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ㆍ청소년 법회(2)

다른 절 경로당처럼 조용한데
청소년 위한 프로그램 마련
활기 넘치는 법당 ‘ 흐뭇’

일요일이 되면 우리절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신도 20~30명, 어린이와 청소년, 교사와 보조교사 50~70명이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오전 10시, 승합차에서 내린 아이들은 법당에 들어간다. 이미 자리잡은 어른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빈자리에서 부처님께 절을 올린다. 저희들끼리 킥킥거리며 장난치는 아이들도 있지만 조그마한 손을 예쁘게 모으고 진지하게 절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신도들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을 바라본다. 처음엔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꾸짖던 노보살님들도 지금은 별로 불편해 하지 않는다.

어린이법회를 2년간 꾸준히 했더니 지금은 중고등학생도 제법 된다. 첫해에 6학년이었던 아이들이 그새 중학교 2학년이 되었고, 고등학생들도 드문드문 눈에 띈다. 대학생들은 무조건 보조교사다.

오랜만에 오는 신도나 다른 절 불자들은 어린이와 젊은이가 많은 걸 보고 놀란다. 어떤 불자는 “다른 절은 경로당처럼 조용한데 우리절은 활기가 넘친다”고 자랑스러워한다.

우리절에서 법회를 하는 이유는 불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인성교육이 목적이다. 사실 요즘 아이들을 유심히 지켜보면 상당히 우려스럽다. 아직은 철없이 뛰어놀아야 할 때인데도 아이들을 어른들이 너무 일찍 경쟁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 결과 아이들의 정서가 피폐해져서 어린 나이임에도 범죄에 노출되거나 심지어 초등학생이 자살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나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옛 어른들의 지혜를 접한 아이들은 그런 문제를 스스로 극복해 갈 것으로 믿는다.
불교적 인성교육을 시키려면 아이들이 절에 와야 하고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무리 뛰어나고 좋다 하더라도 아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우리절 법회에서는 지금까지 요리, 기타, 가야금, 네일 아트, 리본 공예, 풍선 공예, 민화 그리기, 배드민턴, 농구, 축구 등을 해왔다. 계절에 따라, 교사 사정에 따라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씩 프로그램을 개설한다. 아이들은 각자의 취미에 맞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아이들의 꾸준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한 달에 한두 번은 특별 이벤트를 진행한다. 한 달간 결석없는 아이를 대상으로, 경주 남산이나 놀이동산에 데리고 가기도 하고, 래프팅ㆍ4륜바이크ㆍ미술관 등 주요시설에 견학을 가거나 피자집이나 대형서점에 데리고 가 음식이나 책을 사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재미를 최우선에 둔다.

향산 거사는 말한다. “우리절은 크게 일어날 겁니다. 이 아이들이 크는 건 잠시거든요. 이 아이들을 꾸준히 절에 오게 한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절에 오게 될 것이고, 우리절이 커지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진산 거사도 말한다. “절에서 아이들 법회를 하지 않으면 불교 곧 망합니다. 불자를 길러내는 불사가 진짜 불사입니다.”

하지만 이 불사에 동참하는 사람은 적고 무관심한 불자는 많다. 그렇거나 말거나 나는 어린이ㆍ청소년법회를 꾸준히 할 것이고 더 키울 수 있도록 갖가지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3년 반이나 기다린 소중한 인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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