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모두 새로운 계절 앞에 서야 한다. 계절이 바뀌는 것은 세상이 바뀌는 것이다. 나라의 주인이나 도덕이 바뀔 때처럼, 바람의 이유가 바뀌고 하늘의 깊이가 바뀌는 것도 세상이 바뀌는 것이다. 새로운 계절 앞에 서는 것은 새로운 세상 앞에 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누구에게나 일단 설레는 일이다. 슬픈 마음도 고단한 마음도 변해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산사일 것 같다. 때마침 전국의 산사는 가을축제 중이다. 일주문 앞엔 가을꽃이 피고, 마당에선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바뀐 계절을, 바뀐 세상을 바라보며 바쁜 마음을 잠시 내려놓기에 이만한 곳은 또 없을 것이다. 전국의 산사에서 펼쳐진 가을축제를 화보로 꾸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