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사찰의 고산수정원에 만들어진 조형물과 유사성을 가지는 작품. 대구광역시 ㅇ사찰
한국, 중국, 일본의 불교는 한 뿌리에서 피어난 서로 다른 꽃이다. 그래서 불교를 받아들인 지역에서는 그곳의 고유한 문화와 전파된 본래의 불교문화가 혼합되어 새로운 불교문화를 만들어낸다. 특히 불교문화를 3차원적으로 해석한 사찰의 조영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국과 일본의 사찰은 불교가 전래되는 초기단계에서는 중국의 사찰을 원형으로 삼아 만들어지기 때문에 중국과 유사한 점을 보인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면서 한국은 한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고유한 사찰의 형식과 경관을 보이게 된다. 중국의 사찰이 건물을 중심으로 하는 중층의 구조를 가진다면, 한국의 사찰은 산지로 옮겨가면서부터 중국과 같은 건물 중심의 구조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고, 일본의 사찰은 시간이 흐르면서 정원중심의 사찰구조로 정착된다.

우리나라의 산지사찰에서 정원의 존재는 통일신라시대의 불국사로부터 고려시대의 송광사, 조선시대의 봉선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이어져온다. 단지 일본의 사찰과 같이 정원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 소극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일제강점기에 몇몇 사찰이 일본사찰의 정원에서 볼 수 있는 못의 형태나 도수로의 형태를 흉내 낸 사례가 아직도 남아있기는 하지만, 근래에도 일본사찰의 고산수양식의 정원과 유사한 정원을 만든 사찰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그 작품이 스님의 창작의지에 따라 만들어낸 독창적 작품이라고 믿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일견 일본풍이라고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일본사찰에서는 선사상이 유입되면서부터 고산수양식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정원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 정원은 세계적으로도 일본의 고유성을 가진 훌륭한 정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일본인들은 이러한 고산수양식의 정원이 일본성을 표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찰은 일본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정원 또한 일본에 건너간 우리의 조상들이 가르쳐준 기술을 시원으로 한다. 이렇게 선진적 정원문화를 가진 우리가 일본사찰에 만들어진 작품을 흉내 낸다는 것은 별로 유쾌한 일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사찰이 고유하게 이루어낸 사찰경관의 진정성을 지켜내고, 그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