 및 자아실현의 장으로 활용되면 이런 문제를 단박에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처님 가르침을 통해 살아온 인생을 반추하며, 올바른 인생의 회향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대두된다. ‘아름다운 회향’을 불교가 동행해준다는 것은 바로 진정한 동체대비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교회의 노인대학 발전방안은 주목을 끈다. 합천제일교회는 △노인들 위한 교육과 후생복지 향상 △병든 노인 위해 가정 찾아가는 재가 호스피스 △노인들 위한 일터 마련 및 일감 제공 △종합복지시설(실버타운) 건립 △교회당 내 무료 영안실 설치 등 장묘문화 개발 등 구체적인 장기마스터플랜을 제시한다. 무엇보다도 노인들의 외로움을 파고드는 이 같은 전략으로 선교에서 커다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불교계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사례다.

최근 5년간 노인대학을 운영해 온 강원도 홍천의 에덴 교회도 자체 조사결과 처음에는 노인들 대부분 불자로 개신교에 대한 배타성이 강했지만,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는 노인대학 운영 이후 교회에 대한 선입관이 줄어드는 현상을 목격했다는 내용을 지역 신문에 인터뷰하기도 했다. 이런 작금의 현실을 직시하면 2013년 현재 우리 사찰들이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60청춘, 70 장년’이란 말처럼 노인들은 이제 자신들을 더 이상 노인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의학과 생명공학의 발달과 각 가정의 짐이 아닌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갖췄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사찰이 노인복지와 포교의 새로운 무대가 되고, 사찰이 노인들의 사회복귀 및 참여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 은평노인복지관의 ‘찬반공방’행사 모습.
삶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해야
영남불교대학 우학스님(관음사 회주)도 “사찰이 노인들이 선호하는 염불이나 기도보다는 교리공부나 마음공부, 참선 등에 치중하는 것도 문제”라며 “노인들의 염불이나 절 등의 신행활동이 불교를 기복불교로 만들고 있다는 교계의 그릇된 인식이 노인들의 신행생활을 가로막는 큰 장애”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미타선원장 정산 스님은 “천주교나 개신교의 경우 공원묘지나 납골당 같은 노인들의 장례문제 해결을 통해 노인신자들의 신행활동을 보장해 주고 있다”며 “노래 배우기, 성지순례, 바리스타 양성하기 등 삶을 즐기고 구직에 필요한 각종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적극적으로 선교활동에 나서는 것도 우리 불교가 벤치마킹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교계도 노인 불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노인포교를 성공적으로 일구어 가는 곳도 있어 크게 실망할 단계는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인덕원과 효림원 등 노인복지시설과 서울노인복지관 및 광진노인복지관 등 사찰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노인복지관들이다. 서예배우기, 영화제작하기, 노래와 춤배우기 등각종 노인프로그램을 개발해 호응도가 높다.

오복경 죽림노인요양원 원장은 “노인들은 외로움과 고독감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도 많은 점을 감안해 사찰내에 ‘삶의 이야기방 설치’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불교인이든 아니든 마음 속의 힘든 고통을 들어주는 열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노인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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