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심으로 아픈 환자를 돌보고 있는 비구니 스님의 모습(왼쪽). 자원봉사자 대부분은 여성불자들이다. 복지관에서 배식 봉사중인 여성불자들과 병원에서 봉사활동 중인 비구니 스님들(가운데). 봉은사 수능기원법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녀의 학업성취를 기원하는 여성불자의 모습.(오른쪽)


한국 여성불교가 나아갈 방향
불교 교양대에 여성불자 비율 80%
군승 등 금녀구역에도 진출
불교 내 보수성 변화 계기 마련을
‘모성’으로 자비실천 확대해야


여성불자들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각종 불교대학이나, 시민선방, 사찰수련회 등의 참여가 늘고 있다. 2013년 조계종 포교원이 조사한 불교대학 입학현황에 따르면 불교대학 신입생 중 여성 불자가 2011년 5800명에서 2012년 65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여성불자들은 이제 수행하여 스스로를 닦아가는 불교 쪽으로 신행활동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포교원에 따르면 불교대학 수강생 중 여성 비율은 78%에 달하며 2004년 불교여성개발원 여성불자의식 조사에서는 시민선방 수행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등에서도 자원봉사자 중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말한다.

여성불자들의 활동은 신행 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전유물로 인식돼 온 불교 각 분야에도 이어지고 있다. 2014년에는 군부대에 비구니 군승이 사상 최초로 파송될 예정이다.

세계 불교계로 눈을 돌려보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확연하다. 미국 불교계간지 <샴발라선>은 2005년 유럽과 미국에 여성불자 비율이 60% 수준이라고 밝혔다.

불교 내 차별의식부터 개선

이러한 여성불자들의 활동은 여성불교가 발전하기 위한 몸풀기 단계에 불과하다. 여성불교가 한층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양성 평등을 위한 불교 내부의 제도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3월 19일 조계종 제193회 중앙종회 종책질의에서 비구니 중앙종회의원 일운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에 “교구본사 운영에 비구니가 애종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교구본사 7직을 비롯해서 본사가 관할하는 조직에 비구니 30% 할당제 시행을 검토해달라”고 질의 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총무부는 “취지는 공감되지만 비구니 스님들의 본사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조은수 불교여성연구소 소장은 “천주교의 경우 교단 내 위원회에 여성들이 참석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이 동등한 자격으로 참가하기 위해 오랜 투쟁을 했고 그것이 실현되도록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다”며 “이에 비해 한국불교의 경우 교단 내 비구니 스님들의 비중이 큼에도 그런 문제가 어디에 있느냐고 먼 산을 바라보는 분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또 “양성평등 문제를 힘의 균형의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불교 여성들의 자존감이 낮고, 교단 내에서의 역할 등에 대해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교단 전체에도 손해다”고 말했다.
일운 스님도 “현재 산중총회를 비롯한 모든 종단 내 활동에 비구니 스님들의 역할 비중이 작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비구니 스님들이 활약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역할 확대는 힘의 논리가 아닌 불교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성으로 사회를 맑게 바꾸어야

전문가들은 여성불자들이 교육에만 그치지 말고 대외적인 활동에 나서는 것이 여성불교 활성화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기복’ 내면의 ‘모성’의 힘으로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는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경연 불교여성개발원 원장은 “기도하는 어머니에게 무한한 힘이 있듯이 ‘기복’으로 평가받는 여성 내면의 성향은 새로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로서의 덕목도 함께 내재돼있다”며 “현대사회는 지식시대서 지혜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기에 여성들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불교 내부적으로도 여성불자들의 역할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모성과 자비심을 살려 각종 봉사활동 등을 여성불교계가 지속적으로 펼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사회봉사를 여성리더십 발현의 첫 관문으로 보았다. 전 원장은 “사회봉사는 여성불자의 적극적인 역할분담”이라며 “이러한 여성불자들의 활발한 활동이 곧 포교이며 사회를 맑게 만드는 일”이라며 여성불자들의 동참을 당부했다.

여성불자들부터 주체적으로 변화

전문가들은 여성불자들의 인식변화도 함께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승미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여성불교계가 주체적으로 발전해야 함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여성들에게 남성적인 면을 요구 하지 말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현대인들이 왜 여성을 지도자로서 불러내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며 “남성적 리더십에 맞추기 보다 ‘모성’ 등 여성이 지닌 성향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여성불자들이 많지만 주체적 의식으로 결합돼 있지 않다”며 “여성들이 스스로 자각하고 깨어나기 위해 불교여성개발원을 비롯한 다양한 여성단체에서 인식개선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교육 등을 담당할 여성단체들이 미약한 조직체계와 운영으로 정체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1965년 창립된 대한불교부인회, 대한불교정각여성회, 한국불교전국여법사회, 여성불교회, 한국여성불교연합회 등 10여개 단체가 있지만 친목이나 신행, 사찰 외호세력에 그치고 있다.

정신대 문제 진실 해명, 이혼 예방 상담 및 전문 상담원 교육 실시, 쓰레기 줄이기 운동 등 여성운동의 획을 그은 김묘주 한국여성불교연합회 명예회장은 “여성불자들도 고령화되고 있으며 젊은 여성들이 불교를 외면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여성단체들의 활동이 점차 퇴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명예회장은 “여성단체의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생명 문제 등 여성으로서 의견 개진이 필요한 부분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함으로서 활동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명예회장은 이어 “젊은 여성불자들에게 알맞은 수행과 신행 프로그램들이 지속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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