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여성불교단체 ‘샤카디타’를 발족한 아야 케마 스님.

유태인 출신 비구니 아야 케마 설립
스리랑카·태국의 다양한 수행법 지도
독일 최초 산림승원 메타 비하라 세워

독일에 있는 붓다 하우스(Das Buddha Haus)는 독일에서 불교를 연구하고 명상수행을 하는 곳으로, 독일 불교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은 독일인으로서 스리랑카에서 계를 받아 비구니가 된 아야 케마(Ayya Khema, 1923~1999) 스님이 세운 사원으로 남방의 전통적인 승가를 따르고 있다.
아야 케마 스님은 세계 최초로 비구니 스님을 단결시켰고 수많은 차세대 비구니 스님을 키워 불교 페미니즘의 초석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수용소서 죽음에 대한 공포 극복
아야 케마 스님은 1923년 나치가 득세를 하던 시절 유태인의 딸로 태어나 불안한 어린시절을 보내다 1938년 15세 때 200명의 어린이 피난단에 섞여 영국으로 떠나게 된다.
2년 후 상하이로 피난한 부모와 합류했지만 2차 대전 발발로 가족들은 다시 일본인 포로수용소에 갇히고, 아야 케마는 이곳에서 아버지와 사별을 한다. 이 시기에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생은 진행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일본인의 폭격으로 함께 옆에 있던 아는 사람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보고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완전히 없어졌다.
미군이 진주해 포로들이 해방되자 4년 후 케마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결혼을 한 아야 케마는 1남 1녀를 두게 됐고, 1960년대에 남편과 함께 히말라야를 비롯해 아시아 각국을 돌아다니며 명상을 경험했다.
호주 브리즈번 근처의 농장을 구입해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며 정착한 아야 케마는 1973년 태국에서 비구가 된 영국 출신 칸티팔로(Khantipalo)를 만나 본격적으로 불교교리와 수행을 배웠다.
1975년 아야 케마는 스리랑카에서 니안포니카의 제자가 돼, 1978년 시드니 근처에서 칸티팔로 스님의 요청으로 ‘왓 붓다 담마(Wat-Buddha-Dhamma)’를 설립하고 칸티팔로가 주지로, 아야 케마는 운영을 맡아 함께 수행을 지도하는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태국 숲속 사원에서 3개월을 보내며 출가를 결심한 아야 케마는 1979년 호주로 돌아와 55세의 나이에 출가의 뜻을 밝혔다. 태국보다는 스리랑카에서 출가를 하고 싶어한 아야 케마는 스리랑카 콜롬보에 있는 나라다 스님을 법사로 수백 명의 스리랑카 신도들이 축복하는 가운데 10계를 받고 서양여성으로는 최초로 출가 여성이 됐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아야 케마는 비구니가 된 것은 아니었다. 비구니 승단의 전통은 없어졌기 때문에 현재 남방에서 출가하는 여인들은 비구니가 아니라 10계를 지키는 출가자가 되는 것이었다. 상좌불교의 전통을 익힌 아야 케마는 상좌불교에서의 여성들의 위치나 수행자들의 입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비구니 제자를 키웠고 여성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여성들이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기에 1987년 세계 최초 비구니 국제대회를 주관했다. 이 일을 계기로 세계여성불교단체인 ‘샤카디타(Sakyadhita; 붓다의 딸들)’가 탄생했다.

▲ 1989년 설립된 붓다하우스에서는 상좌부 불교 경전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출판사를 설립했으며, 환자ㆍ노숙자에게 쉼터를 지원하고 있다.

붓다하우스 설립, 독일어로 비구계 집전
아야 케마는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선불교 등 다양한 수행전통을 익히고 가르쳤다. 호흡에 대한 마음챙김(입출식념), 생각 알아차리기, 걷기 수행, 감정을 정화하기 위한 느낌의 감찰, 다양한 방법에 의한 자애관, 내면의 실재에 이르는 관찰법 등을 지도했고, 선정수행을 가장 중요시 여겼다.
198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시라이(Hsi Lai) 사(寺)에서 비구니계를 받은 케마는 1989년 독일에 붓다하우스를 설립해 원장이 됐다. 1997년에는 독일 최초의 산림승원인 ‘메타 비하라’를 설립해 독일어로 비구계를 집전한 최초의 스님을 배출했다.
붓다하우스에서는 재가자들을 위해 2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명상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위빠사나 집중명상 △자비명상 △아야 케마 비디오 명상 수련회 △초보자를 위한 명상 코스 △부모와 자녀를 위한 명상 등 다양한 연령층과 대상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붓다하우스에서는 1990년 상좌부 불교의 경전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출판사를 설립해 번역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이들을 위한 학교와 환자ㆍ노숙자 등을 위한 쉼터를 지원하고 있다. 또 히말라야 라다크의 마하 보디 국제 명상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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