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노년기에 접어든 어르신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들이 있다. 고독감과 외로움을 비롯해 가족과 주변사람들과의 대화 단절 및 소외감 등이다. 또한 생물학적 노화에 의해 자존감을 상실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우울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고통을 느끼고 있는 어르신들은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인류가 빠른 속도로 노령화 돼 가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 또한 사찰 신행활동을 하고 있는 신도들 대부분이 노인들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인들이 마음 놓고 사찰을 찾아 신행활동을 하거나 계층법회를 진행하는 사찰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특성에 맞는 노인포교를 진행하고 있는 사찰을 소개하고 어르신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 불교계 복지관 리스트를 정리했다. 


노인맞춤 불교대학 운영사찰

▲ 봉은연화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어르신들.

서울 봉은사(주지 진화)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봉은연화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20년 동안 운영되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현재도 평균 100여 명의 어르신이 수강하고 있다. 교육내용은 경전강의, 생활법문, 요가교실, 경전강좌, 민요교실, 성지순례 등 어르신들의 관심사를 반영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봉은사는 연화대학 어르신들이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매년 학기당 6명을 선정해 장학금을 수여한다. 또한 연화대학 재학생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연화시니어봉사단 활동을 통해 어르신들도 지역사회를 위해 도울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준다.

▲ 연화대학 재학생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연화시니어봉사단 활동을 통해 어르신들도 지역사회를 위해 도울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준다.

연화시니어봉사단은 2001년 창립된 단체로 음식물 줄이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달 독거노인을 찾아가 말동무가 되어주고 있으며, 바자회를 열어 마련된 수익금을 소외이웃에 전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봉은사측은 “봉은연화대학은 한평생 불자로 살아온 어르신들의 행복한 노후를 돕는다는 취지로 마련된 특별 교육기관으로, 가정과 사회의 어른으로서 인격을 고양하고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데 목적을 두고 운영되고 있다”며 “연화대학 어르신들에게 종교를 강요하지는 않으나, 연화대학 입학과 동시에 자연스레 신행활동에 동참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포교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홍법사(주지 심산)는 지난 1월 홍법사 평생교육원을 개원했다. (사)한나래문화재단과 동명대와 제휴한 홍법사 평생교육원은 주로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평생교육원은 홍법사가 2004년 개원한 ‘숲속노인대학’을 확대한 프로그램이다.

홍법사는 “고령화시대에 정년 후 40~50년의 삶의 시간을 계획해야 하는 현실이다. 불자들이 여생을 어떻게 행복하고 안락하게 보낼 것인가 고민하다 평생교육원을 개원했다”며 “다양한 지식과 문화적인 활동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불교공부와 더불어 새롭게 거듭나는 삶의 기쁨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생교육원은 노래, 악기, 서예, 한문, 그림, 외국어, 컴퓨터 등을 배우고 닦는 ‘즐거운 공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교육프로그램뿐 아니라 다문화가족행사, 인도문화교류, 몽골지역민을 위한 문화행사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병행하고 있다.


계층별 아카데미를 열고 있는 평화재단(이사장 법륜)은 어르신들을 위한 ‘시니어 아카데미’를 개최한다. 11월 11일~12월 9일 5주 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강좌는 법륜 스님을 비롯해 김홍신 작가,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 이형종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김기진 한국 JTS 대표 등이 강사로 행복한 노후에 대해 강의한다. 정토회는 “저출산 고령화시대로 은퇴자들은 노후의 불안정한 삶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제2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함께 나누고 한국사회가 가야 할 새로운 대안 모델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특화된 행사로 지역 어르신 포교
적지 않은 사찰에서 사찰별로 특성화한 경로잔치와 봉사활동 등을 마련해 어르신에게 불교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 주고 있다.

서울 수효사(주지 무구)는 60세 이상의 어르신들로 구성된 봉사단을 꾸려 매주 100여 가구의 독거노인에게 밑반찬배달 및 반찬조리봉사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어르신잔치, 독거어르신 가정방문 안부 묻기 등 독거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 대구 보성선원은 분기별로 지역 어르신을 위한 장수사진을 찍어 포교하고 있다.

대구 보성선원(주지 한북)은 매월 세 번 지역 200~500여 어르신들에게 점심공양을 대접하고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도시락 반찬을 배달하고 있다. 또한 매 분기마다 어르신 장수사진을 찍어 드리고 있다.
한북 스님은 “노인포교라고 하기 보다는 좋은 일을 하면 자연스레 불교를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을 시작하게 됐다”며 “최근에는 어르신을 모시고 영화관람을 다녀오는 행사도 펼쳤지만 다섯 번에 그쳤다. 왜 극장에 가지 않으시냐고 여쭈었더니 ‘경로당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고도리 치는게 더 좋다’고 하셨다. 보현행원품에 수순중생원(隨順衆生願)이 있다. 이웃의 뜻을 받들라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맞춤형 포교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경남 하동 금봉사(주지 단제)는 매년 2~3회 지역 어르신을 초청해 명사초청강연을 펼치고 있다.
 

“2년에 한번 어르신 모시고 큰잔치”
총지종, 경로법회 열어 노인 공경

▲ 총지종은 노인에 대한 경로사상을 고취하고자 전국에 있는 65세 이상 교도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경로법회를 열고 있다.

총지종은 노인에 대한 경로사상을 고취하고자 전국에 있는 65세 이상 교도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경로법회를 열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여는 경로법회는 올해로 10회를 맞이할 정도로 총지종에서는 전통있는 행사다. 충남 아산ㆍ단양 등 지역에서 1박 2일간 진행되며 장기자랑 및 초청가수 공연, 야외법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총지종은 9월 27일 단양 대명콘도에서 ‘제10회 한마음 경로잔치’를 봉행했다.
전국 65세 이상 교도 800여명이 동참한 이번 어르신 큰잔치는 개회법회를 시작으로 실버 레크레이션, 사원별 장기자랑의 순으로 진행됐다.
개회법회에 이어 실버레크레이션으로 잔치의 분위기를 고조하고, 코메디언 방일수씨의 사회로 각 사원별 장기자랑이 이어졌다.

24개 사원이 참가한 장기자랑은 총지종 교리를 바탕으로 한 연극과 뮤지컬, 무용 등 각 사원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경로법회에 참가한 교도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총지종은 “어르신들을 공경하고 봉양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며 “부처님께서 베푸신 자비의 정신을 구현하고 어르신들을 봉양하기 위해 종단차원에서 방편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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