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보리명상회

명상서적 교재로 정독·수행체험

전국사찰 순례, 자연 속 명상도

종진 스님 지도…토론 등 도반 개념

 

▲ 보리명상회는 자유와 평등 개방을 바탕으로 명상을 공부하는 모임이다. 사진은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심리극장 청자다방 수업 장면.

“우리가 어떤 어려움이나 위기에 직면하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자신이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바로 공감명상이다. 나아가 이 명상은 서서히 마음을 열게 해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개인적인 문제를 다른 사람을 돕고자하는 강한 동기로 바꿀 수 있게 해준다.”

욘게이밍규르 린포체의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의 한 구절이다. 이 책을 읽으며 명상을 진행하는 모임이 보리명상회다. 7월 장맛비가 퍼붓던 목요일 저녁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심리극장 청자다방은 보리명상회의 명상공부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모임에 참여한 인원은 10여명. 종진 스님(보현사 부주지)이 이끄는 소규모의 명상모임이지만 명상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종진 스님은 “보리명상회는 개방과 평등 자유를 중요시 여기는 모임이다. 명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주 목요일 모여 명상에 대한 토론과 실습을 하는 모임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러다 보니 특별한 공간을 마련한다거나 월수강료를 따로 내지 않는다. 참여할 때마다 5천원의 회비 정도만 내면 되고 공간은 형편 따라 공간을 빌려 쓰고 있다. 지금 이곳은 세 번째 교실”이라고 설명한다.

보리명상회는 2011년 나무여성인권상담소에서 개최한 MBSR강좌 수강생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불교NGO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멤버들이 구성됐지만 차츰 명상에 관심있는 일반인들도 참여하면서 종교 직업 나이를 초월한 모임이 되었다. 보리명상회 프로그램의 특징은 명상 서적을 교제로 삼아 이를 회원들이 정독하고 명상체험을 해보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고창 선운사, 동해 삼화사, 영동 반야사, 봉화 청량사 등 4개월에 한번 전국 사찰을 돌며 1박 2일간의 명상수련회를 열어 자연과 더불어 깊이 있는 명상을 경험할 수도 있다.

보리명상회가 현재 1년째 공부하고 있는 교제는 욘게이밍규르 린포체의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다. 수업이 시작되자 회원들은 한구절 한 구절 돌아가며 책을 읽어 내려간다. ‘어릴 적에 경험한 불안은 나를 외롭고 나약하게 하며 어리석은 존재로 느끼게 했다. 그러나 자비명상을 시작하면서 고립감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서서히 자신감이 생기면서 나 자신이 매우 쓸모 있는 존재라고까지 느끼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루 10여페이지 분량을 회원들끼리 나눠 읽고 토론을 한다. 서로 어떤 구절이 좋았는지 어떤 부분은 공감할 수 없는지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종진 스님의 지도하에 명상을 체험해보고 서로의 느낌을 얘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종진 스님은 “누가 가르친다는 개념보다는 함께 공부한다는 개념이 더 크다. 명상을 함께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강조다.

창단 멤버이기도 한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53)은 종진 스님과 함께 이 모임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지식으로만 알았던 명상을 실제로 체험해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전한다. “자신을 성찰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명상을 통해 얻었어요. 실제로 우리가 살면서 기쁘고 화나고 괴롭고 슬프고 이렇게 좋고 나쁨을 분별하며 살잖아요. 명상은 이런 제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줘요. 알아차림의 힘을 길러 주는 것이 명상이죠. 제 스스로 굳건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명상을 만난 것이 제 인생의 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화영 씨(29) 씨는 친구 따라 이 모임 참여해 7개월 정도 명상을 경험했다고 한다. “상담을 공부하다가 명상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어요. 실제로 명상을 배우면서 평소 몰랐던 제 감정을 알아차리는 힘을 얻었죠. 그래서 늘 일상생활 속에서도 명상에서 배운 노하우를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상에는 좋은 것만 있을 수 없고 나쁜 감정도 의미가 있다는 지혜도 얻게 됐죠. 명상은 제 자신을 좀더 객관적으로 만들었죠.”

회원들과 소통을 통해 꾸준히 명상을 이끌어 나갈 보리명상회는 다음 교제로 <아티샤의 명상요결>을 준비하고 있다.(02)732-1367

 

 

“종교 초월 내면성찰 초점”

보리명상회 지도법사 종진 스님

 

“명상은 내면의 깊은 통찰을 통해 마음의 구체성을 이해해 가는 과정이죠. 또한 일어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지켜보면서 마음의 다양성을 이해해 나갈 수 있어요. 이런 힘이 생기면 심리적 신체적 두려움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기죠.”

종진 스님〈사진〉은 서울불교대학대학원 심리상담학과에서 자아초월상담학을 전공하고 명상과 수행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 스님은 이 과정 동안 수행은 평등해야 하며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수행단체가 조직적으로 운영되다보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회원들이 리더인 스승을 통해 결집되다 보니 그 취지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수행모임은 도반의 개념을 가지고 조직의 평등함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스님은 보리명상회를 찾는 회원들에게 특별히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독교 가톨릭 등 이웃종교인들도 마음 편하게 찾는 곳이 보리명상회다. 스님은 오히려 그들이 명상을 통해 신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명상은 포교가 목적이 아닙니다. 내적 성찰이 초점이죠. 그래서 명상은 삶 전체와 연결돼 있습니다. 내면의 근원을 만나는 것이 곧 명상이죠. 명상을 하는 모든 분들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바랍니다. 그것이 곧 우리가 수행을 하는 목적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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