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전속 신이한 이야기(32) - 애욕을 끊고 출가한 선택 거사

부처님이 설법하셨다.
“사람에게는 일곱 개의 장(臟)이 있다. 첫째는 풍장(風臟)이고, 둘째는 생장(生臟)이며, 셋째는 숙장(熟臟)이고 넷째는 냉장(冷臟)이며, 다섯째는 열장(熱臟)이고 여섯째는 견장(見臟)이며, 일곱째는 욕장(欲臟)이다. 이 여러 장 가운데에서 욕장이 가장 견고하니, 눈물과 침, 가래와 고름과 피, 힘줄과 뼈, 가죽과 살, 그리고 폐와 간 등의 오장 및 장과 위에 있는 똥과 오줌에 의지하여 있는 것이다.”
그때 회상 안에는 선택이라고 하는 거사가 있었다. 그에게는 이름이 묘색인 아내가 있었으니, 얼굴 생김새가 단정하고 예쁘며 자태가 꼿꼿하여 눈에 확 띄었다. 선택은 아내에 대한 사랑에 집착하여 항상 번뇌가 들끓고 있었는데,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음욕의 마음이 똥과 오줌에서 일어난단 말씀입니까? 제 아내는 단정하고 정숙하여 더러운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묘색으로 변하여 대중 안으로 들어왔다. 부인을 본 선택이 물었다.
“당신이 무슨 일로 여기에 왔소?”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려고 왔습니다.”
선택은 곧장 아내를 끌어당겨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 부처님께서는 신통의 힘으로 부인으로 하여금 똥을 싸서 그의 옷을 더럽히게 했다. 선택은 구린내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서 코를 막고 좌우를 돌아보았다.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이 대체 누구요?”
뒤에 앉아 있던 발난타가 견디다 못해 선택에게 말했다.
“무엇 때문에 코를 막고서 나를 돌아보는 것이오?”
“구린내가 너무 심해서 그러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신력을 써서 발난타와 여러 대중이 묘색이 선택의 옷을 더럽히고 있음을 볼 수 있게 했다. 그러자 발난타가 선택에게 말했다.
“잘 살펴보시오. 당신의 아내가 구린내를 피우고 있습니다.”
“나의 아내는 워낙 깨끗한 사람이라 몸에 더러운 것이라곤 없습니다.”
그리고는 발난타에게 말했다.
“내 생각으로는 당신한테 이 구린내가 나는 것 같소.”
발난타는 크게 화를 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당신을 이제 똥 거사라고 불러야겠소. 당신은 그렇게 똥칠을 하고서도 남을 비방하려는 것이오?”
발난타가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이 똥거사를 여기서 내보냅시다.”
그리고는 선택의 손을 끌어 대중 밖으로 나가게 하자, 선택은 그의 아내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여 내 무릎 위에 앉게 했는데, 이러는 법이 어디 있소?”
아내가 대답했다.
“당신은 똥주머니를 가까이 하셨으니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요.”
선택은 옷에 묻은 똥을 털어 버리려다가 오히려 몸까지 더러워지자 발난타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이 더러운 것을 없앨 수 있습니까?”

삽화=강병호
발난타가 말했다.
“이 똥은 당신 몸을 더럽혔을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쳤소. 이것은 당신 몫이니, 만약 벗어나고 싶다면 곧 그것을 멀리 해야 하오. 곧 당신의 아내를 멀리해야 하고.”
선택은 아내를 돌려보낸 뒤 말했다.
“나는 이제 허물 많고 오물로 가득한 아내의 몸을 확실하게 보았기에, 여인의 몸에 마음이 가질 않습니다. 부처님 법에 출가하여 도를 닦고 싶습니다.”
발난타가 말했다.
“당신은 지금 몸에 구린내가 그렇게 나니, 향을 바른다 해도 한 해는 지나야 되겠소. 그런 뒤에라야 혹시 출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소.”
선택이 대답했다.
“제가 만약 향을 바르고 한 해를 보낸다면, 혹 이 몸이 죽게 되거나 혹 부처님께서 멸도하시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출가하여 도를 구할 인연이 무너집니다. 지금 만약 허락하시어 출가하게 된다면, 저는 다시는 승방의 정사에 머물지 않고 아란야(阿蘭若)에서 걸식하고 누더기를 입고 고요한 곳에 혼자 있을 것이니, 구린내를 풍기지 않을 것이오.”
부처님께서 들으시고 그를 불러 말씀하셨다.
“잘 왔다. 너는 사문이 되어 범행을 닦도록 해라.”
부처님께서 그를 위하여 괴로움(苦), 쌓임(習), 사라짐(盡), 도(道)를 설법하시자, 깨끗한 법눈을 얻고 수다원이 되었다. 또 거듭 그를 위하여 설법하시자 아라한을 얻었다. 다음날, 선택은 왕사성으로 나아가 걸식하다가 마침내 자신의 본가에 닿았다. 이때 아내 묘색이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은 남편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저를 버리고 꼭 사문이 되셔야만 했습니까?”
선택이 말했다.
“그럼 당신은 그때 그렇게 나의 옷 위에다 똥을 싸서 내 몸을 버렸어야 했소?”
묘색이 대답했다.
“당신은 비구가 되고서도 그렇게 사람을 헐뜯어야 겠습니까? 내가 당신의 집으로 시집 와서 아직 바깥문도 보지 못했거늘 하물며 부처님 회상에 갔을 리가 있겠습니까?”
이때 악마가 선택에게 말했다.
“그대가 그때 본 묘색은 애초부터 묘색이 아니었소, 그것은 변신한 가짜 묘색이었소. 그러니 이제는 돌아와 5욕을 마음대로 즐겨도 될 것이오. 사문 구담이 당신을 속였을 뿐이므로 당신의 지금 이 상황은 거짓이요. 당신은 비구가 된 것이 아닙니다. 구담 사문은 언제나 신통으로 많은 사람들을 미혹시켜 출가하도록 해왔습니다. 당신도 속은 겁니다.”
선택은 참된 법을 증득했기에 이내 이것은 악마임을 깨닫고 말했다.
“악마야, 너도 가짜 악마일 것이요, 이 묘색 부인도 가짜이니 모두가 다 가짜이다. 부처님 말씀대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병든 눈에 비치는 허깨비와 같다.”
그때 묘색은 이 법을 듣고 바로 깨끗한 법눈을 얻었다. 부처님법 안에서 두려움 없는 법을 얻고는 선택에게 말했다.
“매우 잘하신 일입니다. 부처님 법 안에서 범행을 닦으시다니 참으로 장하십니다. 저 역시 그 법에 출가하여 도를 닦겠습니다.” (<화수경> 제8권에 나온다.)
동국대역경원 발행 〈경률이상〉에서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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