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영국 찌따위웨까(Cittaviveka)사원

▲ 찌따위웨까(Cittaviveka)사원 스님들이 신도들에게 탁발을 하고 있다.

아잔 차 스님 제자 아잔 수메도 설립
탁발·숲운력·명상 등으로 불교전파
이태리·스위스·미국·뉴질랜드 등 분원


영국 남부 웨스트 서섹스(West Sussex)지역에는 청정림인 해머우드(Hammerwood) 숲이 있다. 이곳에는 태국의 숲 속 수행의 전통을 따르는 수행자들이 법을 수행하고 있다.
바로 108에이커(약 13만 2천 평) 규모의 찌따위웨까(Cittaviveka)사원. 태국 아잔 차(Ajahn Chah, 1918~1992) 스님의 첫 번째 서양인 제자인 아잔 수메도(Ajahn Sumedho, 1934~)가 세운 사원으로, 서양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남방의 전통적인 불교 승가를 이끌어가고 있다.

아잔차 스님과 아잔 수메도
태국 출신인 아잔 차 스님은 아홉 살에 자신의 의지로 출가해 스무살에 비구계를 받았다. 젊은 승려였던 그는 지역사원의 해이한 계율에 대한 불만과 수행에 대한 가르침을 얻기 위해 숲이나 동굴, 화장터에서 지내며 고행승의 삶을 시작했다. 1954년 그는 인적이 없고 코브라나 호랑이가 출몰한다고 소문난 숲이야 말로 최적의 장소라 여기고 그곳에 머물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그를 중심으로 대규모 사원이 세워졌고, 그의 가르침을 듣고 곁에서 수행하기 위해 전 세계 200여 개의 분원에서 그가 확립한 수행법과 가르침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 출신인 아잔 수메도 스님은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해군 의무병으로 일본서 4년 동안 군복무를 했다. 기독교 신자였던 그는 기독교의 믿음과 무조건적 수용에 회의를 느끼던 중 스즈키 다이세츠의 선불교를 알게 됐고, 군복무를 마친 뒤 평화봉사단으로 영어를 가르치다 1966년 태국 방콕에서 불교를 접하게 된다. 1967년 태국서 출가해 비구계를 받은 그는 아잔 차 스님을 소개 받고, 1977년 까지 10년 간 아잔 차 스님의 지도를 받으며 서양인 최초의 제자가 됐다.

▲ 태국 아잔 차 스님(좌)과 그의 제자인 아잔 수메도 스님(우).

아잔 차 스님은 1956년 영국 불교 발전을 위해 설립된 영국 승가 후원회(The English Sangha Trust)의 초청으로 아잔 수메도와 영국으로 동행했다. 이때 영국의 불교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감지한 아잔 차는 아잔 수메도를 불교도가 보시한 아파트인 헴스테드 승원(Hempstead Vihara)에 남겨뒀다.
아잔 수메도는 불법(佛法)을 모르는 영국에 탁발을 한다고 해서 불교가 전해질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탁발 말고 어떤 방법으로 법을 전하겠냐는 스승의 말에 매일 아침 아파트를 나와 주택가와 인근 공원으로 탁발을 다녔다. 그러다 수메도의 탁발 수행을 본 한 독지가가 영국 남부의 청정림인 해머우드 숲을 수메도에게 기증했다.

단체 생활 속 계율 지키며 살아야 깨달음 얻어
그렇게 해서 찌따위웨까(Cittaviveka; ‘고요한 마음’이라는 뜻)라는 유럽 최초의 산림 승원이 탄생했고, 승가 인원이 늘어나자 1984년 두 번 째 승원인 아마라와띠(Amaravati)를 설립하고 아잔 수메도를 초대 원장으로 모셨다. 이 두 사원은 영국 승가 후원 재단의 지원을 받으며 청정한 상좌불교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 영국을 벗어나 다른 나라에도 승원이 생기기 시작했다. 영국의 노섬버랜드(North-umberland)승원과 드본(Devon Romano)승원, 뉴질랜드의 웰링턴(Wellington) 승원, 호주의 서펜틴(Serpentine) 승원 등이 설립됐다. 아잔 수메도 스님은 이러한 분원의 지도자로서 서양에서 성공적으로 남방의 전통적인 불교 승가를 이끄는 선구자가 됐다.

아잔 차 스님은 제자들을 지도할 때 승원에 모아 놓고 모여서 살아가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켰다. 승가 공동체의 단체 생활에서 계율을 지키며 생활하는 것이 깨달음의 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아잔 차 스님의 지도 방식은 찌따위웨까 사원 외에 다른 사원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찌따위웨까 사원은 아잔 수시또(Ajahn Sucitto) 스님이 원장을 맡고 있으며 사원에는 20 여명의 비구ㆍ비구니 스님이 함께 수행하고 있다.
산림 승원의 스님들은 오늘도 전 세계에서 아잔 차의 단순 솔직하고 직접적인 가르침과 생활과 밀접히 연결된 법을 전하고 있다.

찌따위웨까는 담마 홀에서 매주 토요일 담마토크(법문)와 차담을 하며 묵언명상을 하고, 일요일에는 유도명상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정기포럼도 열어 승단과 재가자들이 함께 불교를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숲을 보존하는 운력활동도 함께 참여하는가 하면 ‘Garden days’라는 날을 정해 수도원 경내에 있는 원예를 다듬는 일들을 하고 있다. 이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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