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원성 보살의 바라밀 일기

‘반야심경’ 듣고 떠난 병아리
부처님 법대로 사는 세상 오길…


병아리 구족(具足)이
2013년 9월 26일 오전 10시 15분, 집에서 기르던 병아리(구족)가 죽었다. 멀리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아들 가족이 보내준 병아리다. 병아리는 돈을 주고 사온 것이 아니라 아들 내외가 기르던 어미 닭이 낳은 알에서 나온 병아리였다. 온 가족들이 새 생명을 신기하게 여기며 축하했던 기억이 났다.
처음 세 개의 알에서 세 마리의 병아리가 성공적으로 태어났지만 날이 지나면서 두 마리의 병아리가 죽고 홀로 남은 한 마리는 지난 추석에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다. 이유는 우리 집에 마당이 있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이었다. 찻상 아래 병아리 변이 있어 닦으려고 차상을 밀었는데 그 속에 병아리가 있었던 것을 몰랐다. 그만 병아리가 다리를 다쳤다. 내가 “미안해”라는 말을 되풀이 하면서 안고 달래며 울기도 했었다. 그래도 밥도 잘 먹고 절룩이면서도 잘 걸어 다녔다. 그런데 얼마 후부터 제대로 걷지를 못하고 자꾸만 누워서 눈을 감고 졸았다. 병아리한테 정말 미안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오던 날, 병아리를 들고 온 손자가 병아리와 헤어지면서 슬피 울었던 기억이 났다. 잘 키워 설날에 오면 또 볼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손자한테 면목이 없다.
병아리가 죽기 전날 나는 범어사 쪽으로 볼 일이 있었는데, 병아리를 태우고 갔다. 병아리가 위태로워 보여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볼 수 있을 때 세상 구경이라도 맘껏 하게 해주고 싶었다. 병아리 일생이라는 게 뻔한 것이어서 이름을 구족(具足)이로 지었다. 다음 생엔 꼭 사람이 되어 구족신통의 인물이 되라는 뜻에서 지었던 이름이다. 너무 잠만 자니 공진당이라도 먹이면 원기를 찾을까 싶어 입으로 꼭꼭 씹어 먹이기도 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영 몸이 쳐져 아무래도 죽을 것만 같아 부처님 전에 이별을 고하고 다음 생엔 사람 몸으로 태어나기를 축원하며 고통 없는 주검을 기원했다.
나는 미리 우전 차를 담았던 오동나무 통으로 관을 삼아 그 속에 향 몇 개를 담고, 가다가 먹을 것도 담고 화려하게 핀 난(蘭)꽃 한 송이도 담았다. 그리고 녹차를 우려 병에 담아 절이 있는 뒷산으로 올라가 묻어주었다. 그리고 차 한 잔 올리고 반야심경 한 편 읽으며 왕생극락을 빌었다. 어린 생명이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떠난 것이 가엾고 마음이 아팠다. 말 못하는 작은 병아리였지만 분명 한 세상에서 함께 숨 쉬며 산 생명이었고, 인연이었다. 그 삶을, 인연을 죽음으로 땅에 묻으니 죽음에 대한 슬픔엔 경중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눈물을 겨우 삼키며 집으로 와서는 큰 소리로 울고 말았다. 주변의 사람들은 “그래도 그 병아리는 행운인 거야 병아리가 되지 않았다면 누구로부터 계란 후라이로 먹히고 말았을 테고 또 잘 자란다 한들 결국엔 누군가의 식탁에 올려졌을 거야. 그런 운명이 그래도 좋은 인연 만나 마지막 길에 반야심경도 듣고 진심어린 축원도 들을 수 있어 축복인거지.”라고 말했다.
그 날 하루종일 내 맘엔 온통 “삐약삐약” 병아리 소리만 들려왔다. 이별은 안타까운 것이었다. 역시 이별에도 경중은 따로 없었다. 아무리 집착을 끊으라고 하지만, 쉽지 않은 일임을 새삼 느낀 하루였다. 슬픈 날이었다. 설날에 올 손자 얼굴이 어른거렸다.

알면서도 당할 뻔 했던 보이스피싱
남의 얘기로만 알았던 ‘보이스피싱’이 내게도 일어났다. 며칠 전이었다. 아침에 전화가 걸려왔다. 내 이름을 이미 알고 본인 확인을 했다. 본인 확인에 응하고 나니 “여기는 농협 서울 여의도 농협지점인데 방금 정수만이란 사람이 나의 주민등록증과 통장을 가져와 돈을 찾으러 왔는데 조금은 의심스러워 확인 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주소까지 차례로 물으면서 확인을 했다.
“요즘 불법체류자가 이렇게 활개를 치고 사기 행각을 하니 은행으로서도 하루에 몇 번씩 이런 확인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네끼리 지금 돈을 인출하려는 사람은 본인이 아니니 그 사람을 잡으라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지나는 순찰 경찰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이번엔 여의도 경찰 수사계 형사라는 사람이 전화하여 조금 전과 같이 나의 모든 신상을 다시 묻고는 너무 빈번한 일이니 수사에 도움을 달라며 신고 절차를 밟는다고 했다. 나는 꼬박 꼬박 대답을 하면서 조금도 의심치 않았다.
그러면서 가지고 있는 통장이 몇 개인지, 어느 은행과의 거래하는지 등을 물은 후, 지금 지급정지를 하지 않으면 위험하니 가 게좌의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나는 하마터면 나의 모든 계좌번호를 불러 줄 뻔 했는데, 그때 갑자기 수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직접 은행에 나가서 각 계좌의 지급정지를 신청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걸려왔던 전화로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결번이었다. 남들이 그런 일에 속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바보들 같이 왜 속을까 이해할 수 없었는데 막상 이렇게 내가 당해보니 조금은 이해가 갔다.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했다.
점점 더 주변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부처님의 바른 계율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세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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