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좌(蓮華座)→영기좌(靈氣座) 중

그러면 연꽃이 왜 연꽃이 아닌지 석불에서 알아보기로 하자. 불상조각의 연꽃대좌를 보면 단판[單瓣: 잎이 하나인 것: 瓣(꽃부리를 이루고 있는 낱낱의 조각. 꽃잎을 말한다)]이거나 복판[複辦: 잎이 둘인 것]이라는 용어로 가리키는 연꽃잎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계에서는 복판을 보면 꽃잎이 하나인데도 두 꽃잎이란 복판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조형미술에서 꽃잎이 하나인데 하나의 불룩한 양감 있는 타원체가 있으면 단판(單辦)이라 부르고, 하나의 꽃잎에 두 개의 양감 있는 타원체가 있으면 복판(複瓣)이라고 부르니 이들 단판과 복판의 용어도 올바른 것이 아니다.(그림①)

그러므로 단판(單辦)이나 복판(複辦)은 일본인이 만든 옳지 않은 용어를 우리가 아무 의심 없이 따르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판이나 복판의 조형 역시 현실에서 전혀 볼 수 없는, 영기가 가득 찬 영화(靈化: spiritualization: 정신적으로 승화된 현상을 말한다)된 영기꽃이지 연꽃이 아니다.

삼국시대에는 양감이 있는 볼록한 타원체가 하나인 것이 널리 유행하였다. 그러나 하나 있는 것보다 어떤 면에서는 아름답게 보여서인지 삼국시대 말부터 타원체가 두 개 있는 것을 몇 작품에 표현하다가 통일신라시대부터 하나의 잎에 양감 있는 타원체가 두 개 있는 조형을 선호해왔다. 흔히 연화좌의 연꽃은 진흙 속에 나서도 물들지 않는 덕이 있으므로 불보살의 앉는 자리를 삼는다고 말하지만 이 말이 얼마나 빗나간 세속의 설명인지 알 수 있다. 여래나 보살이 앉는 자리는 보통 자리가 아니다. 이 세상에 절대적 존재로 홀연히 나타나 중생을 구원하게끔 하는 자리이므로, 옛 장인들은 영기좌의 조형에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여 왔다.

앞서 금동불의 영기좌를 간단히 다루었지만, 이번에는 양감으로 영기꽃을 표현하려한 석불(石佛)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석불인 경우에는 20센티 내외의 작은 금동불 같은 불상을 만들 수 없으며 대체로 등신대(等身大)나 장육불(丈六佛) 즉, 여래의 키는 1丈6尺(약 5미터)로 만들도록 규정하여 놓았다. 보통 사람 키의 두 배라고 하나 그런 기록도 믿기 어렵다. 2미터 50센티미터 키의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불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8이라는 무한한 상징을 띤 숫자의 두 배를 삼은 것이 16 즉 1장6척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큰 불상을 만드는 데에는 화강암은 매우 다루기 어려운 재료이다. 화강암의 입자가 커서 정(釘)으로 치면 파편으로 부분이 날라 가기 쉬우므로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정교한 조각은 불가능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옛 장인들은 양감(量感)으로 승부를 걸었으므로 여기에서 우리나라 특유의 양식이 창조되었던 것이다. 석굴암 본존은 그렇게 하여 탄생하였다.

헬레니즘기의 대표작 ‘라오콘 군상’은 거칠고, 격렬하며 강렬한 드라마틱한 인상을 주는 헬레니즘기의 특징을 여실히 드러내는데, 라오콘이 그의 아들들과 죽음을 앞두고 뱀과 맞서 싸우는 고통의 순간이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다. 18세기 독일 미술학자 빙켈만은 이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고귀한 단순함과 고요한 위대함’이 표현되어 있으며, 육체의 고통을 정신의 힘으로 누르고 있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의 이상이라고. 그러나 작품을 실제로 보면 빙켈만은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작품의 양식과 해석은 전혀 맞지 않다. 그 작품을 보고 있으면 ‘역동적이지만 번잡하고 시끄럽다’ 빙켈만이 한 말은 오히려 석굴암의 건축과 조각에 걸 맞는다. 석굴암의 예술이야말로 ‘고귀한 단순함과 고요한 위대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8세기 중엽의 석굴암 본존의 영기좌는 매우 단순하다.(그림②-1, 그림②-2, 그림②-3) 상대와 하대의 영기꽃잎이 같다. 즉 ‘하나의 잎 모양마다에 하나의 양감이 풍부한 타원체’를 넣어서 이러한 영기좌에서 석굴암의 본존이 탄생하는 것이다. 9세기 때의 비로자나 석불에 이르면 영기좌의 하대 영기꽃은 단순하다.(그림 ③)

하대(下臺)의 영기꽃은 ‘하나의 꽃잎 모양에 두 개의 양감이 조금 덜한 타원체’가 있으므로 학계에서 말하는 복판(複辦: 두 꽃잎)은 올바르지 않다.

상대(上帶)의 복잡한 영기꽃과, 영기꽃의 실상(實相)은 다음 회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려 한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