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감상하는 다큐 ‘길 위에서’

비구니 선원 백흥암에서 스님들과 함께한 이창재 감독의 300일 템플스테이
 
수행의 길을 가는 ‘사람’에 집중
고즈넉한 한국적 영상미… 감독의 내레이션 돋보여

▲ 이창재 감독은 비구니선방 백흥암에서 300일을 보내며 진리의 길을 가는 스님들의 삶을 영상에 담아냈다. 사진은 백흥암 전경.
▲ 선방에서 안거중인 백흥암 스님들의 모습.
큰스님은 대뜸 이창재 감독에게 물었다. “여기서 무얼 보려 합니까?”
비구니 수행도량 백흥암 스님들의 1년간 삶을 담은 이창재 감독의 다큐 영화 ‘길 위에서’(본지 939호 게재)가 5월 23일 개봉됐다. 
감독은 금남의 공간 백흥암에서 300일 동안 스님들과 똑같이 생활하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영상속에 수행보다는 수행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감독은 “비구니 스님하면 드라마틱한 사연을 안고 온 특이한 인생으로 이해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수행자의 삶은 방황조차도 하나의 길위에 있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영화는 나를 찾아나선 이들의 수행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래서 휴식을 갈구하는 현대인들은 영화를 보고나면 고즈넉한 한국적 영상미와 감독이 직접 참여한 내레이션에 공감하게 된다. 고통스런 종교의 깨달음이 아닌 힐링의 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1년간 촬영을 마친 감독에게 큰 스님은 이렇게 묻는다. “지난 1년 동안 무얼 보았습니까?”
어디까지는 속세와 같았고 어디부터는 속세와 달랐다고 말하는 그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보았나?” 그리고 문득 젊은 스님의 질문을 떠올린다. “감독님은 출가하실건가요? 이번 생에는? 다음 생에는?”
‘길위에서’는 제6회 CINDI영화제 ‘버터플라이 수상작’, 제 1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 본선 진출작으로 호평을 받았다. 서울 전주 부산 등 20관에서 동시 개봉했으며  러닝타임은 104분이다.   정혜숙 기자 

 

선우 스님

어린시절 절에 버려져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진출가했다. 어릴 때 자란 절에서 백흥암으로 출가한 선우 스님은 백흥암 스님들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부모님 천도재를 지내던 날 눈이 붓도록 울었다. 여행 한 번 해보지 못한 선우 스님에게 큰스님은 만행길에 오를 것을 제안한다. 두 어른 스님과 처음 경험해보는 여행 길에서 밝게 웃고 고민하며 세상 구경을 하면서 구도의 길에 대해 자신에게 진지하게 묻는다. 상욱 스님과 대비되는 캐릭터다.

 선우 스님
"저 어렸을 적 아프면 스님한테 얘기를 못했어요… 전생에 업이 두텁다는 둥 그런 소리 듣기 싫어서요."

도감 스님
"그런 것이 아니고 어느 생에부터 중노릇을 해왔기 때문에 (수행이)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 스스로 당당할 때 다른 사람도 나를 당당하게 보는 거지. 그 당당함은 수행이 없이는 되지 않는 거야"

선우 스님
"다시 태어난다면 대학 졸업하고 출가하고 싶어요!"

 

영운 스님

열일곱에 출가해 매일 천배 씩 3년 동안 백만 번의 절 수행을 한 백흥암 선원장. 제대로 된 밥값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노스님은 밥 한 발우가 피 한 발우라고 그랬어요. 그래서 스님들은 밥값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행을) 안 하면 안 되죠. 정말, 나는 밥 값을 했는가?"

 
상욱 스님

미국 유학시절, 젠(Zen) 센터의 경험으로 출가한 ‘엄친 딸’. 교수임용 면접을 앞두고 출가, 부모와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내가 나이 40, 50이 되도 그 생각(출가)이 계속 있을 것 같았어요.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어 미안하죠. 그냥 편지 하나 써 놓고 나왔어요. 쉽지않은 선택이었죠."

 

 민재 행자

인터넷 검색으로 출가한 ‘신세대형’. 주 5일 수행을 제안하는 등 밝고 유쾌한 21세기형 행자다.

 "인터넷으로 절, 성당, 교회가 뭐하는 곳인지를 찾아봤어요. 교회도 성당도 누군가를 믿는 거잖아요. 근데 불교는 나를 믿는 거더라고요. 저를 찾고 싶어서 온 거죠"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