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택 교수, 우리는선우 6월 토요법석 강연

▲ 조성택 교수(우리는선우 이사장)
“한국불교는 깨달음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걸려있고, 과거에 얽매여있다. ‘초기불교만이 최고’라는 근본주의적인 생각과 다불교적인 상황이 한국불교 발전을 막고 있다.”

조성택 고려대 교수(우리는선우 이사장)는 6월 1일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빌딩에서 열린 우리는 선우 6월 토요법석에서 ‘세계 지성인들이 불교에 매료된 까닭’을 주제로 강연했다.

조 교수는 이날 서양인이 불교에 매료된 까닭을 문명사적 배경과 인도의 종교문화와 붓다 출현의 의의를 들어 설명하고, 현대 한국불교가 극복해야할 장애물 네 가지를 강조했다.

조성택 교수는 “한국불교는 대승불교라 하는데, 과연 조계종이 대승불교인지 궁금하다”며 “<금강경>에서는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라[應無所住 以生其心]’고 했는데, 한국불교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한국불교가 네 가지 장애물을 극복해야 발전할 수 있다며 문제점을 짚었다.
조 교수에 따르면 한국불교는 깨달음의 장애에 걸려있다. 그는 “많은 불교 개론서 및 입문서를 보면 불교의 목적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라 돼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불교는 깨달음을 실천하는 종교”라며 “깨달음을 추구한다는 것은 깨달음을 바라만 보고 가겠다는 것이다. 깨달음을 실천해야만 깨달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깨달음의 실천은 팔정도의 삶에 있다. 팔정도는 부처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지만 부처가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며 “선방에 30~40년 앉아 있다고 불교가 아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따로 골방에 앉아서 하기보다 현장에서 이뤄져아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택 교수는 재가자들이 깨달음을 냉소하고 ‘우리 스님이 더 깨달았다’며 관전평을 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30~40년 된 수좌스님도 못 깨달았는데 내가 어떻게…’라고 스스로를 냉소하면서 ‘우리 스님이 더 깨달았다’ ‘너희 스님이 더 깨달았다’ 하는 것은 프로야구 보는 것과 똑같다. 이것은 스님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스님들은 알쏭달쏭한 법문을 하게 되고 잘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런 현상이 故노무현 대통령 49재에서 여러 종교단체의 집전행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다른 종교들은 명확하게 자기 메시지를 전달했으나, 불교는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중얼거리다 “~니라”가 전부였다는 것.

그러면서 조 교수는 “한국불교는 깨달음이라는 것을 엄청나게 신비화 시켜놓든지, 엄청 높은 곳에 올려놓고 재가자는 쳐다만 보고 쫓아가게 해놓고 스님이 깨닫는 것이라고 한다”며 “불교에는 성직자란 말이 없다. 모두가 수행자다. 가톨릭에서나 신을 대리한 사제가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는 한국불교 발전의 두 번째 장애로 ‘과거집착’을 들었다. 석굴암의 위대함, 원효 스님 사상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현재를 갖고 이야기 하는 불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불교는 우리 스스로 불성을 갖고 있다면서 현재가 아닌 과거만을 말한다. 과거 전통을 재현하는 것이 불교처럼 돼 버렸다. 불교는 전통이 아니라 현재”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 교수는 “근본불교라는 말이 1990년대부터 한국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조계종단에 실망한 분들이 <아함경>이나 빨리경전 등 초기불교경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는 좋은 현상”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그런데 초기불교를 근본불교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불교는 성경과 달리 본래 하나의 메시지가 있는 종교가 아니다. 초기경전이 부처님의 직설일 것이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지금도 세계불교학자들 가운데 ‘근본적인 것만이 불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초기근본불교주의자다. 이런 생각은 불교를 대단히 근본주의적으로 이끄는 것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 교수는 “빨리경전이나 <아함경>을 아무리 우리가 오래전 것으로 쳐준다 해도, 부처님 시절부터 500~600년 뒤에 만들어 진 것이고, 상당부분은 1000년 정도 뒤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1000년 뒤에 만들어졌다는 것은 대승 경전과 시대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조 교수는 “제 자신도 고백하자면 초기불교를 근본불교로 생각하고 대승불교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지만 공부를 할수록 그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성택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국불교가 다불교적 사회에 있어서 한국불교 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했다. 티베트ㆍ미얀마ㆍ대만 불교 등 전세계 불교가 한국에 공존한다는 것.

조 교수는 “미국, 유럽을 제외한다면 이렇게 다양한 불교가 들어와 활동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며 “이 상황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이 문제를 잘 못 보게 된다면 용사혼잡(龍蛇混雜)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미국을 본보기로 들며 “다인종, 다문화가 모여살지만 전체의 아름다움을 이루는 미국처럼 잘 정리된 관점에서 한국불교를 바라봐야 한다”며 “위빠사나와 간화선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그러나 어느 것만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장애에 걸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