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만 비가 와도 마당으로 물이 밀려들어오는 경우는 배수시설점검이 절대 필요하다. 경기도 ㅅ사찰
여름이 지나는 길목에서 산사에 사는 스님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올 여름에는 비 피해가 없으셨나요?”

올 여름은 장마로 시작해서 무더위로 끝이 나는 분위기이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끝이 없을 것처럼 지속되던 장마는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그 덕분인가? 더워서 견디기는 힘들었어도 물난리를 겪었다는 얘기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사실상 산사에서는 더위보다 단시간에 쏟아지는 폭우가 힘들고 무서운 존재이다. 산지에 지어진 사찰들이 대부분 경사지를 절취하여 평지로 만든 땅에 자리를 잡고 있어 비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산사라고 해도 오래 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사찰에서는 어지간한 비가 온다 해도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물길을 제대로 만들어주어 사찰내부로 빗물이 들이닥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어진지 1300년 가까이 되는 불국사의 대웅전 영역을 보면, 석단 밖으로 석루조가 불쑥 튀어나온 것을 볼 수가 있다. 대웅전 마당의 물을 밖으로 빼내기 위한 시설이다. 불국사에서는 무설전 옆에 있던 우물에서 넘친 물이나 비가 오면 마당으로 흘러들어온 물을 아무 피해 없이 외부로 처리하기 위해 마당하부에까지 배수장치를 하였던 것이다.

불자들이 많아지고 다양한 기능들이 요구되면서 오래된 산사에서도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해 주변의 산을 무리하게 절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무리한 지형변경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토양의 지지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산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지형구조를 가지게 된다. 더구나 배수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위험성은 더욱 더 커지게 되어 대형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건물이 무너질 정도로 큰 피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배수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소소한 피해는 얼마든지 있다. 비만 오면 마당으로 물이 밀려들어와서 표토를 쓸어가 마당이 황폐화된다든지, 기단이 낮은 건물의 경우 기둥이 물에 잠겨 건물의 수명을 단축한다든지, 마당에 물이 차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환경이 습해진다든지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올해는 다행히 비피해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내년에도 무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지금 당장 사찰내외부의 배수체계를 점검하여 내년에도 비 피해로부터 자유로워야한다. 일 년이라는 시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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