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사 소단 30~40편 보내주오”

추사, 불운한 시절 차로 위안 받아
“연꽃잎 향기에 그대가 그립소”


도판은 〈나가묵연첩〉. 추사의 친필 편지다.
차를 기다리는 절박한 추사의 마음은 그의 편지에 자주 등장된다. 특히 제주와 북청 유배 시절, 그리고 강상에 머물던 시기에 초의에게 걸명(乞茗: 차를 보내달라는 글)을 청하는 글이 대종을 이룬다. 이는 그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불운한 시절을 보낼 때, 차를 통해 얻은 위안이 컸음을 의미한다. 때로는 차를 통해 그리운 벗, 초의와 소통했고, 울분을 삭이는데 차만한 것이 없었다. 넓은 품을 지녔던 차의 효능은 그를 안정시키기에 충분했던 것.  따라서 초의의 수행력이 투영된 ‘초의차’는 추사의 어지러운 주변을 정화하기에 족했으리라. 이번 호에 소개할 편지는 〈나가묵연첩〉과 〈영해타운첩〉에 모두 수록된 것으로, 초의에게 보내는 그의 걸명이 얼마나 간절한 것인지를 나타낸다. 〈나가묵연첩〉에 수록된 사연은 이렇다.

겨우 박아 편에 편지를 부쳤습니다. 아직 (편지가)바다를 건너가기도 전에 뜻밖에 영남에서 온 스님이 찾아와 그대의 편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무더위 속 노련한 그대의 마음이 청정하고 편하다는 근황을 자세히 알았습니다. 대나무는 푸른빛을 더하고 연꽃잎에 향기로운 바람이 스치는 이때에 그리움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그대가 머문 곳이 바로 극락국토이니 아미타불을 수없이 부를 필요가 있겠습니까.

원래 편지도 차를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차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은 그대도 아는 일입니다. 그대가 손수 법제한 차는 당연히 해마다 보내주시니 다시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흥사)寺中에서 만든 소단 30~40편중에 좋은 것으로 골라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파공(소식)이 말한 거친 차 잎으로 만든 차도  청공하기에 충분합니다. 만약 박생이 다시 올 때를 기다리면 너무 늦어질까 염려가 됩니다. 먼저 인편을 물색하여 김용성이 있는 곳에서 편지를 가져갈 것을 상의하여 빨리 부치면 어떻겠습니까. 마시고 있는 차가 다 떨어져서 이렇게 급히 서두릅니다. 포장은 과연 더 없이 진귀한 음식입니다. 이것은 신선 세계에서 나오는 것인가요. 겨울이 되면 다시 저를 위해 한 단지 만들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물리지도 않느냐고 나무라지 마십시오. 오래 두어도 맛이 변하지 않아 작년에 보내온 것을 여름까지도 상에 올릴 수 있으니 참 신기합니다. 나머지는 그만 줄입니다. 가을 7월16일(?因朴雅付一 尙未渡海 嶺衲意外見訪 ?致法 藉悉老熟梵況 淸淨輕安 竹深荷凉 不勝神湊念念 師之住處 卽一極樂國土 何必千萬億聲阿彌陀耶 原書亦以茶懇矣 此中茶事甚艱 師所知耳 師之自製法茶 當有年例 不必更言 寺中所造小團三四十片 稍揀其佳 惠及切企 坡公所云?芽茶亦足充淨供耳 若待朴生再來時 恐有太婉晩之慮 先圖信便於金瑢性處 速付如何如何 所喫將? 如是控急耳 泡醬果是無上珍味 是自香積界中來者耶 再於冬後 ?爲我造就一缸 是願是願 無以無厭?之 果經久不損味 前年所來者 能到夏登盤 甚異甚異 餘留不宣  秋七月旣望 續具)

 제주 시절 비교적 안정된 추사의 마음을 드러낸 편지이다. “대나무는 푸른빛을 더하고 연꽃잎에 향기로운 바람이 스치는 이때에 그리움을 가눌 길이 없다”고 한 내용에선 그의 여유로운 마음이 어느 정도 드러낸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의 차 재촉은 거듭된다. 대흥사 사중에서 만든 작은 덩이차 30~40편을 구해달라고 한 것 이외에도 “마시고 있는 차가 다 떨어져서 이렇게 급히 서두릅니다”라고 한 것에서 드러난다. 차를 보낼 인편으로 김용성이 있는 곳에서 상의하라는 내용도 보이는데, 실제 이 내용은 〈영해타운첩〉에는 “김모가 있는 곳에서(先圖信便於金某處)”라 하였고, 〈나가묵연첩〉에는 김용성으로 표기된 것이 조금 다르다. 한편 초의는 차 이외에도 진미의 포장(泡醬)을 보내 추사를 위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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