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문강의 ‘구도ㆍ제도ㆍ가피 : 대승보살의 이상과 역동성’ - 윤원철 교수(서울대 종교학과)

#윤원철 교수는? 윤원철 교수는 서울대 인문대학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1994년 스토니브룩 뉴욕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해부터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선불교를 전공했으며 동북아 대승불교 신행의 복합적 구성에 대한 체계적 이해와 규명을 모색하고 있다. 주요 저술로는 <불교사상의 이해>, <선과 자아> 공저와 <돈오돈수론의 문화비평적 의의>, <선종의 역설적 성격> 등 논문, <깨침과 깨달음>, <선불교에 대한 철학적 성찰> 등 역서가 있다.
흔히 불교는 구도의 종교로 규정되지만 신행의 실제에서는 가피를 비는 기복과 중생제도의 두가지 측면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6월 13일 윤원철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가 강사로 나선 서울대학교 인문강의에서 윤 교수는 불교에서 이런 세가지 신행이 어떻게 얽혀 유기적 관계를 이루는지 살펴봄과 동시에 불자들의 바람직한 신행활동을 제시했다.

# 인간의 역사는 종교와 함께
종교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왔습니다. 선사시대 동국벽화만 보아도 당시 사람들이 종교적 행위를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역사시대에 접어들며 종교는 인간의 사고정신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인간 개개인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현대사회는 점차 종교 친화적이지 않게 변했습니다. 남한 인구 4700만 중 절반 가량이 종교가 없는 이들로 이들의 수는 점차 늘고 있습니다. 과학의 시대, 정보의 시대로 불리는 지금 과학적 지식의 중요성으로 인해 종교의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굳이 특정종교에 인연 맺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서는 다소간 종교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일주일을 삶의 주기로 삼는 것부터 그렇습니다. 이는 유대 그리스도교의 창조신화에서 나온 것입니다.
크리스마스, 부처님오신날 등 각 종교 교조의 생을을 비롯해 추석, 설살 등도 종교적 상징이 발동된 것입니다.

때때로는 종교와 상관없을 것 같아보이는 과학에서도 종교행위가 벌어집니다. 예를 들어 인공위성을 쏘기 전 고사를 지내는 행위 같은 것들 말입니다.

최첨단 과학기술 앞에서 아주 옛날 방식으로 고사를 지닙니다. 이는 종교가 인간과 끊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음을 반증합니다.

종교학에서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특징 중 하나로 종교를 꼽습니다. 호모 렐리지오수스(religiosus)입니다.

비록 무신론자, 무교인일지라도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종교적 틀을 차용해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종교적 판단을 하고 가치관을 지닌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종교는 무엇일까요. 여러분에게 ‘시간’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막상 대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는 마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인간의 종교성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각 문화권 마다 종교 모습도 다르기에 떠오르는 이미지도 다 다릅니다.
서양종교에서는 십자가 등 상징물과 예수, 마호메트를 떠올리지만 동양에서는 신선 등과 공자 등을 떠올립니다. 습관적으로 종교란 말을 들었을때 ‘신’을 떠올리지만 막상 종교 중에는 신에대한 신앙을 핵심으로 하지 않는 것들도 많습니다.

한때 종교의 기원이 무엇이며 그 것을 알면 본질을 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진화론과 종교진화론을 적용해 가장 단순한 종교를 찾아보았습니다. 19세기 학자들은 단순한 진화론이 사실과는 맞지 않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니미즘ㆍ다신교ㆍ유일신교 발전상에서 원시사회에서도 소위 그리스도교 전통에 유일신 같은 개념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인간의 종교적 활동을 들여다보면 종교의 원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종교는 인간 개개인에 감명을 줍니다. 종교인들은 반드시 종교집단을 형성하는데 이에는 행위, 사회적 표상 등이 개념이 다 포함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종교는 종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불교, 종교인가? 철학인가?
‘불교는 철학이지 종교가 아니다’는 말이 많습니다. 전통적으로는 대개 유신론의 신학자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종교에는 철학적인 부분이 포함돼 있습니다. 동양문화에서의 전통입니다. 종교자체가 지성의 상징으로 자리했기에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특히 불교에서의 깨달음은 인간 지성이 초자연적이고 초월적인 차원으로 넘어가는 것을 상징합니다. 게다가 깨달음 이후의 실천을 중시하기에 사회철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교리에서는 우리가 지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언어도단’의 영역이 그 것입니다. 말을 쫒아가다 절벽에 도달하게 됩니다. 여기에 기복적인 부분도 작용합니다. 인간 내면의 병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실용적 부분이 빠진다면 종교는 종교일 수 없습니다. 어떤 초월적 존재에 기대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특성이 그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대표적인 부분이 삼귀의입니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것입니다. 불교는 철학만은 아닌 것입니다.

