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듣는 노인 포교 방안

불교계 노인 복지 인프라 높아
독거노인 재가 시설 확충 필요
노인 23%만 종교생활 욕구 응답
일선 사찰들 노인 대학 개설하고
종단, 오감 만족 콘텐츠 개발해야


노인 계층 포교 성공할 수 있어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노인 포교는 한국불교의 당면과제이다. 하지만 정작 노인 인구의 종교적 욕구는 낮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닐슨컴퍼니코리아에 의뢰해 조사한 ‘2012년 고령친화산업 욕구조사’에 따르면 종교활동을 활발히 하는 노인은 29.2%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종교가 노인 인구에 대한 복지와 포교·신행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사회복지법인 인덕원 대표이사 성운 스님은 불교계 노인 포교와 복지의 필요성은 몇 번을 말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강조했다.

성운 스님은 “현재 노인 인구가 600만 명에 이르고 그 중 70%가 빈곤 계층이다. 노인 빈곤 계층 대부분은 독거노인들”이라며 “불교계의 노인 복지관의 경우 생활 시설과 이용시설은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왔지만, 아직 재가 시설은 부족하다. 이 부분을 지역 일선 사찰이 보완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교 신도 중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60%를 상회한다”면서 “한 평생을 불교 신도로 살아가다 마지막에 이르러 개신교, 가톨릭 요양병원 등을 이용하기 위해 타종교로 개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불교계도 노인 인구를 위한 종책적 방안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 포교의 현실에 대해 김응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는 “사찰에서 사십구재와 천도재 등 임종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지만 임종 전 스님과 신도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때는 무관심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인 포교의 문제점은 노인불자들이 참여하는 조직 부재에서 비롯된다”며 “또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노인만을 대상으로 포교가 진행돼 오랫동안 사찰에 나와도 병이 들어 사찰에 나오지 못하면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응철 교수는 “호스피스 서비스와 상조가 불교계에서 포교대안으로 자리잡지 못한 것은 이 같은 것들이 봉사의 한 방법일 뿐이라는 인식 때문”이라며 “상조모임과 호스피스 등이 사찰에서 연계되면 필요한 경우 적극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종로노인복지관장 정관 스님 역시 “한국불교는 할머니들의 신심 속에 다져진 종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지금 노인 인구가 불교계에서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들은 불교계 큰 자산이다. 일선 사찰에서 신심을 잃지 않도록 늘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관 스님은 가톨릭의 레지오를 예를 들고 봉사와 신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시스템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지오는 입교 권면부터 불우 이웃 돌봄, 사회 봉사 등을 함께 하는 가톨릭만의 신도 프로그램이다.

정관 스님은 “불교계도 어르신들의 눈높이를 맞춰언제든지 사찰에 오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사찰에 못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직접 신도들이 다가가서 병원도 함께 다녀주고 어려움을 해결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수종합복지관장 상덕 스님은 어르신들이 정신적 행복을 찾게 해줄 수 있는 방안을 불교계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덕 스님은 “물질적인 지원은 많이 이뤄진다. 이제는 정신적인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불성 복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어르신들의 삶의 욕구를 증장시키고 자존감을 회복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2005년 마곡사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지혜나눔 9차 템플스테이에서 참가 어르신들이 명상 수행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말하는 노인 포교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일선 사찰의 노력을 요구했다. 노인 대학 개설을 통해 자연스럽게 노인들이 사찰에서 삶을 영위토록 하고, 법회 등 신행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운 스님은 “일선 사찰에 노인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이곳에서 건강, 식생활, 운동 등 다양한 강좌를 개설해 노인들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사찰에서 삶을 영위하면서 자연스럽게 신행과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인들을 위한 법회도 개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관 스님 역시 사찰에 노인 대학을 개설할 것을 제언했다. 스님은 “사찰의 노인 대학은 어르신들이 접하지 못한 것들을 채워주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불교 교리를 설명함에 있어서도 난해한 경전 해설보다는 삶에 도움이 될 사안을 접목해서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 법회도 의식을 한글로 풀어 설명하고 어르신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응철 교수는 “지장회 등과 같이 65세 이상 노인들을 위한 신행활동 단체를 조직하고 함께 기도하면서 신행 공동체를 만들어 주는 노력을 일선 사찰에서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상덕 스님은 노인 포교에 실제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옥수종합복지관에서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붓다의 향기’라는 강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될만 한 이야기들을 불교 교리와 접목해 설명해주는데 반응이 매우 좋다”며 “이 같이 종교색을 너무 드러내지 말고 그들을 감화시켜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은 어르신들도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능숙하다. 시각, 청각 등 오감을 만족할 수 있는 포교 콘텐츠를 개발하고 일선 사찰에 보급하면 노인 계층 포교도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대표 관광문화자원으로 발돋움한 템플스테이에 어르신들을 위한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사실 템플스테이의 경우 어린이·청소년, 가족 등을 위한 프로그램들은 많지만 황혼기를 맞은 사람들을 위한 특화된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성운 스님은 “보통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보면 세대를 청장년?노인을 한 몫에 묶어 있다. 계층을 좀 더 세분화해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관 스님은 “어르신을 위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정적인 것보다 동적이어야 한다. 또래 모임을 만들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즐기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으며, 김응철 교수도 “노인들이 쉽게 체험하면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져야 한다.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동적 명상, 젠 댄스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오복경 충남재가노인복지협회장은 지난 7월에 열린 포교종책연찬회에서 ‘사찰에서의 노인포교 활동 방안’이라는 주제발제를 통해 ‘노인복지주택’과 ‘삶의 이야기방’ 등 사찰이 전개할 수 있는 다양한 방편을 제안했다.

오 회장은 “노인들의 고립을 막기 위해 사랑방 개념의 ‘삶의 이야기방’을 사찰에 설치하고 노인들이 함께 모여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주택인 ‘노인복지주택’을 새로운 불교사회복지시설의 모델로써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인자원봉사단 운영과 사찰의 뛰어난 자연.문화 환경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등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공적 부조가 이뤄지지 않는 노인 복지의 사각 지대를 일선 사찰에서 책임져 줄 것과 종단에서 노인 포교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 일선에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성운 스님은 “현재 노인 포교의 문제점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지만 각 종단이나 지역 교구본사에 노인 관련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면서 “노인 포교를 위해 필요한 제반 사항을 매뉴얼화해 일선에 적용시켜야 한다. 또한 이에 대한 필요성도 대내외적으로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관 스님은 “어르신들은 불교계의 전신인 만큼 일선 사찰 주지 스님이 1:1로 상담하는 등 따듯한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제언했으며 김응철 교수는 “종단에서 성공 사례를 개발하여 종책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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