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끝> 명상수행의 방향과 전망

단체, 동아리 교육에서 사찰로 확대
일시적 유행 아닌 본질적 수행 이어야
생활에 적용 가능한 프로그램 각광
단기 코스 지도자 배출 부작용 우려


본지는 지난 1월 신년호를 시작으로 국내외 명상수행 프로그램들을 집중 취재하면서 국내 마음산업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사찰 및 불교대학 프로그램에서 동아리 형식의 프로그램까지 마음 수행을 통해 행복의 길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열정을 볼 수 있었다. 연재를 마치며, 사찰 수행 프로그램으로 확산되고 있는 명상수행의 방향과 전망을 전문가들에게 들어본다.

지난 9월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소장 법안)는 ‘2013년 한국의 사회·정치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불자들의 수행방법을 조사한 바 있다. 수행을 하는 불자들은 호흡명상(21.3%)을 가장 선호했으며 경전 읽기(18.7%), 봉사(12%), 절 수행(9.3%)이 뒤를 이었다. 
이 조사에서 호흡명상이 가장 선호하는 수행이라는 점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그만큼 명상이 현대인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수행방법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열풍을 반영이라도 하듯 동산불교대에서는 2013년 선명상학과를 개설했고 동국대 평생교육원 마음치유사 과정은 5대 1의 경쟁을 뚫고 수업을 들어야 할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정토수련원 깨달음의 장은 두세 달치 프로그램이 조기 예약될 만큼 대중들의 관심이 뜨겁다. 또 조계사 마인드케어평생교육원은 양산 통도사에서 벤치마킹해갈 만큼 마음치유는 가장 각광받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으로 보지만 일순간의 유행에 치우쳐 마음수행의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국명상원 묘원 법사는 “마음수행은  갑자기 튀어 나온 것이 아니라 벌써 2500년 전 부처님이 다 밝혀 놓은 것이다. 하지만 요즘 힐링 등 표피적 단어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지나 않은지 한번 돌아보아야 한다. 일시적 프로그램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작용과 역할을 잘 알고 이에 대해 본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공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그렇다면 마음명상은 기복불교가 만연하고 있는 한국 불교신행 풍토 개선에 그 해답을 제시해줄 수 있을까? 정규교육과정을 거친 현대인들은 매스미디어의 발달 등으로 수많은 정보를 얻고 있기에 더 이상 맹목적 신앙을 강요하는 것은 설득력을 잃고 있음이 분명하다.  
 

자비명상 대표 마가 스님은 “복을 비는 행위는 인류역사의 시작부터 있어왔기에 부정적으로 볼 수 없으며 또 이것이 하루에 아침에 사라질 수도 없다. 하지만 맹목적 신앙을 이해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명상은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스님은 “치열한 경쟁 등으로 마음의 상처를 많이 안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과학 불교 이성 불교가 오히려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이런 현실에 비추어 실생활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명상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수행 방법이며 불교의 신행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점에서 명상의 대중화는 불교 포교의 지도를 바꿀 수 있는 최고의 열쇠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명상 열풍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지도자 배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동국대평생교육원, 명상상담연구원, 조계사마인드케어평생교육원 등에서 이와 관련된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위빠사나붓다선원 김열권 법사는 “명상지도자는 교리와 수행을 동시에 갖추고 일반인들의 고민을 충분히 들어주고 상담해줄 수 있어야 한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들을 충분히 캐치하고 이를 연구하고 수행과 응용해 풀어나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결국 제대로 실력을 갖춘 지도자가 배출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그만큼 체계적 명상지도자 과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명상상담연구원 인경 스님은 2000년대 초 요가 열풍에 힘입어 우후죽순처럼 남발했던 요가지도자 양성에 빗대어 명상지도자 배출의 신중성을 강조한다.


스님은 “1970년대 요가가 국내로 들어와 2000년대에 크게 유행을 하다가 현재는 그 열기가 식어버렸다. 이유는 요가가 크게 상업화 된 것은 물론이고 지도자자격증을 3개월 과정 프로그램만으로도 획득할 수 있다 보니 양질의 지도자를 배출하지 못해 더 깊이 있게 나아가지도 못한데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인경 스님은 이처럼 명상 관련 지도자 역시 커리큘럼의 체계화와 전문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요가 열풍과 같은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충고한다. “의사 한 명을 배출하는 데에는 10년 이 걸리잖아요. 명상 지도자도 이처럼 철저한 트레이닝을 거친 사람이 할 수 있다면 더 공신력이 생기지 않을까요? 불교의 가르침이 방대한데 하루아침에 명상 지도자가 될 수는 없죠. 오랜 시간 훈련받고 수행한 지도자 배출은 명상이 우리 사회에 대중화 될 수 있는 가장 큰 해결점입니다.”


불교가 깨달음의 종교임에도 불구하고 불자 70%가 수행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불교의 수행은 스님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수행을 통해 탐진치를 내려놓고 ‘행복의 길’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사부대중 모두가 함께 이루어 나아가야 할 과제다. 개인의 마음치유가 사회적 자비 실천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마음의 종교 불교는 명상포교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불교명상’이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문화 트렌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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