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미국 하트포드 선센터ㆍ마이트리 에이즈 호스피스

 

▲ 이산 도시 스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게이 친화적인 도시’라는 명성을 쌓아온 지역답게 동성애자와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선센터와 에이즈 호스피스 요양시설이 있다.

하트포드 선센터(Hartford street zen center, HSZC)와 산하시설인 마이트리 에이즈 호스피스(Maitri Aids Hospice) 요양시설은 세상에서 홀대 받는 에이즈 환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인간답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고 있다.

불교적 가르침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곳인 만큼 요양시설에서는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환자들을 돌보며, 명상을 할 수 있는 방을 마련하고 스님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삶과 죽음에 대한 법문을 하고 있다.
이렇듯 생명의 평등함을 강조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해 성적 소수자를 위한 시설에 공헌한 인물은 스즈키 순류의 제자인 이산 도시(Issan Dorsey, 1933~1990) 스님이다.

이산 도시 스님은 1933년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 시에서 10남매의 맏이로 태어났다. 그는 고등학교 재학 중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았고, 해군에 입대해서도 2년 후 동성애 행위가 적발돼 조기제대를 하게 됐다. 1950년대에 그는 10년간 거리를 떠돌며 마약과 매춘, 그리고 여장을 한 드랙퀸(drag queen)으로의 삶을 살았다. 그러다 1968년 스즈키 순류의 법문을 듣고 샌프란시스코 선원에 거주하며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선원은 엘리트의 중산층이 주를 이루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이산 도시는 그들에게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선원에 새로 오는 사람들, 또는 불교에 대해 문외한인 초심자에게는 위안이 됐다.
그렇게 선 수행에 적응해 나가던 이산 도시는 1970년 스즈키 순류에게 보살계를 받고, 더 이상 동성애자들과 어울리지 않게 됐다. 1975년에는 리차드 베이커 선사에게 사미계도 받았다.

동성애자를 위한 선센터 설립
1980년 하트포드에 ‘게이 불자 우의회(Gay Buddhist Fellowship)가 생겼고, 이산 도시는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하트포드 거리 선센터(Hartford street zen center)를 세웠다.
하트포드 선센터는 일본의 소토선불교를 표방하면서 좌선과 마음챙김 등 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이산 이름을 따 이산지(一山寺, IssanJi)라고도 불린다. 특히 약물에 중독된 사람들을 위해 회복명상을 실시하고 있으며, HIV(후천성 면역결핍증후군) 환자를 위해 매주 명상모임을 이끌고 있다.

이산 도시 스님은 1985년 건강검진에서 HIV 양성반응이 나왔으나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에이즈는 우리에게 생명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일깨워준다. 그러나 에이즈가 치명적이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만약 에이즈에 걸렸다면 그것은 당신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생전 법문에서 이 같은 말을 남긴 이산 도시는 그의 발언처럼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에이즈가 퍼지면서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있을 때 그는 하트포드 선원 안에 병원을 만들고 에이즈 환자를 월 500달러에 24시간 돌보아주는 일을 시작 한 것이다. 바로 마이트리 호스피스 시설이다.

마이트리(Maitri) 호스피스 시설은 에이즈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소외 이웃에게 주거ㆍ보호 환경을 제공하는 캘리포니아의 유일 시설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자비로운 우정’을 뜻하는 곳인만큼 24시간 치료를 필요로 하는 남성ㆍ여성 등 소외된 모두에게 열려있다.
1987년 개원한 이래 900명이 넘는 환자들이 마이트리 시설에서 편안한 임종을 맞이했다.
마이트리 호스피스 시설은 에이즈 환자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함을 인정받아, 인도ㆍ네덜란드ㆍ덴마크ㆍ일본 등이 시설의 프로그램을 벤치마킹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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