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사찰은 마당을 통해서 사찰공간의 독특한 특성을 찾기도 한다. 그래서 사찰마당은 적정규모와 폐쇄도가 필요하다. 경기도 ㅅ사
모든 건축공간은 건물로 둘러싸인 중심부나 건물의 주변부에 빈 공간을 둔다. 그 빈 공간이 바로 마당인데, 마당은 건물과의 상관성에 따라서 성격이나 형태, 규모가 달라진다. 우리나라 사찰은 마당을 통해서 사찰공간의 독특한 특성을 찾기도 한다.

불교가 전래된 초기단계에 지어진 사찰의 마당은 건물이나 회랑에 의해서 완전히 둘러싸여 있어서 폐쇄성이 아주 강했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찰이 산지로 옮겨가면서 자연지형에 순응해서 건물을 앉히다보니 마당의 폐쇄성이 약해지게 되었다. 건물을 떨어트려 짓고 회랑이 없어져서 건물과 건물 사이에 빈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찰의 마당가운데에서도 법당 전면의 마당은 사찰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탑이나 석등과 같이 사찰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석조물들이 자리를 잡기도 하고, 여러 가지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도 쓰인다.

그야말로 도량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간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이 마당의 규모를 너무 넓지도 않고, 좁지도 않은 적정규모로 만들고 폐쇄성의 정도도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만들어왔다.

마당의 규모나 폐쇄성의 정도가 적정하다는 말은 건물과의 상관성이 아주 친화적이었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은 건물의 길이와 높이가 마당과 조화를 이루도록 규모를 만들었고, 건물의 띄는 정도를 적정하게 조절하였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사용하기 편하고, 관리가 용이하도록 만든 지혜까지도 엿보인다. 마당이 지나치게 넓어지면 이동거리가 길어지기 때문에 사부대중이 편안할 수가 없으며, 관리하기가 힘들다. 또한 너무 적으면 행사 하나 제대로 치를 수 없고 시각적으로 답답해져서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야말로 적정한 규모를 유지하고 외부와의 시각적 접촉이 적당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얼마 전에 한 스님으로부터 자문을 받을 일이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절 마당이 너무 넓어서 힘든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말씀이었다. 직접 가서 보니 정말 마당이 황량할 정도로 넓었다. 법당 앞마당 좌우에 건물을 다시 지으면서 건물을 지나치게 뒤로 앉힌 결과였다. 이것을 보면서 예전에 절을 경영하시던 스님들의 안목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절 마당 하나도 소홀히 생각하지 않았던 그분들이야말로 선지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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