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어르신 반찬 봉사

기초수급 노인 80% 독거
노인들 삶 위로하는 게 사찰 목표

▲ 한북 스님/ 대구 보성선원 주지
수치와 통계를 나열하는 것은 쓰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지루한 일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우리절이 위치한 지역은 저소득층 노인이 많다. 6월 20일 현재 우리 동네인 대구 달서구 송현1동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2,688명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19명으로 8.1%를 차지한다. 2011년 현재 전국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비율이 평균 2.9%인 걸 감안하면 우리 동네에 저소득층 노인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동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운데 독거노인의 수는 179명으로 전체 노인인구 가운데 6.7%를 차지하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노인 전체에서 독거노인의 비율을 따져보면 무려 81.7%나 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노인 10명 가운데 여덟 명이 혼자 사는 것이니 그 비율이 놀라울 정도다.

나는 아직 젊은 편이어서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입장을 헤아리기엔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노인이 되면 만사가 귀찮을 것 같고 몸을 움직여 음식을 해먹는 것이 서글플 것 같다.

특히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 있는 것처럼 무료한 나날을 보내면서 즐거움이라곤 억지로 꼽아봐야 TV 밖에 없는 혼자 사는 노인이라면 먹고 사는 것조차 번거롭고 싫을 것 같다. 맨날 먹는 반찬이라 해봐야 김치 몇 쪽이 전부일 것이고, 그나마 귀찮으면 라면으로 때우기 일쑤일 것이다. 그게 하루 이틀, 한두 달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면 심각한 영향 불균형을 초래하여 노인들은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런 노인들은 돌봐야 하는 것은 당연히 갖가지 형태로 세금을 걷어가는 국가의 역할이지만, 우리의 자랑스런 조국 대한민국이 그런 것까지 해줄 것 같진 않다.

국가가 하지 못하면 그 일을 지역사회가 떠맡아야 할 텐데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이 이웃에 관심을 갖긴 어려울 것이다.

이런 형편 때문에 우리절에서 반찬 도시락 배달을 시작했다. 약 5년 전에 4, 5곳으로 시작한 일이 점차 늘어나 이젠 22곳을 헤아리게 되었다. 독거노인을 위해 거창하게 뭔가를 하는 것처럼 운을 떼더니 고작 그것밖에 하지 못하냐고 힐난하는 분도 계실 테지만 말이 쉬워 그렇지 스물 두 분의 홀몸 어르신들에게 1주일 반찬 서너 가지와 떡, 때때로 국과 과일을 제공한다는 것이 사실 여간 문제가 아니다.

반찬 도시락 배달을 위해 나선 분들은 송현1동에 사는 송현 법등 불자들이다. 전체 25명 가운데 절반 정도는 우리절 신도이고 나머지는 다른 절에 다니는 불자들이다. 이들은 4개조로 나누어 주1회 봉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나오는 열성회원도 몇 명 있다.

후원회원은 전체 35명으로 형편에 따라 현금으로 내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고깃집을 하는 신도 두 분은 쇠고기와 돼지고기로 제공한다. 이들이 후원하는 액수는 월 1백만 원 가량으로 부족액은 특별 후원을 받거나 절에서 부담하기도 한다.

우리절의 목표는 일단 결핍되기 쉬운 노인들의 영양을 채워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큰 목표는 좋은 반찬을 갖다주는 그 마음으로 더 많은 홀몸 어르신들의 삶을 위로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애를 써도 어르신들의 배우자 노릇을 할 수도 없을 것이고 자식 노릇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의 정성으로 궂은 날 신경통처럼 쑤셔오는 어르신들의 외로움과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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