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스럽게 시주한 기와가 다른 용도로 쓰여서는 안된다. 복을 짓기 위해 시주한 아름다운 마음이 제대로 전달돼야 한다. 사진은 불사에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경남 ㄱ사찰의 기와더미들.
전통사찰의 경우 경내의 건물이 대부분 토종기와를 얹은 전통한옥이고 보면 사찰에서 기와는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다. 기와는 이제 많은 사찰에서 시주목록 제1위가 된지 오래이다.

예전에는 절 들어가는 길목이나 강당 전면 공간 등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가설좌판을 설치하고 소극적으로 기와시주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와시주를 받기위해서 임시건물까지 지어놓고 적극적으로 기와시주를 권유한다. 심지어 법당 앞마당에서도 기와시주를 받는 것을 보면 기와불사가 사찰경제에 유익한 면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사찰에서 특별한 물건을 시주받는 것은 용처가 있기 때문일 것이고 시주를 올리는 불자들도 공양물이 제대로 쓰이는 것을 전제로 시주를 하게 된다. 이를테면 대들보용 목재를 시주하는 이는 그 목재가 대들보로 쓰이는 것을 전제로 시주를 하는 것이지 그것이 다른 용도로 쓰이거나 아니면 방치될 경우 아예 시주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찰에 기와를 시주하는 이는 오래된 기와를 새 것으로 갈아 잇거나 아니면 새로 건물을 짓게 될 때 지붕에 그것을 올려 부처님 궁전에 물이 새지 않고, 바람을 막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주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성스럽게 소원을 비는 갖가지 문구를 기와에 적고 시주를 하는 이의 이름까지 적어 부처님 전에 올리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불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이 정성스럽게 시주한 기와를 시주한 이의 원대로 부처님 궁전을 보전하는데 쓰고 있다. 기와라는 것이 작은 물건이기는 하지만 웬만한 규모의 법당지붕을 잇기 위해서는 많은 물량이 들어간다. 따라서 살림살이가 풍부한 사찰이라고 하더라도 기와를 사서 건물에 올린다는 것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불자들이 시주한 기와는 사찰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간혹 일부사찰에서 불자들이 정성스럽게 시주한 기와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소원을 적은 기와가 제대로 용도를 찾지 못하고 홀대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불자들이 시주를 하는 것은 복을 짓기 위함이고 부처님의 말씀에 따라 자비스러운 마음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어 시주한 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포교보다도 더 큰 포교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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