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원성 보살의 바라밀 일기

만해 축전을 다녀오면서
만해마을에서 열린 2013년 제17회 만해축전에 다녀왔다. 그동안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듣기만 했던 만해 축제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었는데 이제야 가보게 되었다. 몇몇 도반들과 함께 가게 되었다. 애초의 계획은 안동 용수사를 들려 그곳에서 하룻밤 기도를 하고 묵기로 했었는데 가는 길에 청량사 계곡에서 조금 놀다가 지도를 잘못 보게되어 정암사를 먼저 가게 되었다. 너무 먼 길이어서 다시 용수사로 돌아 올 수는 없어 정암사로 갔는데 어둠이 짙어 절은 그야말로 고요했고, 산 위의 수마노탑에서만 목탁소리와 기도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너무 어두워 산을 오를 수 없어 수마노탑을 행해 합장하고, 내일 새벽에 다시 오기로 했다. 그리고 가까운 거리의 장작 찜질방에서 쉬기로 했다. 새벽 일찍 깨끗이 몸을 씻고 정암사 수마노 탑전으로 갔다. 밤새워 기도하시던 보살님들과 거사님들은 내려와 대기한 버스로 돌아가고 있었다. 너무나 한적한 이 시간에 우리가 가져간 경전을 읽으며 예배드리고 기도할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 되었다. 수마노탑은 다른 곳의 탑과는 달리 돌을 벽돌처럼 깎고 잘라서 쌓은 7층 석탑이다.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안에는 불상을 모시지 않았다. 72년 이탑을 해체복원 할 때 탑의 내부에서 사리와 관련된 기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탑을 바라보고 있으니 더 머물고 싶은 마음에 아쉬웠지만 우리는 만해마을로 향했다.
점심 식사 후 식장에 갔을 때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메우고 있었다. 단상에는 합창단들의 아름다운 단체복 차림과 정리된 모습이 아름다웠고 외국인들도 많이 와서 여기저기 사진도 찍으며 축제분위기가 한창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윽고 식이 시작되었고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축하 메시지를 시작으로 도지사 등 인사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이어서 수상자들이 차례대로 상을 받았다.
제일 먼저 대한민국 대한성공회 주교이신 김성수님이 상을 받고 선법문을 인용하여 소감을 밝혔다. 참 보기가 좋았다. 무엇보다 이웃 종교인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좋아 보였다. 상의 제목은 만해 평화 대상이다.
페툴라 귤렌(터키 사상가 교육 평화운동가)를 비롯하여 수상자들이 상을 받았다. 사실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왠지 우리 집 잔치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기분 좋았다.

천주교인의 49재 이야기
40년 전이었을까. 우연히 나를 따라 해인사를 같이 간 인연으로 지금까지 가깝게 지내는 도반이 있다. 패션 디자이너 이영희다. 그녀는 천주교인이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지금까지 내가 하는 불교 모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도반이다. 더러는 사업상 이익을 바라고 나를 가까이 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녀의 진심을 안다.
그녀는 언제라도 연락만 하면 다른 일 다 제쳐두고 달려와 주고, 어떤 길이든 동행해 준다. 매년 초파일에는 빠짐없이 함께 절을 찾아 등을 달기도 했다.
어느 날, 그녀의 시어머님이 돌아가셨는데, 49재를 모시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시어머니는 절에 다니셨던 것 같다. 제법 먼 절이었다. 하동 석계사였다. 나와 동행하기를 원해 기꺼이 동행했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고객의 딸이 출가하여 있는 절이라고 했다. 가는 길 내내 그녀와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었다.
절은 깊은 산속에 있었다. 그녀의 가족들은 재를 준비했다. 시어머니는 절에 다녔으나 다른 식구들은 왠지 절집에 익숙하지 않은 듯 했다.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도 많았고, 절도 서툴렀다. 그래도 고인을 위해 평소 찾지 않던 낯선 곳에서 낯선 일을 군소리 없이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왠지 좋아보였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가족들이 고인의 종교를 존중해 49재를 지내는 모습이 다른 가족의 일이지만 왠지 흐뭇했다. 나에게 이런 이웃이 있다는 것이 기분 좋았다. 서로의 종교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이웃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반대로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성숙된 종교 생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고인의 영정 위로 향연기가 피어올랐다.

화요법회 도반들과
남천동 보리성 도반 집을 방문 하는 날이었다. 오래전부터 도반들이 함께 모여 공부를 해왔다. 내가 도착했을 땐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보리성 보살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신심 깊은 도반이다. 다른 도반들도 공부에 대한 열의로 가득했다. 그런 사람들 틈에 있다 보니 게으를 수가 없다. 그래서 주변이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좋은 도반들과 함께 공부를 하다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내가 옛날 우리 집에서도 많은 도반들이 모여 법회도 열고 큰스님들의 법문도 듣고 했었다.
강의가 끝나고 도반들이 나에게 신행담을 말해달라고 했다. 준비 안 된 이야기지만 평소 불자로서의 생각과 삶을 이야기 하면서 나의 신행담을 이야기했다. 절이 아닌 집에서도 기도를 해도 되는지, 집에 부처님을 모셔도 되는지 등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오기도 했다.
나는 “부처님은 이 우주법계 어디서라도 만날 수 있으며 아니 계신 곳 없으시니 바쁜 일정으로 매일 절에 갈 수 없을 때는 집에서 부처님을 만날 수 있고, 또 부처님을 떠나지 않는, 한결 같은 마음으로 예배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해주었다. 이렇게 불자의 씨앗이 탄탄히 영글어가는 모습을 볼 때 나는 가슴은 뛴다. 주변이 점점 불자로 가득해지길 발원하며 공부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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