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어린이 포교 위기인가

‘어린이 포교’. 이 다섯 글자는 한국불교 계층 포교의 오래된 화두이다. 조계종을 중심으로 한 불교계는 그간 어린이 포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놨고, 현재에도 여러 종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어린이 포교가 위기라는 고충을 털어 놓는다. 본지는 불기 2557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서 선물 캠페인과 함께 어린이 포교 특집을 준비했다. 이를 통해 어린이 포교의 현재와 문제점, 대안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 “나도 부처님 될래요”… 부처님오신날의 ‘동심 불심’조계종 포교원·본지 어린이불서 150권 선물조계종 어린이청소년위원회(위원장 송묵)는 5월 4일 의왕 청계사(주지 성행)에서 제4회 연꽃문화축제를 개최했다.사단법인 동련의 경기남부지구와 청계사가 주관한 이날 대회에는 수원 용주사, 김포 금정사 등 9개 사찰 300여 명이 참여했다.연꽃문화축제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참가하는 ‘글짓기와 그림 그리기 대회’로 개최됐다. 이날 주제는 ‘내 마음 속 부처님’. 참가한 학생들은 연등이 만들어낸 그늘 아래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며 불자로서의 꿈을 키웠다. 한편, 조계종 포교원과 본지는 ‘어린이날ㆍ부처님오신날 어린이에게 불서를 보냅시다’ 캠페인 일환으로 이날 입재식에서 신간 어린이 불서 〈나도 부처님 될래요〉 150권을 참가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의왕 청계사= 노덕현 기자
서울 강남 초등 1년 35명 중
불자 5명, 개신·천주교 23명
전법 중심도량 111곳 지정
어린이 법회 증가 추세
지역 편중은 해결할 숙제
“말로만 어린이 포교 강조”
사찰 주지 원력 가져야


한국 8학군의 대명사인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육열이 높은 만큼 한국 교육의 단면을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1학년 학급을 맡고 있는 불자 교사에게 각 종교별 구성비에 대해 조사를 의뢰한 결과 학급인원 35명 중 불자 학생은 5명. 반면 개신교는 15명, 천주교는 8명으로 조사됐다. 아무런 종교를 가지지 않는 아이들도 7명에 달했다. 불자 학생이 무교보다 적은 것이다.

전국교사불자연합회 소속 교사가 있는 경기도 한 초등학교도 상황도 비슷하다. 30명 학급인원 중 불자 학생은 8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개신교 6명, 천주교 4명으로 근소한 차이였다.

조사 결과에 강남 모 초등학교 교사는 “대부분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막 입학해 아직 종교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인근에 교회가 많아 젊은 층이 전도를 나온다. 반면 사찰은 재미없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모 초등학교 교사는 “현재 파라미타 청소년협회 활동을 학급에서 하고 있어서 상황은 좀 나은편”이라며 “자모회장 어머니가 개신교인이었지만, 자녀의 활동을 보고 불교로 개종했다. 제대로 된 어린이 포교는 사실상 가족의 종교지형까지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교육… 종교는 ‘관심 밖’
현재 어린이·청소년 인구는 급격한 감소세다. 1980년 전체 인구의 36.8%에 달했던 어린이·청소년 인구는 2010년 21.3%로 급감했고, 2030년에는 20%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경쟁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게 하기 위한 사교육 열기는 어린이·청소년들이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없게 하고 있다. 실제 주 5일제 수업 이후 토요일 사교육 시간이 2004년 51분에서 2009년 62분으로 도리어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청소년들이 사찰을 찾아 정기적으로 신행활동을 하는 것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어린이 포교의 산 증인인 화성 신흥사 주지 성일 스님마저도 “부모들부터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다보니 사찰에 보내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주말마다 경연대회나 학원 등을 다니며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정서 교육을 위해서라도 불교 신행활동은 필요한데 현재 부모들은 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예전과 달리 어린이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양적으로는 증가한 어린이 법회
어린이 포교에 대한 위기의식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있어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됐다. 2006년 제5대 조계종 포교원 집행부는 종단 사상 처음으로 원내에 ‘어린이·청소년팀’을 구성하고 3개년 집중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어린이·청소년 지도사를 배출하고 각종 교보재를 제작·배포했으며, 어린이 전법중심도량을 지정해 일선 사찰을 지원했다. 6대 포교원이 출범한 이후에는 국제청소년성취프로그램, 불교스카우트 도입을 비롯해 어린이·청소년 전법단을 발족하는 일련의 성과를 이뤘다.

자승 스님이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총무원에서도 직할교구 주지인사고과에서 어린이 법회 개설 여부와 발전 상황이 가장 큰 점수로 반영시키고 있다.

이 같은 중심도량을 포함한 일선 사찰들의 어린이 법회도 증가 추세이다. 파라미타 청소년협회와 포교원이 2011년 12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청소년법회 운영사찰은 조계종 미등록 사찰을 포함해 304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5월 260곳에서 17% 증가한 수치다. 어린이 포교 중심도량도 2008년 62곳에서 현재는 111곳으로 50여 곳 가까이가 늘었다.

지역 불균형·전문가 없는 ‘절름발이’
양적인 인프라는 분명 커졌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상황은 밝지만은 않다. 대부분 어린이 법회를 운영하는 사찰에 참가하는 어린이들은 평균 20~30명 수준이고, 50명 이상이 참가하는 사찰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조계사와 봉은사, 평택 명법사, 동해 삼화사 등 도심인근 사찰들 정도가 10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별 불균형은 큰 문제다. 현재 지정된 111개 어린이 전법중심도량 중 대부분은 수도권과 경남·경북에 집중돼 있다. 전북·전남 지역 어린이 전법중심도량은 전남 4곳, 전북 5곳으로 총 9곳이다. 이는 강원도(8곳)에 버금가는 수치이다.

어린이를 전문적으로 지도할 지도법사나 전문 지도사의 수급도 어려운 상황이다. 조계종 등록 사찰 중 어린이 법회를 개설 중인 188곳 중 지도법사가 상주하는 사찰은 128곳으로, 지도법사나 법회 지도사 없이 운영되는 사찰도 60곳에 달한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전라도 지역에만 대흥사, 송광사, 백양사 등 5개 본사가 있다. 이들 본사가 역할을 나눠서 30만 이상의 중소 도시에 포교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며 “종단 차원에서도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본사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어린이·청소년 전법단장 성행 스님은 “기존 사찰의 어린이 포교도 문제지만, 신도시와 새롭게 포교가 시작되는 지역의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며 “타종교의 경우 신도시가 들어설 경우 종교용지를 마련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종단적 차원의 종책 사업의 일환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원력’ 문제… 인식 전환 시급
무엇보다 일선 어린이법회 지도법사 등 전문가들은 한국불교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어린이 포교를 근본적인 방안으로부터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님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계종 포교부장 송묵 스님은 “이제는 기다리는 포교가 아닌 찾아가는 포교를 해야 아이들이 사찰을 찾는다”며 “중앙에서도 적지 않은 정책을 전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당장 어린이 법회가 재정 부담도 크고 불사에 도움이 안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포교는 10년을 내다보는 일이다. 장기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어린이 포교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창 극락사 주지 자용 스님은 “전국 사찰의 어린이 법회 참여자 수를 모두 합쳐도 순복음교회 어린이 신도 수에 못 미칠 것”이라며 “현재 불교계는 어린이 포교의 필요성을 말로만 이야기한다. 실제로는 본인 스스로 행하지 않는다. 중앙에서도 1사찰 1유치원 등을 주지 인사에 필수하는 등 강한 종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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