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위빠사나 수행도량 보리수선원

여름 안거·매월 집중수행 진행

탐욕은 부정관, 성냄은 자비 수행

교원연수프로그램으로도 인기

행복한 가정·사회 만들기 주력

 

▲ 보리수선원은 위빠사나 수행처로 정평이 나있다. 사진은 8월 12일 법회 장면

“화두선 자비관을 거쳐 위빠사나를 만나게 됐습니다. 모두가 장점이 있지만 위빠사나를 만난 후 제 불교관은 분명 달라졌어요. 이전에는 불교 또는 수행이라는 것이 막연하고 신비로운 것이기만 했죠. 하지만 위빠사나 수행을 하고부터는 명확한 로드맵이 생겼어요. 그 안에는 구체적 수행 방법이 다 설해져 있으니까 수행에 대한 확신이 생겼죠.”

8년째 보리수선원(선원장 붓다락키따)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하고 있는 정재은(41) 씨는 위빠사나 수행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한다. 오랜 시간 수행을 하면서 마음을 보는 힘이 커졌다는 그는 위빠사나 수행으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보리수선원은 1999년 개원 이래 지금까지 8천여명이 다녀갔을 만큼 위빠사나 수행처로 이름이 나있다. 8월 12일 안거에 들어간 보리수 선원을 찾았다.

안거에 동참한 20여명의 수강생들은 선원장 붓다락키따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었다. 이날 강의는 테라와다 경전에 근거해 탐진치에 따른 성격적 유형을 나누고 이에 맞는 수행 방법을 일러주는 내용이 소개되고 있었다.

스님은 “탐욕이 많은 사람은 잘난 척을 하고 외모를 치장하며 불평불만이 많다. 이는 꿀 없는 꽃과 같다. 성냄이 많은 사람은 다른 이의 가치를 경시하며 교만하고 질투가 많다. 어리석은 자는 나태하고 무감각하며 근심이 많다”며 “탐욕은 부정관을 통해 성냄형은 자애 수행을, 산만형은 수식관을 통해 고쳐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리수선원은 매년 여름 안거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매월 1회 8일간 집중 수행을 실시한다. 집중수행은 새벽 4시부터 시작해 밤 10시까지 진행되며 법문 수행 인터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재가자들은 집에서 오가며 수행할 수도 있으며 원하는 자에 한해서 선원에서 숙식하며 개인방을 제공받을 수 있다. 스님은 “일반 사찰과 달리 개인방을 제공하는 것은 수행자가 스스로의 힘이 생기기 전까지는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보리수선원은 지난 10년 동안 전국교원연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지정되어 방학 때면 교사들의 수행처로도 각광을 받아왔다. 특히 요즘 교권추락으로 힘들어하는 교사들이 명상을 통해 지혜를 배우고 이를 학생지도에 활용하면서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스님은 “방학 동안 교사들이 선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30시간 이수증을 주고 있는데 여기에 참가한 교사들이 높은 평가 점수를 주고 있다. 이렇게 입소문을 타니 방학을 앞두고 프로그램 신청이 조기마감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전한다.

스님은 대중들이 의식주 해결에만 매달리지 말고 수행을 통해 세속과 초세속 사이에 균형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행은 자기자신을 초점으로 하죠. 이를 통해 지혜를 증장시킬 수 있으며 외로움과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이렇게 수행의 맛을 알면 자신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길이 곧 선정임을 알고 행복을 찾으려 노력할 것입니다.”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은주 씨(39)는 같은 학교 교사의 소개를 받고 2008년부터 수행을 시작했다. “불교가 나랑 잘 맞는 종교라고 생각을 했지만 기복신앙이라는 느낌 이 강해 가까이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여기서 <대념처경> 수업을 들으며 불교에 강한 호기심을 느꼈죠. 수행을 통해 외부의 갈등을 받아들이는 힘이 매우 강해졌어요. 또한 원인을 청정하게 하면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지혜를 얻으니 모든 게 편해졌어요.”

앞으로 보리수선원은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 사회문제를 좀더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마련코자 한다. 스님은 “그동안 교도소 재소자, 알코올 중독자, 성매매 여성 등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앞으로 부부법회 가족 법회 등을 통해 가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대중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고 계획을 전했다.

 

“수행은 평생 함께할 벗”

위빠사나 수행자 곽노숙 씨

 

“선원 개원 때부터 위빠사나를 공부했으니 10년을 훌쩍 넘겼네요. 일상 속에서 순간순간 나를 돌아보니 실생활에 많은 도움이 돼요. 알아차리는 힘이 강해지면서 탐심 성냄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죠.”

곽노숙 씨(54·사진)가 불교를 알게 된 것은 생활불교를 실천하는 정토회를 다니면서부터다. 초창기 멤버로 열심히 활동했지만 깊은 수행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 이유로 화두선을 찾아나섰다.

“큰스님 법문을 찾아서 들어보고 유명한 수행처를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화두선은 제가 잘 가고 있는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어요. 점검 기회가 없어 막연하기만 했죠.”

이런 답답함을 해결해 준 것이 위빠사나다. “그때까지는 수행이 너무 어렵고 막연하기만 했는데 위빠사나를 하면서 수행이 너무 쉬워졌어요. 내 몸과 마음을 대상으로 두니 수행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또 인터뷰를 통해 점검을 받으니 내 수행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게 됐죠.”

이렇게 수행을 하니 기쁨과 자애심이 생기고 삼보에 귀의하는 마음이 강해졌다. 또 수행을 통해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혜도 갖게 됐다. “위빠사나는 저에게 주변 사람들과 같이 갈 수 있는 것이 수행임을 가르쳐 주었어요. 예전에는 현실을 놓아버리고 출가를 하는 것이 수행이고 도라고 생각했어요. 제 생활 속에서 늘 함께할 수 있는 벗과 같은 것이 곧 수행임을 늘 명심하고 살고 있습니다.”정혜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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