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당초문(忍冬唐草文)’→‘제3영기싹 넝쿨모양 영기문 중

3단계의 무늬 단위 이해가 기본

‘눈에 보이지 않는 무한한 대생명력의 영묘(靈妙)한 기운이 만물을 탄생시키고 있어서 영기(靈氣)라 이름 짓는다. 따라서 영기가 처음에 형태를 띤 것이 추상적 영기문(靈氣文)이며, 그 영기문에서 만물이 탄생하는 것을 나는 영기화생(靈氣化生)이라 부르며 영기화생한 만물은 다시 영기를 발산한다.’

이것이 영기화생론의 가장 짧은 설명이다. 그 영기를 조형적으로 표현한 그 무한히 다양한 영기문들을 밝혀내었으나 하나하나 이름 지을 수 없다.

지금 다루고 있는 인동당초문은 우주와 인간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일체 행위의 요체이므로 아주 특별한 영기문이며 가장 중요한 영기문임을 알 수 있다. 인동당초문이라는 것이 ‘제1, 제2, 제3 영기싹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그 만물(생명)의 생성과정을 무한히 연결시켜 표현한 영기문’임을 요약하면, ‘제3영기싹 넝쿨모양 영기문’이라는 명칭으로 밖에는 더 간단히 줄일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인동당초문이란 그릇된 용어를 그대로 쓰리라. 왜냐하면 인동당초문이라는 용어가 ‘제3영기싹 넝쿨모양 영기문’임을 설명하려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 ‘인동당초문’란 용어는 절대로 쓰면 안 된다.

그러면 서양에 이어 중국의 것을 분석하여 ‘제3영기싹 넝쿨모영기문’임을 증명하여 보기로 하자. 25회에서 다룬 서양의 영기문과 똑같은 원리이지만 동양에서는 점차 물 흐르는 듯한 조형을 띤다. 북위시대(기원 후 386~534) 전기의 영기문은 중앙에서 좌우대칭의 영기문을 이루며 그것이 위아래로 방향만 다르게 병렬하여 있다.(그림 ①-1, ①-2) 그 구성 원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제1영기싹이 마주하고 있으나, 더 나아가 이미 붉은 색의 생명이 탄생하고 있는 제3영기싹을 마주하여 복잡하게 되고 있으며 그 제3영기싹에서 노란 색의 영기싹이 움트고 있다. 그 갈래 사이에서 아주 빨간 색으로 칠한 삼각형 모양의 만물이 탄생하고 있으니 이 단위무늬야 말로 강력한 생명생성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기문이라 할 수 있다.

다음 북위 후기의 영기문을 보면, 이제는 시작점이 생겨서 오른 쪽으로 전개하는 조형을 비로소 볼 수 있다.(그림 ②-1, 그림 ②-2) 한 눈에는 복잡해 보이나 자세히 보면 그림①과 같은 조형이지만 이것은 병렬이 아니고 한 쪽으로 끝없이 전개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것을 단순화시키면 제1영기싹이 연이어 전개하고 있는 것을 제3영기싹으로 연이어 전개하고 있는 것이 다를 뿐 같은 표현원리이다.

 

중국 영기문의 표현 원리

다음 북제시대(550~577)의 영기문을 보기로 한다.(그림 ③-1, 그림 ③-2, 그림②) 선묘를 함께 싣는 것은 흥미를 느끼시는 분은 선묘한 것을 다운 받아서 직접 채색하여 보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 눈에는 복잡하게 느낄지 모르나 자세히 살펴서 채색분석하며 표현원리를 찾아낼 수 있다. 내가 밑에 단순화시켜 그린 조형을 보면 그림②의 영기문을 더욱 복잡하게 전개시킨 것임을 알 수 있다. 중앙의 단위문양을 보면, 좌우의 제3영기싹 갈래 사이에서 긴 연봉모양으로 상징된 만물이 탄생한다. 그런데 좌우 제3영기싹에서 각각 두 개씩 빨간 꽃잎모양이 역시 만물의 탄생을 암시하는데, 그림②에서는 하나씩 나오고 있으므로 몇 개이든 같은 의미이다. 우리나라의 백제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왕비의 금제 관장식에서는 무려 7개의 꽃잎 같은 것이 나오고 있다. 그러므로 개수는 상관이 없다.

그런데 제3영기싹이 팔메트가 아니고(인동문을 팔메트라 하여 혼동하고 있다.), 제3영기싹의 다양한 변형이라 하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는데, 이 중국 당나라의 영기문을 보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마침내 10년 만에 그 증거를 밝힐 수 있는 조형을 만났기 때문이다. 원래 그림④-4가 원본인데 그림④-1부터 필자가 그 전개를 밝힌 것이다. 제3영기문 넝쿨 영기문의 첫 단계는 제1영기싹을 연이어 전개시킨 제1영기싹 넝쿨 영기문이다.(그림④) 두 번째 단계는 제2영기싹 넝쿨 영기문이다.(그림④-2) 세 째 단계가 제3영기싹 넝쿨 영기문이다. 우선 그 갈래 사이에서는 만물이 생기는 것이라 반드시 꽃잎모양이나 연봉모양이나 삼각형 모양뿐이 아니고 어떤 조형이라도 좋으므로 고정된 것은 없다. 따라서 제2영기싹 갈래에서는 흥미롭게도 다시 제3영기싹 모양이 생기고 있다.

그러니까 긴 줄기에서 맺힌 연봉 같은 것을 보여주는 제3영기싹이나 다시 생긴 면(面)으로 된 제3영기싹은 모두 제2영기싹 갈래 사이에서 나온 것으로 같은 가치를 지닌 조형임을 알 수 있다.(그림④-4) 그렇게 해서 성립한 조형이 벽화나 불상 대좌에 나타나는 것이다. 가장 아름답고 강력한 영기문의 조형이 바로 〈제3영기싹 넝쿨모양 영기문〉이다. 채색분석해보면 더욱 분명히 영기문의 전개를 파악할 수 있다.(그림④-5) 이제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여러분 스스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제2영기싹 갈래에서 제3영기싹이 생겨난다는 것만 인식하면 된다.

연재를 하며 ‘내가 재탄생하는 느낌’이다. 어떻게 하면 이 새로운 조형미술의 고차원의 세계를 사람들에게 정확히 분명하게 그리고 알기 쉽게 설명할 것인가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많은 것을 배웠으며 마침내 크게 새로이 탄생한 느낌을 가진다. 세계미술사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무엇인지 몰랐던 인동당초문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는 동안 무한한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여기에 실린 일부의 도면은 일본에서 출판된 〈세계문양사전〉(西上 하루오, 1994, 創元社)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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