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전속 신이한 이야기(40) - 시비왕이 부처님이 된 사연

과거에 시비라는 왕이 있었다. 왕은 크게 정진하여 일체 중생 보기를 마치 어머니가 아들을 사랑하듯 했다. 세간에는 부처님께서 계시지 않았으므로, 석제환인이 죽으려 할 때에 생각하기를 ‘어디에 온갖 지혜 지닌 사람이 계시는 것일까?’ 하고 곳곳으로 다니며 물어보았으나 의심을 끊을 수가 없었으므로 근심 걱정하며 앉아 있자, 뛰어난 변화사(變化師)인 비수갈마천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근심 걱정하십니까?”
석제환인이 대답했다.
“나는 온갖 지혜 지닌 사람을 구하고 있으나 만날 수 없기 때문에 근심 걱정한다.”
비수갈마는 말했다.
“보살로서 보시, 지계, 선정, 지혜를 지닌 이가 계신데, 오래지 않아서 부처님이 되실 것입니다.”
제석이 물었다.
“누구신가?”
비수갈마가 대답했다.
“바로 우시나종의 시비왕이십니다.”
석제환인은 비수갈마에게 말했다.
“이제 그를 시험해 봐야겠구나.”
비수갈마는 몸을 변화시켜 눈이 붉고 발이 붉은 한 마리의 비둘기가 되었고, 석제환인은 몸을 변화시켜 매가 되었다.
매가 급히 날아 비둘기를 쫓자 비둘기는 곧장 가서 왕의 겨드랑이 아래로 들어가 온 몸을 벌벌 떨면서 눈을 굴리고 죽어가는 소리를 냈다. 이때의 많은 사람들은 함께 말했다.
“이 왕은 모든 것에 인자하므로 마땅히 보호할 것이니, 이런 조그마한 비둘기라도 마치 집에 들어오는 사람처럼 잘 돌봐줄 것이다.”

삽화=강병호
그때 매는 가까운 나무 위에 있으면서 시비왕에게 말했다.
“저의 비둘기를 돌려주십시오. 그것은 저의 먹이입니다.”
그러자 시비왕이 매에게 말했다.
“내가 먼저 비둘기를 받았지, 네가 받은 것이 아니다. 나는 처음 뜻을 내었을 적에 온갖 중생들을 받아들여서 모두 제도하려 했다.”
매는 말했다.
“왕께서는 온갖 중생들을 제도하려 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온갖 중생이 아닙니까? 무엇 때문에 저만 가엾이 여기지 않고 저의 먹이만을 빼앗으십니까?”
왕이 대답했다.
“너는 무슨 먹이를 구하느냐? 나는 서원하기를 ‘그 어느 중생이라도 나에게 돌아오는 이면 반드시 그를 구호하겠다’고 했다. 너는 어떠한 먹이를 구하느냐? 역시 너에게 주겠다.”
매가 말했다.
“저는 막 죽은 더운 살코기를 구합니다.”
왕은 생각했다.
‘이러한 것은 얻기 어려워서 스스로 살생한 것이 아니면 될 수 없는 것이로다. 내가 어떻게 하나를 죽여 다른 하나에게 주겠느냐?’
생각이 이미 정해지자 게송을 읊었다.
“나의 이 육신은 / 항상 늙고 병들고 죽는 것에 속해 있어 / 오래지 않아 냄새가 나고 문드러질 것이니 / 구하는 이에게 주어야 하리.”
이와 같이 생각한 뒤에 사람을 불러 칼을 가져다 스스로 다리의 살을 베어 매에게 주자 매는 왕에게 말했다.
“왕께서 비록 더운 살을 저에게 주신다고 하나 마땅히 이치로써 따져보면 살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비둘기와 똑같이 하여야 합니다.”
왕이 말했다.
“저울을 가져오너라. 살을 비둘기와 대등하게 하리라.”
왕이 살을 다 베어 내자 비둘기와 비로소 똑같아졌으므로, 마음속으로 책망했다.
‘나는 스스로 견고하여야 하니, 미혹되거나 번민하지 말자. 일체 중생이 큰 괴로움의 바다에 빠졌으므로 맹세코 그를 제도하련다. 무엇 때문에 게을리 하고 번민하겠는가? 이 괴로움이야말로 아주 적은 것이요, 지옥의 괴로움은 많은 것이다. 내가 지혜와 정진과 지혜와 선정이 있는데도 이런 괴로움을 두려워하는데, 하물며 지옥 안의 사람으로서 지혜가 없는 이는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이 안정되자, 그때에 천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했고, 큰 바다에는 물결이 일었으며, 마른 나무에서는 꽃이 피었고, 하늘에서는 향의 비가 내리면서 좋은 꽃을 흩뿌렸으며, 천녀들은 노래고 찬탄했다.
“반드시 부처님이 되실 것입니다.”
제석은 왕에게 말했다.
“당신은 살을 베어서 몹시 괴로울 터인데, 괴로워하거나 후회하지 않습니까?”
시비왕이 말했다.
“나의 마음은 기쁠 뿐이요, 괴로워하지도 않고 후회하지도 않습니다.”
제석이 말했다.
“누가 당신을 믿겠소?”
이때 왕은 맹세했다.
“만약 제가 살을 베고 피가 흐르면서 성내지도 않고 괴로워하지도 않으며, 일심으로 번민하지 않으면서 부처되기를 구하는 것이라면, 제 몸이 이내 본래대로 회복되도록 하소서.”
말을 마치자, 즉시 본래대로 되었다. (〈대지도론〉 제4권 나온다.)
동국대역경원 발행 〈경률이상〉에서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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