이론적인 면에서 궁극적 실재에 대한 원리를 한문문화권에서는 ‘도’라고 표현합니다. 이를 불교에서는 ‘연기법’으로 설명합니다. 모든 존재는 서로 의지하고 얽혀 서로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실 다 서로 통해 있는 것입니다. 한 몸인 것입니다. 이 것이 연기법의 개념입니다. 이 것을 체득하고 후세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신 분이 바로 부처님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우주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끝은 어떤지에 대해 관심두지 말라고 말하셨습니다. 유명한 독화살의 비유입니다. 독화살에 맞아 옆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면 이 독화살이 어디에서 날라왔으며 이 독화살에 발라진 독성분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면 이미 사람을 구하기엔 늦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우선적인 것은 독화살을 빼고 해독을 하는 것입니다.
불교의 우주론은 연기법의 진리가 작동해 돌아가고 있다는 법계 개념입니다.

#기복은 종교 신념체계의 한 유형
종교 성향에는 기복을 때려야 땔 수 없습니다. 막강한 힘을 지닌 초월적 존재에 의지해 복을 받오 화를 피하는 것 또한 종교의 기본적인 성격입니다. 이를 기복적 신념체계라 부릅니다. 불교에서 이에 관한 용어가 ‘가피’입니다. 부처님의 막강한 은혜에 보호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불교를 구도의 종교라고 하는건 단견입니다.

어느 종교에나 기복적 요소는 다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하나님의 은총을 구원의 핵심으로 꼽습니다.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가피입니다.

이 내면을 바라보아도 구원의 궁극적인 초점은 신의 은총이 아닌 피조물로서 나 자신을 올바르게 단련하라는데 있습니다. 기복 또한 자기개혁의 방편인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대상에 의지하는 준거는 자기 정체의식에서 비롯됩니다. 절대적 개체로서가 아니라 앞서나 온 개념입니다. 나는 연기적 존재구나 하는 기초인식입니다. 당신들이 없으면 나는 없다. ‘당신과 나는 같은 몸이다’라는 자기 정체성의 근거입니다. 개인 중심 사상에서 연기주의 사상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깨달음입니다.

이런 깨달음을 위해서는 자기극복이 필요합니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욕구를 컨트롤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금욕고행도 하는 것입니다.

#중생제도는 불교 특징 요소
불교에서는 깨달은 이는 중생을 이끌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깨달은 이후 고민하며 3주간 앉아있었다고 합니다. 이 좋은 깨달음을 다른 중생들과 누리고싶지만 대중들이 이해를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 때 ‘범천’이 중생교화를 권유해 마침내 설법에 나섭니다. 그 이유는 자비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교에서는 세상의 궁극적 지혜인 깨달음이 자비심과 짝을 이루었을 때 완성된다고 말합니다. 대승불교에서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으로 발전합니다.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됩니다. 원효 대사는 어느 한쪽이 없으면 성불하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각자가 좋아지면 세상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잘 만들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런 욕구가 표현된 것이 미륵신앙입니다. 온 세상에 새로운 이상국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아미타신앙이 그 것입니다. 서방정토에 갈 수 있다는 사상, 이 땅이 부처님 땅이라는 불국토사상이 중생제도의 일면입니다.

온 세계가 부처로 가득 차 있다는 법계. 그렇게 생각하면 푸근하고 안심이 됩니다. 이것을 우리는 우주적 붓다라고 합니다.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우주적 부처님인 것입니다. 범우주적 질서를 느끼고 소속감을 가지는게 종교적 인간입니다. 불보살의 거대한 힘을 느끼고 거기에 이지하고 포근하고 안정감 느끼는 것입니다.

보살들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발원입니다. 서원을 일으키고 달성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보현보살 행원, 아미타불 48원, 사홍서원 등이 있습니다. 서원을 이루면 이룰수록 공덕이 쌓입니다. 은행에 입금하면 기록이 쌓이듯 좋은 일을 하면 우주 법계에 기록이 됩니다. 보살이 지은 공덕에 의해 삼투압으로 모든 생명체도 그 공덕이 스며듭니다. 모든 생명체들이 그 공덕을 공유합니다. 그것이 회향입니다.

이것이 완벽해지려면 내가 없어져야 합니다. 보살도에서 무엇을 이루겠다는 긍정의 에너지로 발원과 함께 정진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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