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음악감상회
욕먹을 각오로 말한다. 나는 오디오를 한다. 이렇게 고백해 둬야 다음 이야기가 풀리기 때문에 미리 털어놓는다. 예전에 산속에 살았을 때 오디오를 켜두고 혼자 음악을 듣고 있으면 등산 온 사람들이 가끔 물었다.
“스님은 왜 염불 안 듣고 음악 들으세요?”
그때 나는 장난처럼 말했다.
“나는 입만 열면 늘 염불하는데, 염불을 듣기까지 하고 있으면 얼마나 지겹겠어요?”
몇몇 분은 고개를 끄덕이고,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만큼 음악은 절집과 이질감이 느껴지나 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가운데도 탐탁찮게 생각하는 분이 계실 거다. 그런 분은 신문을 한 장 넘기시거나 다른 코너를 읽으시라. 괜히 욕해서 업 짓지 말고. 나, 욕먹으면 기분 나쁘다. 사람이니까.
나는 중고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다. 싸기 때문이다. 새것 사는 비용으로 중고를 사면 더 높은 단계의 오디오를 장만할 수 있다. 물론 고장은 감수해야 한다. 나는 앰프와 스피커, CD 플레이어 모두 중고를 쓴다. 그러다보니 완전히 중고 인생이 돼버렸다.
내가 보성선원에 올 때 그것들을 갖고 왔다. 우리절은 대구 주택가에 있는데, 도시 신도라고 해서 내가 음악 듣는 걸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다 거기서 거기다. 고개를 갸웃거린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들이 입을 대기 전에 내가 선수를 쳤다. ‘음악감상회’를 연 거다. 그래서 오디오를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음악을 틀어줬다. ‘그래, 나 음악 듣는다, 어쩔래?’ 이렇게 쎄게 나가야 별 말이 없다. 그게 효과가 있었던지 지금까지 대놓고 내게 뭐라고 한 사람은 없다.
대구불교방송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했던 최현태 보살을 초청해서 그에게 진행을 맡겼다. 내가 선곡을 해서 넘겨주면 그이가 그 곡에 대한 소개를 써서 내게 다시 보내주었고, 내가 다시 검토하는 형식으로 원고를 완성해 갔다. 서두에는 계절 인사를 하기도 하고 날씨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음악만 들으면 지루할 것 같아서 라이브 연주도 넣었다. 어떤 날은 성악가가 오기도 하고, 소리꾼이 와서 판소리를 한 대목 부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대구시향과 경북도향의 연주자들이었다. 콘트라베이스, 첼로, 바순, 트럼펫, 호른, 섹소폰, 마림바 등의 연주자들이 반주를 넣어주는 피아니스트와 함께 와서 앵콜 포함해서 세 곡 정도의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신도들은 하품을 했다. 다 들리도록. 연주자들에게 내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볼 수 있는’ 음악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비밀인데, 나는 지름신과 무척 친하다. 지난번에 말했지만, 빔 프로젝터와 150인치 스크린, 서라운드 영화를 볼 수 있는 오디오를 질렀다.
영상도 많이 확보했다. 러시아의 미녀 성악가 안나 네트렙코는 물론, 파바로티, 키신, 카라얀, 바렌보임, 두다멜을 우리 스크린으로 불러왔고, 심지어 비틀즈나 이글스, 태양의 서커스, 야니, 조용필, 소리새, 최성수까지 다녀갔다. 참 좋았다, 나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하품을 계속하더니 참가자 수가 점점 줄었다. 처음엔 46명이 왔었는데 13번째는 9명이 왔다. 마림바 연주자는 그래도 꿋꿋하게 세 곡이나 연주했다.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 가사에 이런 게 있다.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렇게 음악감상회를 종쳤다. 에이,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