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전속 신이한 이야기(34) - 여래의 가르침 믿지 못한 선성 비구

부처님이 왕사성에 계실 때였다. 선성이라는 비구가 부처님을 시봉하고 있었다. 부처님이 초저녁에 천제석을 불러 여러 법요를 설명했다. 제자된 법에는 스승이 잠든 뒤에 잠을 자게 되어 있었다. 선성은 부처님이 오랫동안 설법을 하시며 잠자리에 들지 않자 마음에 싫은 마음이 들었다. 그때 왕사성에서는 부모들이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들에게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 하던 말이 있었는데, ‘만약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너를 박구라 귀신에게 줘버리겠다.’였다.
빨리 자고 싶었던 선성은 꾀를 내어 부처님에게 말했다.
“세존이시여, 어서 잠자리에 드십시오. 박구라가 옵니다.”
그러자 함께 있던 제석이 말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저러한 사람을 부처님 법 안에 들도록 하셨으며, 시봉으로 두셨습니까?”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그 또한 부처님의 성품을 가지고 있으므로 나의 법 안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부처님이 선성을 위하여 아무리 설법을 해도 그는 도무지 믿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없었다. 부처님이 가시국의 시바부라성에 계실 때, 선성이 부처님 시봉을 하고 있었다. 부처님이 성에 들어가 걸식하면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이 마음을 비우고 간절히 우러르며 부처님의 발자국을 보고자 했다. 선성은 부처님 뒤를 따르면서 발자국을 지워 없앴고, 지워 없애지 못할 때에는 중생들로 하여금 착하지 않은 마음을 내도록 했다.
어느 날, 부처님과 함께 성 안의 주막에서 한 수행자가 홀로 앉아 술찌꺼기를 받아먹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본 선성이 말했다.
“세상에 만약 아라한이라는 분이 계신다면 바로 이 사람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아라한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이 말하기를, 원인이 없으면 결과가 없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아, 아라한이란 술도 마시지 않고 사람을 해치지도 않으며, 속이지도 않고 훔치거나 음행을 하지도 않는다는 말을 너는 늘 듣지 않았느냐? 저 사람은 부모를 살해하고 술찌꺼기를 먹고 있거늘, 어찌 저런 사람을 아라한이라고 말하겠느냐? 저 사람이 몸을 버리게 되면 반드시 아비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아라한은 영원히 3악을 끊었거늘, 어떻게 이를 아라한이라 말하겠느냐?”
그러자 선성이 말했다.
“4대의 성품은 오히려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을 반드시 아비지옥에 떨어지게 한다면 그것은 옳지 못합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아, 너는 늘 듣지 않았느냐? 모든 여래는 말이 진실하여 두 말이 없다는 것을, 내가 비록 너를 위하여 설법했으나 너는 믿는 마음이 여전히 없구나.”

삽화=강병호
그리고 부처님은 선성에게 고득이라는 수행자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는 늘 ‘중생의 번뇌는 인연이 없으며, 중생의 해탈 또한 인연이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선성이 말했다.
“이 세상에 만약 아라한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면, 고득이야말로 으뜸가는 아라한이 될 것입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아, 고득이라는 수행자는 실로 아라한이 아니며 아라한의 도를 알지도 못한다.”
선성이 다시 말했다.
“무엇 때문에 아라한이 아라한에게 질투를 하십니까?”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이 어리석은 사람아, 나는 아라한에게 질투를 하지 않는다. 다만 네가 스스로 나쁘고 그른 소견을 낼 따름이다. 고득이 아라한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7일 후에 그는 음식을 먹은 뒤에 소화가 되지 않다가 복통으로 죽게 될 것이다. 죽어서는 먹으면 토하는 귀신이 될 것인데, 그의 도반들이 그 시체를 실어다가 한림 속에 놓아둘 것이다.”
선성이 이내 고득을 찾아가 부처님과의 이야기를 전하고 고득에게 당부했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세존이 거짓말을 한 것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고득은 복통을 염려하여 아예 첫날부터 엿새가 되는 날까지 식사를 끊었다. 이레가 되는 날 고득은 배가 고파서 흑밀을 먹고 찬물을 마셨는데, 그만 복통이 나서 죽고 말았다. 그의 도반들이 그의 시신을 실어다 한림으로 옮겼는데, 그는 이내 먹으면 토하는 아귀의 형상이 되어 그 시체 곁에 있었다. 선성이 한림 속에 이르러서 고득의 시신을 보고 말했다.
“그대는 지금 죽은 것입니까?”
고득이 대답했다.
“나는 이미 죽었소.”
“어떻게 해서 죽었습니까?”
“복통으로 인해 죽었습니다.”
“그럼 누가 당신의 시신을 여기까지 옮겨왔습니까?”
“나의 도반들이 옮겨왔습니다.”
“지금은 어떤 몸이 되었습니까?”
“나는 먹으면 토하는 귀신의 몸이 되었소. 옆에 있는 아귀가 안 보입니까?”
선성이 부처님을 찾아와 말했다.
“세존이시여, 고득 고행자는 삼십삼천에 났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이 어리석은 사람아, 아라한이란 다시 나는 일이 없거늘, 어째서 고득이 삼십삼천에 났다고 말하는 것이냐?”
사악한 마음을 낸 선성은 그 자리에서 아비지옥에 떨어졌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변소 안에 빠졌다고 하자. 누군가 그를 보았을 때 얼른 손을 내민다면 금방 그를 구해주기가 쉬울 것이다. 그러나 빠진 사람이 손을 내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누군가 그를 보았더라도 빨리 건져내지 못할뿐더러 잡아 올릴 것을 찾는 동안 점점 깊이 빠져들어 그가 보이지 않게 되고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선성의 아주 작은 선근을 보고 종일토록 그를 구제할 방법을 찾았지만 머리털만한 것도 잡지 못했으니, 이 때문에 그를 지옥에서 건져낼 수 없었다. (〈대열반경〉 제37권에 나온다.)
동국대역경원 발행 〈경률이상〉에서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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