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메트→제3영기싹 넝쿨모양 영기문 상

지금까지 인동당초문을 3회에 걸쳐 살펴보았지요? 그런데 인동초란 원래 덩굴이어서 인동당초라고만 말해도 됩니다. 그러나 미술사학에서는 굳이 인동당초라 부릅니다. 실은 인동당초가 아니고 제3영기싹을 전개시킨 생명생성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기문임을 이제 아셨지요? 그런데 인동은 무엇이고 팔메트는 무엇일까요? 같은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것일까요?

팔메트! 서양미술사학에서 흔히 쓰이는 매우 중요한 용어가 어찌하여 동양미술사학의 중요한 용어가 되었을까요? 그런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요? 동서양 미술품 모든 장르의 어디서나 나타나는 아름다운 무늬이며 가장 중요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과연 그 팔메트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동서양의 팔메트는 뿌리가 같은가요? 아니면 전혀 다른 것일까요? 도대체 팔메트는 무엇을 상징은 하는가요? 단지 종려나무인가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서양의 팔메트는 잘못 붙여진 용어이며, 동양과 서양은 같이 팔메트라 불러도 각각 전혀 다른 조형임을 알게 될 것이다.

Palmette(팔메트)는 사막지역에 많은 종려나무인 Palm(종려나무)의 축소형인데 그 나무가 얼마나 중요하기에 동서양미술에 그토록 많은가요? 그토록 중요한데 동서양 미술사학자들조차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것일까요? ‘이또츄타’라는 일본 건축가의 원로가 인동(忍冬)을 팔메트라고 번역함으로서 우선 ‘첫 번째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왜 그는 허니 서클이라는 영국에서 쓰는 인동초를 팔메트와는 전혀 다른 식물인데 팔메트라고 번역했을까요? 프랑스와 독일에서 쓰는 용어인 팔메트와, 영국에서 쓰는 용어인 허니 서클(인동초)은 각각 다른 것인데 왜 서양에서는 같은 조형을 두고 나라마다 다른 식물로 부르는 것일까요? 더구나 동양학자들은 그 두 가지를 분별하지도 못하면서 무비판적으로 따라 쓰고 있는 것일까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같은 조형이지만 인동초라고 하지 않고 굳이 팔메트라고 부르는 조형이 따로 있으니 항을 달리하여 다루기로 한다. 이런 습관도 이상하지 않은가?

팔메트라고 하면 우선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 ‘아크로테리온’이란 용어는 그리스-로마의 신전(神殿)의 지붕 위에 장식하는 채색기와나 조각상이나 만병 등을 통칭하는 것으로 ‘꼭대기’란 뜻이다. 앤시미온(anthem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박공의 꼭대기나 구석을 장식하는 것으로 주로 팔메트 모양이 많다. 그런데 그 모양이 넓게 확산하는 모양이 종려나무와 같다고 하여 팔메트란 명칭으로 불린 이래 지금까지 누구나 의심하지 않고 널리 쓰이고 있다. ‘팔메트(Palmette)란 나무는 없고, 팜(Palm)이라는 종려나무를 가리키나 종려나무를 무늬화한 조형을 팔메트라 부르고 있음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내가 처음으로 본 것은 그리스 첫 여행에서 본 수니온의 아폴로 신전의 동쪽 페디먼트(박공)의 중앙 꼭대기에 장식했던 아크로테리온이었다. 처음 그 조형을 보았을 때 팔메트가 아니고 영기문임을 직감하고 가슴이 벅차 두근거렸으며 그 후 8년 만에 채색분석하여 보니 감개가 무량하다.(그림 ①-1, 그림①-2) 높이 1미터 50센티인 그 조형은 기본적으로 갖가지 제3영기싹들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제2영기싹 갈래 사이에서 만물이 화생하는데 만물을 삼각형 모양으로 상징했다. 즉 영기화생한 만물에서 다시 영기가 발산한다는 영기화생(靈氣化生)의 원리에 의해 길게 발산하는 영기 가닥들을 노란 색으로 칠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발산하는 추상적 영기문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긴 잎처럼 확산하는 종려나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팔메트라는 용어를 만든 것이다.(그림 ②) 보이지 않는 영기를 구상적으로 나타낸 것이므로 형태가 여러 가지인 까닭이 거기에 있다. 만일 종려나무 잎이라면 한 가지 조형으로 나타내야 했다.

가장 간단한 아크로테리온은 하나의 단위 무늬를 이루는 것으로 가장 많다.(그림 ③ 원래 색이 없는 것을 필자가 채색분석한 것) (그림④, 그림⑤ 고대의 원래 채색을 살린 것) 모두가 기본적으로 제3영기싹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갈래 사이에서 나오는 만물을 상징하는 조형에서 길게 아름답게 뻗쳐나가는 것은 잎이 아니요, 발산하는 영기를 조형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고대 그리스-로마의 건축의 본질은 바로 이러한 아크로테리온에 집약되어 있다.

특히 유명한 파르테논 신전의 아크로테리온은 높이가 무려 4미터! 대리석으로 아름답게 만들어진 것인데 역시 장식으로만 알고 있을 뿐, ‘아크로테리온이 제우스 신전의 신과 신전이라는 우주의 축소에서 발산하는 영기’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서양미술사는 영기화생론을 모르고는 연구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림 ⑥-1, 그림 ⑥-2) 맨 위의 아름다운 곡선들은 결코 종려나무인 팔메트가 아니요, 영기문이다. 영기문은 무엇이나 아름답고 유려하다.

그리스 신전에서 발산하는 강력한 영기를 밝히게 된 것은, 내가 한국의 공포와 지붕 위의 갖 가지 용과 보주의 상징을 풀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