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전속 신이한 이야기(39) 전륜왕의 공덕

전륜성왕이 부처님의 법을 구하기 위해 염부제에 두루 물었다.
“누가 부처님 법을 아느냐? 대전륜왕이 그 법을 얻어서 소중하게 익히려 한다.”
그러자 모두가 말했다.
“변방의 조그만 나라에 사문이 있는데 부처님의 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왕은 바로 그를 궁으로 들여 부처님의 법을 청했다. 그러자 사문이 말했다.
“왕은 참으로 어리석으십니다. 저는 부처님의 법을 배우느라 오랫동안 부지런히 노력하며 온갖 어려움을 이겨냈습니다. 그로 인해 비로소 이룰 수 있었습니다.그런데 왕께서는 지금 어찌하여 이 자리에서 바로 그 법을 얻어 들으려 하십니까?”
왕이 말했다.
“내가 어찌하면 되는 것이오?”
“저에게 공양을 하십시오.”
“무엇을 공양하면 되겠소?”
“왕의 몸을 깎아 천 군데의 상처를 만들고 거기에 기름을 가득 붓고 등불 심지를 놓아 공양한다면 저는 왕을 위하여 부처님의 법을 설할 것입니다.”
왕은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처소로 돌아가 부인들에게 알렸다.
“이제 그대들과는 그만 이별을 해야겠소. 나는 몸을 깎아 천 개의 등불을 만들어 큰 스승에게 공양하려 합니다.”
부인들이 말했다.
“천하에 소중한 것은 자기 몸보다 더한 것이 없거늘 어찌 자신의 몸을 해치려 하십니까?”
“부처의 법을 구하는 것은 일체 중생을 위한 일이오. 어둡고 깜깜한 방에 지혜의 등불을 켜서 그대들이 나고 죽는 광명 없는 캄캄한 곳을 비추어 주려 하는 것이오. 그대들 쌓여 있는 많은 번뇌를 끊고 열반에 이를 수 있게 하려 함에서 그리하겠다는 것인데, 그대들은 어찌 나의 마음을 따르지 못하는 것이오?”
왕비들은 슬펐으나 왕의 말에 더 이상 다른 말을 달 수 없었다. 왕은 궁의 모든 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법을 청했던 사문에게 돌아가 몸에 걸치고 있던 화려한 옷과 장신구를 벗어놓고 몸을 바르게 한 후 대중에게 말했다.

삽화=강병호
“누가 나를 위하여 내 몸을 깎아 천 군데의 상처를 만들어 주겠소?”
대중들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라리 나의 눈을 뽑을지언정 절대 내 손으로 왕의 몸을 깎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때 성질이 모질고 포악한 전다라라고 하는 이가 있었는데, 왕의 말을 듣자 바로 나아가 여러 왕비들과 태자들에게 말했다.
“걱정하고 괴로워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저에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왕으로 하여금 이 일을 이룰 수 없게 하고, 다시 나라를 다스리면서 본래와 다름없는 왕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습니다.”
왕비들과 태자들은 전다라의 이야기를 듣고 기뻐했다. 다시 전다라가 말했다.
“대왕께서 몸을 깎으려 하신다며, 제가 해드릴 수 있습니다.”
“너야말로 이제 나의 위없는 도반이로다.”
이때 전다라는 커다란 칼을 왕의 몸에 갖다 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재빠르게 깎아 천 군데의 상처를 만들었다. 이 정도면 왕도 그만 두고 싶을 거라 생각하고 칼을 던지고 도망쳤다. 그러자 왕은 그 상처마다 기름을 가득 채우고 가는 털실로 심지를 만들어 상처에 심었다. 이때 사문이 왕에게 말했다.
“실로 어려운 공양을 하시었습니다. 부처님의 법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사문은 반 구절의 게송을 읊었다.
“무릇 태어남은 곧 죽음에 나아가니 / 이것이 사람짐(滅)이 즐거움이리라.”
게송을 들은 왕이 말했다.
“나에게 사랑과 연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 법을 기억하고 지녀야 한다. 모든 나라 땅마다 백성들이 살고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이 왕명을 널리 펴 알려라. 모든 사람들이 마땅히 다 알아야 한다. 대전륜왕은 모든 중생들이 괴로움의 바다에서 빠져서 헤어나지 못함을 보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몸을 깎아 천 개의 등불을 켜서 이 반 구절의 게송을 구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이제 이 게송을 읽고 외우며, 소중히 익히며 그 이치를 생각하여 이 말씀대로 수행을 해야 한다.”
대중은 이구동성으로 대왕을 찬탄했다. 사람들은 이 게송을 종이와 비단에, 돌과 나무에, 기와와 조약돌, 풀잎에까지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 모두 적어놓았다. 그리하여 그것을 보고 듣는 모든 사람들이 구도의 마음을 내게 되었다. 왕은 천 개의 등불을 켜서 큰스승께 공양했으며, 그 광명은 멀리 시방세계를 비추었다. 그 등불의 빛 속에서도 역시 음성이 들리면서 이 반 구절의 게송을 말했으니, 그 법을 듣는 사람들 모두가 구도의 마음을 낼 수 있었다. 그 광명이 위로 비추어 도리궁에까지 이르러 하늘의 광명을 다 가릴 정도였다. 도리천의 왕은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궁금하여 천안으로 세간을 들여다보았다. 사실을 알게 된 도리천의 왕은 몸을 바꾸어 세간으로 내려가 전륜왕에게 물었다.
“이런 어려운 공양을 하여 천왕이나 마왕, 아니면 범왕이라도 되려고 하는 것입니까?”
“나는 그런 것을 구하려 한 것이 아닙니다. 중생을 위하여 보리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보리를 구하는 이는 오랫동안 많은 고생을 하고서야 비로소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이토록 빠른 시간에 그것을 구하려 한 것은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닙니까?”
“설사 뜨거운 쇠 수레바퀴를 나의 정수리 위에서 돌린다 하여도 그 괴로움 때문에 위없는 도를 구하는 마음에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제가 천왕 제석을 속인 것이라면 내 몸에 난 천 군데의 상처를 끝내 낫지 않게 하셔도 좋습니다. 만약 저의 말이 사실이라면 마땅히 상처의 피가 젖으로 변하고, 천 군데 상처가 모두 아물게 해 주십시오.”
천제석은 큰 광명을 놓아 왕의 몸을 두루 비추었으니, 백천의 모든 하늘이 함께 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왕비와 태자를 비롯해 모든 백성들이 왕의 상처가 본래대로 아무는 것을 보고 한량없는 기쁨으로 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대방편불보은경> 제3권에 나온다.)
동국대역경원 발행 〈경률이상〉에서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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