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어린이 포교 진단과 처방

어린이 법회 미비하니 계층 순환 안돼
자승 스님, 직할교구 인사고과서
어린이 법회 반영… 전체 확대해야
학교 교육 연계 프로그램 개발 필요

일제 강점기부터 밀려들어오는 서구 종교에 대항하기 위해 시작된 어린이 포교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현재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980년대 600여 곳이였던 어린이 법회는 90년대 침체기를 거치면서 눈에 띄게 줄었다. 조계종은 2005년 이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어린이·청소년 포교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지만, 어린이 포교가 위기라는 인식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불교 어린이 포교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재정과 지도교사, 의식 부족을 꼽았다. 조계종 포교부장 송묵 스님(어린이청소년위원장)은 “포교는 기본적으로 투자다. 10년의 시간동안 씨앗을 뿌리고 키워야 겨우 열매를 맺는다”며 “어린이 법회의 경우 재정적 부담이 크고 피드백도 느려서 일선 사찰에서 저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이런 부분을 일선 스님들이 놓치고 있다”고 밝혔다.

평창 극락사 주지 자용 스님은 “대부분 스님들이 어린이 포교를 해야 된다고 말하지만 스스로 실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어린이 포교는 긴 안목을 가져야 하는데 당장 효과가 나는 사업도 아니고, 비용도 많이 드니 스님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 지도교사의 부족도 한국 불교의 어린이 포교가 조속히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이에 대해 자용 스님은 “대부분의 개신교 대학에는 보육교사 교육원이 있지만 불교계는 중앙승가대와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유일하다. 중앙승가대 보육교사교육원은 신입생 모집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계종에서 종단 차원에서 일반 대학들과 결연을 맺어 커리큘럼을 만드는 것도 방안 중 하나”라고 역설했다.

최미선 동련 사무처장은 “종단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어린이청소년 지도사 양성 의무화 △전문 교육기관을 활용한 포교 교육 △종단에서 자격자 관리 및 처우개선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그런 의미에서 화성 신흥사는 어린이 지도사 양성에 대한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다. 신흥사 어린이 법회의 대학생 간사들은 신흥사 선재 어린이회를 비롯해 야사 중고등학생회, 청년 여래회를 거친 불자들이다. 이들에게 신흥사는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1년 이상 활동하면 불교 어린이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계층 포교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사찰이 나서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화성 신흥사 주지 성일 스님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선생님이 필요하다”며 “포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재를 키우면 그 보상은 언젠가는 사찰로 돌아오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어린이 포교가 잘 운영이 안된다는 것은 인체로 따지면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린이 포교가 활성화돼야 중고등학생, 청년회로 계층 포교가 이뤄지고, 이렇게 키워낸 신도들은 다시 어린이 포교에 자신의 재능을 보시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서 어린이 포교는 계층 포교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이라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현재 조계종 직할교구를 대상으로 주지인사고과에 어린이 법회를 반영하고 있다”며 “이를 좀 더 확대시킬 필요가 있으며, 종단도 성과가 있을 때 포상하고 성공 사례로 알려야 한다. 신도들에게도 어린이 포교가 불교의 미래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어린이청소년전법단장 성행 스님(청계사 주지)은 사찰이 총체적인 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젊은 불자 부모들의 조직을 강화하고 자녀들을 자연스럽게 사찰에 데려올 수 있도록 순차적인 포교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며 “젊은 불자 부모들은 자녀교육과 문화 체험 등이 공통 관심사인만큼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어린이 법회가 지역적 불균형을 보이는 데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각 교구본사 별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김응철 교수는 지역 교구본사가 연합회를 구성해 중소도시에 공동의 거점 포교 사찰이나 문화원을 건립하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을 할 경우 단일 사찰에 부과될 비용을 나눌 수 있고,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인력 공유가 된다는 것이다.

신도시 포교에 대한 방안도 피력했다. 자용 스님은 “세종시와 같은 신도시에 기독교계는 발 빠르게 교회 세워 주일학교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불교는 사찰 하나 짓는데 만족한다”며 “재정이 넉넉한 스님들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성행 스님은 “일선 사찰은 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신도시 포교의 경우 종단적 차원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종단에서 추진하는 거점·직영 사찰의 경우 어린이 포교를 반드시 포함시켜 사찰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선 전문가들은 어린이 포교 발전을 위한 실효성 있는 종책으로 주지 인사고과에 어린이 법회 부문을 크게 반영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현재 조계종 직할교구에 머물러 있는 주지 인사고과를 확대 적용하라는 주문이다.

또한,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교재 개발에 대해서는 공모전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어야 한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찰 주지 스님과 사부대중의 어린이 포교에 대한 원력이 하나 모여야 제대로 된 포교가 진행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성일 스님은 “포교는 원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자료와 재원이 없어서 못하는 시대가 아니다. 주지 스님은 원력을 가지고 어린이 포교를 시작해야 하고 불자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에게 불법을 선물한다는 심정으로 사찰에 보내 ‘참불자’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송묵 스님 역시 “이제는 찾아가는 포교가 이뤄져야 한다”며 “중앙에서는 학교 교육과 연결될 수 있는 불교 스카우트,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를 장려하고 있으며,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일선 사찰이 운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없다. ‘어린이가 곧 불교의 미래’라는 시대의 명제를 주지 스님들이 되새겨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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