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끝> 서구의 불교명상 왜 주목받나

▲ 서구에서는 위빠사나 명상이 마음챙김(mindfulness)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의 형태로 수행단체 뿐 아니라 의료기관과 기업 내 교육기관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림은 존 카밧진의 페이스북에 있는 마음챙김 이미지.

본지는 2013년 신년부터 서구에서 한 트렌드로 잡고 있는 ‘마음산업’에 주목, 북미·유럽 등 서구지역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마음산업 현장을 인터넷과 서적 등 자료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소개했다.
현재 서양에서 불교를 기반으로 한 마음명상교육은 태국, 티베트, 베트남, 일본 등 동아시아 불교가 주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종교로서보다는 새로운 교육과 문화적 대안으로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서구인들이 불교명상 수행을 통한 마음치유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대과학에 상응하는 세계관의 모색, 기독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불교명상 수행을 그들의 방식으로 변형시켜 하나의 교육문화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본지에 소개된 14개의 명상교육 현장은 그 지역에서 잘 알려지고 또 나름의 전통이나 고유의 특색이 있는 대표적인 것들이다. 연재를 마치며 서구 마음명상 수행의 특징을 살펴본다.

 

“동양의 이상을 서양에서 실현하자”
초기불교·티베트 불교 등 영향
의식 등 단순하게 변형·기독교 한계 보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권에서 명상교육 프로그램은 테라와다, 즉 상좌부 초기불교에 기초한 단체들과 일본 조동종,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받은 단체가 주를 이룬다.
단체들은 대부분 서구인들이 직접 세우거나, 동아시아의 불교 지도자들이 포교를 위해 건립한 것들이다. 서구인이 세운 단체로는 미국 통찰명상회(IMS), 영국 휴양명상센터인 샤르팸 트러스트·가이아 하우스, 영국 찌따위웨까 사원, 독일 붓다하우스 등이 있으며, 설립자들은 서구 기성세대의 기존 질서나 권위에 반발하며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동양으로 직접 넘어가 수행지도를 받은 경우가 많다.
동아시아의 불교 지도자들이 세운 단체로는 프랑스 명상공동체 마을 플럼 빌리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젠센터, 스코틀랜드 홀리아일랜드 세계평화센터, 미국 샴발라 센터 등이 있으며, 현지 제자들이 명상교육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서구인들이 참여하는 불교를 기반으로 하는 명상교육의 특징은 국내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첫 번째로, 그들의 생활습관과 사고방식에 맞게 변형시키거나 단순화 시켰다는 점이다.
그 예로 위빠사나 수행의 권위자인 잭 콘필드와 죠셉 골드스타인이 세운 미국 통찰명상회(IMS)는 ‘진정 삶을 바꿀 수 있는 큰 수행을 가능한 단순하게 전하고 싶다’를 모토로 복잡하게 보일 수 있는 의식, 가사 착용, 염불, 종교적 전통을 다 생략하고 명상 수행만 전념하게 하고 있다. 또한 티베트 승려 故 최감 트룽파 린포체가 세운 샴발라 센터에서는 불교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서구인들을 위한 샴발라 교육(Shambala training)을 개발해 종교라는 틀에 들어가지 않고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로, 위빠사나 명상이 마음챙김(mindful-ness)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의 형태로 수행단체 뿐 아니라 의료기관과 기업 내 교육기관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물질 만능주의에 대한 회의, 현대인들의 만성스트레스에 대한 탈피, 정신적 삶의 질 중시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존 카밧진 박사는 1979년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한 MBSR 프로그램을 개발해 미국에서 약 300개 의료기관과 전세계의 750여 의료기관에 도입해 공황장애, 우울증, 섭식장애, 중독질환 등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차드 멍탄은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Google)이 운영하는 ‘내면검색 리더십 교육기관(Search Inside Yourself Leadership Institute)’에서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한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개발 명상프로그램’을 개발해 임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업무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서구의 명상트렌드는 수행을 바탕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돕고 환경문제에 깊이 관여하는 등 사회참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영국 명상 휴양센터인 샤르팸 트러스트·가이아 하우스와 스코틀랜드 홀리아일랜드 세계 평화센터는 다양한 명상 코스를 포함시킨 휴양시설을 제공하면서도, 환경활동 및 보존 자원봉사 활동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미국 뉴욕선원은 사회적기업인 그레이스톤 베이커리를 세워 마약중독자, 저소득층, 미혼모 등 소외이웃을 고용해 삶의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 하트포드 선센터는 에이즈 호스피스 요양시설을 세워 세상에서 홀대 받는 에이즈 환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고 있다.
서구 명상수행가들은 “20세기가 폭력과 혼란의 시대였다면 새로운 세기는 전혀 달라질 것이므로 고래(古來)의 지혜를 일깨워 동양의 이상을 서양에서 실현시키겠다”며 “특히 인간의 우월주의를 버리고 동·식물이 공존 공생할 수 있는 협동의 철학을 창출할 때 대립을 상호협력의 관계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불교적 생각을 바탕으로 서구의 마음명상은 인도, 티베트, 태국, 베트남, 중국, 한국, 일본 등 각 나라의 불교를 망라해 종합적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쉽고 구체적으로 접근해가고 있다. 물론 이들에게는 마음명상을 합리화하거나 과학화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표현하려는 한계도 있다.
1000년 이상을 불교 전통 속에서 살았음에도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던 한국불교. 이제 한국 사회뿐 아니라 세계 속으로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마음수행 프로그램을 내놓는 것이 과제중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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