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경석쌓기는 전통사찰에서 계승되어온 돌쌓기방법이 아니다. 사진은 경기도 ㄱ사찰
조경석쌓기라는 말이 있다. 말인즉슨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사면에 돌을 눕히거나 세우면서 들쑥날쑥 쌓아올리고 돌과 돌 사이의 빈 공간에 낮은 키의 꽃나무나 상록성관목을 심어 치장하는 돌쌓기방법을 이르는 말이다.
 

한국의 조경계에서는 이러한 돌쌓기방법을 일본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일본 어디를 가 봐도 이러한 돌쌓기 방법으로 시공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돌쌓기방법의 시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중국의 경우 못의 호안을 축조할 때 크고 작은 돌과 납작하거나 길쭉한 돌을 조합하는 경우가 있고, 일본의 경우에도 석조(石組)라고 하여 돌을 조합해서 경관적으로 특별한 모습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조경석쌓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장대석이나 사괴석과 같이 잘 다듬은 돌이나 못생긴 막돌을 첩첩이 겹쳐서 쌓아올리는 돌쌓기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장대석은 주로 궁궐이나 왕실의 원찰에서 사용하는 재료였고, 네모난 사괴석은 사대부가와 같이 비교적 신분이 높은 집에서 사용하였으며, 막돌은 서민들의 집처럼 평범한 공간에서 주로 사용하였다. 주변에 큰 돌이 많았던 사찰의 경우에는 덩치가 큰 자연석을 쌓아올리기도 하였는데, 그 한 예가 바로 부석사 석단이다. 이처럼 공간에 따라서 재료는 다를 수 있었지만 쌓는 방법은 거의 동일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첩석쌓기였던 것이다.

최근에 사찰에 가보면 예의 조경석쌓기방법으로 사면을 처리한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스님들이 조경에 깊은 조예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소위 조경기술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계승되어 내려온 돌쌓기방법이 무엇인지 몰라서 나타나는 결과이기도 하다.
전통사찰의 경우는 당연히 그래야겠지만 일반사찰의 경우에도 조경석쌓기와 같이 국적도 없는 돌쌓기방법으로 석축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찰의 경관이라는 것은 가장 한국적인 문화적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쉽게 시공을 할 수 있고, 공사비가 적게 든다고 해서 전통적인 것을 소홀히 한다면 한국의 전통문화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돌쌓기 하나에서도 한국의 전통미를 계승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국사찰이 면면히 계승해온 진정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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