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청년출가학교

▲ 가섭 스님/ 조계종 교육국장, 경기 오포 불국사 주지
장마가 막 시작되던 6월 말, 간단한 짐을 챙겨 땅끝마을 해남 미황사로 향했다. 서울에서 가장 먼 곳으로 길을 잡은 것은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청년출가학교’ 행사 진행 때문이다.

청년출가학교는 20대에게 출가자의 삶을 안내하고 출가가 새로운 삶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출가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됐다.

8박9일동안 사찰에서 생활하면서 불교와 인문학 강의를 들으며 불교를 바르게 이해하고 불교적 안목으로 사회를 통찰해 스스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힘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이다.

형형색색의 옷을 벗고 회색 법복으로 갈아입은 40 여명의 청년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특히 흰고무신을 신고 가지런히 두 손을 모아 차수한 모습은 말 그대로 ‘행자’다.

여타 수련대회하고는 눈빛부터 다른 것은 “출가”라고 하는 다짐 때문일 것이다. 참가 청년 중에는 이런 엄중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짐을 싸는 사람도 있었으니 진중한 분위기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도 잠깐이었다. 부처님 앞에 예경하는 법을 배우고 예불문을 합송하면서 무거웠던 분위기는 부처님을 향한 장엄한 예경과 찬탄으로 바뀌었고 참가 청년들의 행동거지도 서서히 달라졌다.

부처님 품에서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한 참가 청년들은 하나둘 마음의 짐들을 내려놓았다. 지도법사 스님과 자유롭게 상담하면서, 청년들은 그간 마음에 담아 놓았던 고민보따리를 풀어냈다. 보따리가 열릴수록 눈물샘도 함께 열렸다. 남학생이 굵은 눈물을 쏟으며 털어놓은 이야기로 마음이 먹먹해져 어떻게 추스려야할지 상담자로서 난감하기도 했다.

어떤 참가는 예불할 때 ‘지심귀명례’만 나와도 눈물이 쏟아져 견딜 수 없다고도 했다. 남녀를 불문하고 한 없이 눈물을 쏟아낼 때 당황럽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가득 채워지는 신심으로 환희로운 표정을 짓는 청년들이 있어 이 시대 청년들을 위한 출가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새삼 깨달았다.

요즘 종단 안팎으로 출가자 감소로 인한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3년 463명의 출가자가 2012년에는 203명으로 절반 넘게 줄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특히 2003년에는 30세 미만의 출가자가 수계자의 절반이 넘던 것과 달리 2013년에는 30~40대 출가자가 절반을 차지한다. 출가자 감소와 고령화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걱정만 하고 한숨만 쉬고 있어서는 안된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인천의 사표가 돼 출가자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종단적 노력과 함께 출가공동체 전체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청년출가학교를 통해서 알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것은 ‘출가’라고 하는 것을 이제 하나의 문화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출가는 남의 일이 아닌, 새로운 삶의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출가정신을 자신의 삶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승가공동체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출가라고 하는 것이 특정한 사람이 선택해서 가는 길이 아닌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더불어 사는 충만된 삶을 살고자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라도 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출가문화운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출가문화를 경험한 청년들 중엔 수행자의 길에 접어든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 본업에 충실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삶에서 출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행복의 기준들이 물질적 충족에서 나눔의 행복으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배려와 존중의 삶으로 전환되어가는 것이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출가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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