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사찰에서 자연성을 확보하여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것은 현대사찰의 중요한 덕목으로 포교의 방편이 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ㅅ사찰
이번 동국대학교에서 인준된 석사학위논문 가운데에서 ‘현대도심사찰의 자연성 연구’라는 논문이 눈에 띈다. 한마디로 도심에 지어진 사찰의 자연성이 어느 정도인가를 분석한 논문이다. 그 논문의 필자는 환경부에서 환경계획지표로 적용하고 있는 생태면적률을 평가도구로 사용하여 서울과 부산도심의 7개 사찰이 어느 정도의 생태면적률을 보이고 있는가를 산정하여 대상사찰의 자연성을 평가해냈다.

생태면적률을 결정하는 인자로는 자연지반녹지, 수공간, 인공지반녹지, 옥상녹화, 벽면녹화, 투수포장 등이 있는데, 이러한 인자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생태면적률이 일정수준 이상이면 자연성이 있다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분석결과 연구의 대상으로 선정된 7개 사찰 모두 자연성이 떨어진다는 답이 도출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현대도심사찰에서는 앞에서 말한 생태면적률을 결정짓는 인자들의 도입이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도심지에서 사찰을 짓는다는 것은 경제적 부담이 엄청난 일이다. 그런 까닭에 토지이용을 경제적으로 하기 위해서 건페율이나 용적율을 최대로 확보할 수밖에 없고, 조금이라도 남은 땅이 있으면 주차장으로 쓰거나 생산적 용도에 할애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태면적률을 높이기 위해 나무와 물을 도입하고 옥상이나 지하주차장 상부와 같은 인공지반 또는 벽면에 녹화를 하기는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찰이 더 이상 사적인 종교공간으로만 기능할 수 없는 현대적 정서를 이해한다면 그리고 적극적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다가가 불교의 가치를 일깨우고 그들을 부처님 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도심사찰이 대중들의 요구에 맞추어 변화해야 한다면 사찰에 자연성을 확보하라고 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도심사찰에서 자연성을 높여 자연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여 시민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게 전달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사찰은 예전처럼 종교기능만을 담는 공간으로 존재해서도 안 되고, 불자들에게만 허용되는 사적인 공간이 되어서도 안 된다. 현대도심에서 부족한 자연성을 확보하고 모든 이들이 이러한 자연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사찰을 개방하는 것도 현대사찰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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