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의 틀린 용어 바로잡기 포수(귀신 문고리)→용 문고리 하

문고리를 자세히 설명하니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닌데’ 하고 의아해 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러나 문고리도 올바로 알아야 용의 본질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조상들은 문고리조차도 영화(靈化)시켰는데 반드시 용과 관련되어 있다. 용의 본질을 간단히 한 마디로 전해 줄 수 없으며, 한 마디로 이해할 수도 없다. 수많은 용의 다양한 조형들을 완벽하게 파악해야 그 모든 것이 모아져서 용의 본질을 이루며 따라서 인식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동양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용의 개념을 정립하여 나가고 있는 중이다. 용을 모르면 동양미술의 연구가 불가능한데, 용의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는 학자가 한 분도 없어서 동양미술의 연구가 지지부진한 것이다.

‘용’ 연구, 동양미술 이해의 기본
통일신라 초기685년에 세운 감은사의 탑에서 발견한 사리 장엄구의 외함(外函:바깥 상자)이 있다.(그림①-1) ‘불사리(佛舍利)’라는 존재는 석가여래와 같은 존재여서 그 석가여래의 불신(佛身)인 사리는 경배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사리 장엄구는 가장 정교하게 가장 아름답게 만들므로 나는 ‘고대 공예품의 꽃’이라 부른다.
금당의 불세계를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 사리장엄구이다. 가장 바깥부분을 장엄하는 상자에는 네 면에 사천왕상을 두드러진 판으로 만들어 고정시켰다. 사천왕은 그 안에 있는 불신인 사리를 수호하는 존재이며 솜씨가 뛰어나서 그 당시의 고승이면서 뛰어난 예술가인 양지(良志)가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각 면의 사천왕 양측에 용의 얼굴이 있고 용의 입에서 고리가 나오고 있는데, 보주들로 연이어 있다.(그림①-2) 도대체 이 도상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그것을 귀면이라고 불렀으며 문고리라고 막연히 불러왔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문이 없으므로 문고리라고 말 할 수 없다. 이제 그 도상을 채색분석해 보면, 보주인 눈에서 긴 제1영기싹이 발산하고 있으며, 콧등에는 역시 보주가 있으며, 코 밑과 입 부분에서 역시 긴 영기문이 발산하고 있다.(그림①-3) 그러므로 보주들로 연이어 있는 고리 같은 것은 고리가 아니고 용의 입에서 나오는 무량한 보주들을 나타낸 것이니, 보주들로 환(環)을 만든 것은 고리가 아니고 ‘무량보주’를 상징한다. 또 하나의 무량보주 형태이다.
그러므로 용의 입에서는 무량보주가 나오는 것을 나타낸 것이지 문고리가 아니다. 용을 연구하여 온지 10년이 되었는데 오늘 날에야 이 연재를 쓰면서 또 하나의 다른 형태의 무량보주를 새삼 절실히 인식하였으니, 여래라는 존재를 이해하는데 평생 걸리는 것처럼 용의 본질도 역시 그렇게 평생 걸릴 만큼 표현방법이 무한히 다양하고 상징하는 바가 크고도 크다. ‘네 면의 각각 두 용면에서 무량한 보주가 나오는 도상들’이 있으니 모두 용의 여덟 얼굴이 있는 셈이다. 그 용의 여덟 입에서 무량한 보주들이 발산하고 있으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즉 사리함 가운데에 봉안되어 있는 사리로부터 무량한 보주들이 발산하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문고리에 추상화 된 용의 모습
석가여래의 정수리에서 무량한 보주들이 발산하는 것은 이미 다른 글에서 밝힌 바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다시 다루지 않는다. 석가여래로부터 무량한 보주가 발산하고 있으니, 이론적으로 사리함 안의 사리로부터 무량한 보주들이 발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 뿐인가. 사리 바깥 함 꼭대기에도 보주들이 연이는 고리 같은 것이 있는데, 이 역시 고리가 아니고 사리함 안의 사리에서 무량하게 발산하는 무량보주를 상징한다.(그림①-4)
또 다른 예를 보기로 한다. 월지 출토 용 고리가 있는데. 역시 용의 입에서 무량보주가 나오는 도상이지만, 사람들은 귀신의 얼굴에 고리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니 그 올바른 상징을 알 수 없다. 사리함의 용 얼굴에서 무량한 보주들이 나오는 것과 같은 것이며 채색분석해 보면 더욱 분명히 알 수 있다.(그림②-1, ②-2)
월지 출토의 다른 문고리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실제로 문고리를 이러한 도상으로 만든 예가 있지만, 결국은 문고리를 영화(靈化)시킨 것이다.(그림③) 이 투각 영기문을 자세히 보면 그 위 부분이 도 2의 용의 얼굴 위 부분과 같지 않은가. 믿기 어려울 터이지만 이 투각 영기문 역시 용을 추상화한 것이다. 그 주변 둥근 테에 무량한 보주들이 역시 투각되어 있지 않은가. 그리고 둥근 고리 같은 모양은 고리가 아니고 역시 무량보주를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다. 즉 무량한 보주들로 이루어진 무량보주를 단순한 둥근 고리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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